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올해 사라진 기술 기업과 제품, 개념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볼 시점이 됐다. 애플, 구글과 같은 기업들도 여러 가지를 버렸지만, 여전히 많은 것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기도 하다. editor@itworld.co.kr
시스코 시우스 엔터프라이즈 태블릿 컴퓨터
시스코는 지난 6월 안드로이드 기반의 비즈니스 태블릿인 시우스(Cius)를 폐기한다고 밝혔다. 출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시스코 역시 이 제품이 아이패드 킬러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지만, 개인용 기기를 업무에 사용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시스코 자신을 포함한 많은 기업의 직원들이 애플 아이패드를 비롯한 다른 태블릿을 회사로 가져왔고, 이로 인해 시우스는 설 땅을 잃고 말았다. 당시 시스코 CEO 존 챔버스는 시우스를 9개월 전에 진작 단종시켜야 했다며 판단이 늦었음을 시인했다.
애플 핑, 모바일미, 아이워크
애플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2010년 아이튠즈 10에 처음 등장한 음악용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핑을 2012년 9월 30일 폐기 처분했다. 핑에는 소수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대중적인 소셜 사이트와의 통합 기능이 부족했고 불안정한 음악 추천 엔진도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또한 애플은 연간 99달러에 제공했던 모바일미 동기화 및 스토리지 서비스도 올해 폐지하며 기존 모바일미 사용자는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모바일미는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했고 동기화 문제도 있었다. 애플의 아이워크 공유 서비스 역시 아이클라우드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다.
모토로라 모빌리티 웹톱(Webtop)
웹톱 소프트웨어는 아트릭스 4G와 같은 모토로라 전화기를 특수 독에 연결해서 소형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스스로 “혁신적”이라고 지칭했던 이 기술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 기술은 애초에 모토로라가 주장한 대로 작동하지도 않았고, 수요도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모토로라는 여기에 적용된 기능들이 안드로이드 OS 자체를 포함한 다른 플랫폼에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톤 Q, 드로이드 레이저 맥스 HD와 같은 신형 안드로이드 폰에는 웹톱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지 않는다.
구글 포스티니(Postini)
구글은 지난 여름 포스트니 사용자는 2013년까지 구글 앱으로 전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메일 아카이빙 및 보안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발표했다. 구글 메시지 시큐리티와 메시지 디스커버리는 각각 기업용 구글 앱과 앱 볼트(Appls Vault)로 대체되고, 구글 메시지 필터링과 포스티니 스몰 비즈니스 에디션은 대체 서비스 없이 폐지된다. 구글은 “지난 4년 동안 구글은 제품, 프로세스 및 담당자를 포함한 포스티니 비즈니스를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로 통합했다. 이 통합 작업의 다음 단계로 이제 구글 앱 플랫폼에서 개발된 새로운 제품과 기능이 포스티니 제품을 대체하게 된다. 포스트니 고객은 포스티니와 비슷한 이메일 보안 및 아카이빙 기능을 더욱 견고한 플랫폼에서 계속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프린트 아이덴(iDen) 네트워크
스프린트가 2005년 넥스텔 인수를 통해 입수한 모토로라 기술 기반의 협대역 아이덴 네트워크는 2012년 현재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지만, 스프린트는 이 네트워크를 폐지할 것임을 예고했다. 예전의 푸시-앤-토크 서비스를 지원하고 최신 고속 네트워크에 비해 현저히 느린 이 네트워크는 2013년 6월 30일에 종료된다. 이로써 스프린트는 두 개의 개별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따르는 비용 부담을 덜고 CDMA/LTE에 주력하게 된다.
윈도우 라이브
말이 좀 이상하지만 윈도우 라이브가 죽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동기화 서비스, 관리 도구와 메일 등을 조합해 2005년에 출범한 온라인 제품 및 서비스 브랜드인 윈도우 라이브를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윈도우 라이브 서치, 윈도우 라이브 핫메일은 각각 빙과 핫메일로 바뀌었다.
MSNBC
마이크로소프트와 NBC는 16년 전에 함께 설립해 웹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자랑하는 사이트 중 하나로 키운 뉴스 벤처를 2012년에 해체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MSNBC 주식 50%를 NBC유니버설에 매각했으며, NBC는 레드몬드에서 뉴욕으로 되돌아간다. MSNBC 브랜드는 NBC뉴스로 바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달 윈도우 8을 공식 출시하면서 수맥만 달러를 투자한 뉴스 서비스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SOPA
미 텍사스 주 의원 라마르 스미스는 2011년 가을 온라인 해적 행위 중단 법안(Stop Online Privacy Act)을 발의했지만,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결국 2012년 1월 스스로 이 법안을 폐기했다. 반대 운동에 참여한 레딧(Reddit), 위키피디아 등 방대한 트래픽을 보유한 웹 사이트들은 이 법안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1월 18일 사이트를 임시 폐쇄하기도 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SOPA가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변호했지만 반대론자들은 이 법안이 발언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고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창의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니퍼 페리비트(Peribit) WAN 최적화 도구
주니퍼는 한때 WAN 최적화 분야의 경쟁자였던 리버베드 테크놀러지(Riverbed Technologies)와 협력 관계를 채결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로써 2005년 3억 3,700만 달러를 들인 페리비트 네트워크 인수를 통해 시작된 주니퍼 자체 제품 개발은 백지화됐다. 리버베드는 주니퍼 WX 및 WXC 시리즈 가속 어플라이언스 사용자에게 리버베드 스틸헤드(Steelhead) 기기를 제공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메가업로드
악명 높은 파일 공유 사이트인 메가업로드는 미국 법무부에 의해 지난 1월 폐쇄 조치됐다. 그에 앞서 메가업로드 소유주들은 다량의 저작물과 4,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이 관여된 국제적인 해적 행위로 기소되어 체포됐다. 메가업로드가 폐쇄된 후 미국 정부 웹 사이트에 대한 서비스 거부 공격이 잇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메가업로드를 비롯한 관련 사이트들은 홍콩을 본거지로 운영됐으며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창업자 킴 닷컴은 여전히 미국 사법 당국의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트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8과 윈도우 폰 7.x에 적용된 타일 형태의 인터페이스에 붙였던 메트로라는 이름을 버렸다. 이유는 애초부터 코드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표권 문제로 인해 이 이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을 더 믿는 것 같다.
구글 피크닉(Picnik)
이 사이트의 폐쇄는 뭔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사진 편집 및 공유 사이트인 피크닉은 2010년 구글에 인수됐으며(인수 가격은 밝혀지지 않음), 지난 4월 19일 독립 주체로서의 운영도 종료됐다. 그러나 피크닉에 포함됐던 도구들은 구글+의 크리에이티브 키트(Creative Kit)에 살아있다.
안드로이드용 어도비 플래시
어도비 시스템즈는 지난 6월 버전 4.0 이후부터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플래시 플레이어 지원을 공식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안드로이드 4.1(젤리 빈)부터는 플래시가 공식적으로 지원되지 않는다. 이에 앞서 작년 어도비는 모바일 기기용 브라우저 기반 플래시 플레이어를 앞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도비는 현재 네이티브 앱과 HTML5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MIX 이벤트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위해 매년 봄에 개최했던 행사인 MIX를 폐지하고, 대신 다른 개발자 컨퍼런스에 MIX에서 다루던 주제들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 대상은 10월에 열리는 BUILD 전시회가 유력하다(BUILD 역시 예전의 전문 개발자 컨퍼런스를 대체했음). 마이크로소프트는 MIX가 탄생한 2005년은 IE6이 중심이었고 웹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웹 커뮤니티’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고객층인 개발자 커뮤니티와 구분되는 별도의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발자들이 어떤 행사에 참여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잉크(Oink)
디그(Digg) 설립자인 케빈 로즈가 이끄는 신생 기업 밀크(Milk)의 소셜 등급 평가 앱인 오잉크는 2011년 11월 처음 선보이며 관심을 끌었지만 지난 3월에 폐기됐다. 오잉크 폐기가 알려진 직후 밀크는 구글에 인수됐다. 구글은 구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로즈 앤 컴퍼니의 전문 기술을 확보하고자 밀크를 인수했다.
아마존 킨들 DX
아마존은 교육 시장을 겨냥한 9.인치 고급(380달러) 전자책 리더인 킨들 DX를 소리소문 없이 단종시켰다. 이 제품은 출시 후 3년 동안 6형 모델에 비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아마존은 페이퍼화이트 전자책 리더로 초점을 옮겼고 대화면 기기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8.9형 킨들 파이어 HD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