모조 다이아몬드와 번쩍거리는 카지노는 물론 CES 현장의 거대한 기기에 이르기까지, 현란함과 화려함, 번쩍거리는 모든 것들이 라스베이거스에 모였다. 하지만 반짝거린다고 모두 금은 아니라는 격언이 있다. 격언은 올해 CES 현장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CES에서 목격된, 결코 환영 받지 못할 사례들을 살펴보자. editor@itworld.co.kr
마이클 베이 : 혼돈의 현장
영화 감독 마이클 베이가 삼성의 CES 기자 간담회 도중 갑자기 “미안합니다”라고 중얼거리더니 무대에서 도망치듯 내려온 사건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원래 베이는 삼성의 아름다운 곡면 스크린에 대해 짧은 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텔레프롬프터(발표자에게 대사를 보여주는 장치)에 이상이 생겨 대사가 표시되지 않자 그대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멋진 신형 TV에 대해 즉석에서 찬사 몇 마디를 늘어놓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베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던 듯하다. - Caitlin McGarry 사진 : AP Photo/Isaac Brekken
그럼피 캣(Grumpy Cat) 헤드폰 : 싫다
필자는 인터넷 밈을 제품 판매에 이용하는 것에 원래 동의하지 않지만, 쓰레기 같은 헤드폰을 홍보하기 위해 선천적인 질병을 가진 고양이의 사진을 사용하는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럼피 캣 헤드폰과 관련해서 더욱 기분 나쁜 사실은 제품 관리자가 한 말이다. “이 제품은 우리에게 아주 효자 상품이지요.” - Michael Brown
트루그립(TrewGrip) : 손으로 쥘 수가 없어
트루그립은 최악의 제품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괴상한 곡면 형태의 키보드 슬리브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별 호감을 주지 못한다. 아이패드에 장문의 글을 입력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미 다양한 블루투스 키보드와 슬리브가 판매되고 있다. - Mark Hachman
하이센스(HiSense) 마케팅 팀 : 도대체 무슨 생각을?
제이슨 부히스(가면을 쓴 공포영화 캐릭터)가 파는 TV라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중국 제조업체 하이센스는 가족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로 텔레비전을 홍보하는 방법 대신, 부스 곳곳의 기둥에 설치된 비디오를 통해 오싹한 흰색 마스크를 쓴 댄서들이 CES 관람객을 향해 손짓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보는 것만으로 불안감이 엄습한다. - Mark Hachman
AT&T의 환대 : 무단 입장!
AT&T와 T모바일의 관계가 요즘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인다. T모바일은 다른 통신사에서 T모바일로 바꾸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대신 지불해준다. 이에 맞서 AT&T도 기존 T모바일 고객이 자사로 전환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CES에서라면 칵테일을 마시면서 화해해도 좋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 T모바일 CEO 존 레저는 AT&T의 CES 파티장을 찾았다가 보안 요원들에 의해 문 밖으로 ‘배웅’되는 신세가 됐다. AT&T의 파티 매너는 썩 좋은 편은 아닌 듯하다. 뭐 달리 보자면 레저의 자홍색 티셔츠가 파티의 드레스 코드에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Philip Michaels
‘오즈의 마법사’를 테마로 한 이벤트 : 꿈에 볼까 무섭다
저녁의 제품 쇼케이스는 CES의 대표적인 이벤트다. 이벤트 주최측은 멋진 제품과 무료 음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특별한 테마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펩콤(Pepcom)의 디지털 익스피리언스(Digital Experience) 이벤트에서는 사람들이 오즈의 마법사 캐릭터 복장을 한 채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친근하기는커녕 마치 사람들을 무서운 꿈으로 초대하는 것만 같았다.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에 대해 살펴보다가 문득 전시장 건너편을 보니 으스스한 모습의 틴맨이 오싹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 Philip Michaels
파이오니어(Pioneer)의 사이클 스포츠 제품들 : 이름이 뭐라고요?
파이오니어의 새로운 사이클용 제품들은 품질, 디자인 모두 뛰어나다. 그런데 이름은 정말 유치해서, 지금 입력하면서도 몸서리가 처진다. 사이클로컴퓨터(Cyclocomputer)는 이름만 들으면 무슨 기상 추적 시스템같고, 사이클로 스피어(Cyclo-Sphere)는 짐볼 이름같다. 두 가지 모두 제품의 성격이나 기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너무 그럴듯하게 붙이려다 산으로 간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 Amber Bouman
스마트 주얼리 : 스마트하지 않은 아이디어
착용형 기술은 대부분 패션과는 거리가 있다. CSR의 블루투스 스마트 주얼리 역시 별로 예쁘지 않은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이 제품의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펜던트 목걸이 프로토타입인 이 제품은 문자나 전화가 오면 깜박이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펜던트의 색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아니라도 문자나 전화가 올 때 알려주는 기기는 있다. 바로 내 전화기. - Amber Bouman
뮤즈(Muse) 뇌파 감지 머리띠 : 걷기보다 나을게 없어
배터리, 전기, 집적 회로와 스마트폰이 개발되기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마음의 훈련을 통해 평화를 얻고 명상에 잠겼다. 인터랙슨(Interaxon)의 천재들 덕분에 마침내 이러한 마음의 훈련에도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뮤즈 뇌파 머리띠를 머리에 쓰면 제품에 달린 7개의 센서가 사용자의 뇌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 데이터를 전송해준다. 주의 사항은 꾸물거릴 여유가 없다는 것. 배터리 지속 시간은 4.5시간이고, 그 이후에는 다시 혼자 동굴에 들어가는 예전의 명상 방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 Michael Brown
오바이보드 블루모션(OhMiBod BlueMotion) : 관심 없습니다
오마이보드는 몇 년 전부터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번에 내놓은 최신 제품은 바로 스마트폰에서 조작할 수 있는 블루투스 진동 팬티다. 이 제품은 3월에 135달러에 출시될 예정이다. 테크하이브 필진 중 절반은 재미있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활기찬 여성들이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질색이다. 이것을 주제로 대화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다. - Susie Ochs
태블릿 위의 3D 콘텐츠 : 여전히 아무도 원하지 않아
3D 콘텐츠가 왜 아직도 화두일까? 올해 CES에서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3D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해주는 iOS액세서리가 몇 가지 등장했다. 나노뷰(Nanoveu)의 아이플라이 3D(EyeFly 3D) 시스템도 그 중 하나다. 이 제품은 기기의 터치스크린 위에 붙이는 필름과 특수하게 제작된 앱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2D 콘텐트를 3D 콘텐트로 변환해서 보여준다. 물론 그럴듯한 기술이지만 아이패드에서 그렇게까지 3D 영화나 비디오 클립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내 생각엔 없을 것 같다. - Leah Yamshon
현실화되지 않을 프로토타입 : 왜 전시하나?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기술 분야에서 컨셉은 분명 무척이나 재미있는 요소다. 필자는 소니의 라이프 스페이스 UX(Life Space UX)를 이번 전시회 최고 작품 중 하나로 꼽기까지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토타입은 데모전용이다. 즉, 가까운 미래에 현실 속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컨셉을 보고 마음에 쏙 들었는데, 막상 구체적인 출시 계획은 없다는 말을 들으면 맥이 쏙 빠진다. - Leah Yamshon
아이존(IZON) 안경 없는 3D TV : 아직 멀었네
이번 CES에서는 안경 없는 3D TV 기술이 몇 가지 선보였다. 스트림 네트웍스(Stream Networks)의 울트라-D(Ultra-D)와 비지오(Vizio)의 돌비 3D(Dolby 3D) 모두 꽤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아이존 버전의 제품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물체의 가장자리가 이상할 정도로 강조되어 삐죽삐죽하게 보였고 LED 에지 라이팅 방식의 LCD는 탁한 색감을 내뿜었다.
또한 비지오와 스트림 네트웍스 기술이 정확히 4K인데 반해 아이존은 1080p였다. 전시장에서 본 소감은 거추장스러운 3D 안경이 그리울 지경이었으니, 아이존이 출시 예정 시점인 3분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Susie Ochs
카다시안 카오스(Kardashian Khaos) : 세계 종말의 징후인가
라스베이거스이고, 카다시안이다. 필자도 그건 안다. 유명 브랜드이면서 직계 가족 외의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점에 대해 카다시안 가족에게 오히려 감사를 표해야 마땅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말 궁금한 게 있다. 카다시안 브랜드에 채용된 직원들은 정말 일을 즐길까? 사회에 무언가를 기여한다고 느낄까? 언젠가 뒤를 돌아보며 그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일을 했을까, 라며 후회할까? - Melissa Riof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