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은 출시 이후 8년 동안 상당한 발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 제품들이 뒤따라오면서 심지어 애플의 자체 브랜드인 비츠(Beats) 제품군도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에어팟의 상징적인 지위가 다소 약해졌으며, 심지어 일부 측면에서는 에어팟을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더 나은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애플은 바로 그 해법을 에어팟 4에 담아냈다. 에어팟 4는 에어팟 프로 2의 여러 기능을 탑재했으며, 이전 모델인 에어팟 3보다 더 나은 착용감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동일하게 26만 9,000원이다.
전반적으로 애플은 에어팟 4의 가치를 이전 모델보다 한층 더 높였다. 하지만 무선 이어폰은 착용감이 중요한 만큼,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에어팟 프로 2로 업그레이드할지 고민될 수도 있다.
디자인 및 착용감
에어팟은 세대마다 디자인이 변경됐으며, 매번 더 나은 착용감을 약속해 왔다. 애플에 따르면, 에어팟 4는 "더 많은 사용자가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갖췄다. 애플은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 세트"를 사용해 "역대 가장 편안한 에어팟"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5,000만 개 이상의 개별 데이터 포인트"가 빗나갈 수 있을까? 필자의 귀에는 에어팟 4가 에어팟 3보다 더 잘 맞았지만, 오른쪽 이어버드가 더 잘 맞고 왼쪽은 덜 맞는 문제가 여전히 있었다. 걷는 동안에는 양쪽 모두 안정적이었지만, 계단을 뛰어오를 때는 왼쪽 이어버드가 떨어졌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2016년 출시된 오리지널 에어팟보다 훨씬 착용감이 개선됐다. 당시 필자는 에어팟을 싫어했다. 귀에서 자꾸 빠져 떨어지는 바람에 음악을 듣는 시간보다 허리를 구부려서 줍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실리콘 이어팁이 포함된 에어팟 프로가 훨씬 더 잘 맞고 안전했다. 하지만 오픈형 디자인이 더 적합한 상황도 있어서 에어팟 4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에어팟 4가 모든 사용자의 귀에 잘 맞을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람마다 귀 모양이 다르므로 먼저 착용해보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ANC 성능 및 음질
애플은 에어팟 4를 두 가지 모델로 제공한다. 하나는 19만 9,000원이고, 다른 하나는 26만 9,000원으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ctive Noise Cancelation, ANC)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ANC에는 두 가지 소음 차단 모드가 있는데, '적응형 오디오'와 '투명 모드'다. 이 외에도 에어팟 프로만 지원했던 '대화 인식' 기능이 추가됐다.ANC가 있는 에어팟 4와 없는 모델은 외관상 동일하며, 내부 사양도 거의 같다. 19만 9,000원 모델에는 ANC 기능이 없는 수정된 H2 칩을 탑재한 것인지, 아니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단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ANC 기능 유무를 제외하면 두 모델 간의 차이점은 없다.
실제 사용해 본 결과, 에어팟 4의 ANC 성능은 오픈형 디자인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번화한 거리를 걷는 동안 대부분의 교통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긴 했지만 에어팟 프로 2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주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에어팟 4가 더 나을 수 있다. 최대한 소음을 줄여야 하는 환경이라면 에어팟 프로 2의 실리콘 이어팁이 더 적합하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기능은 '대화 인식'이다. 사용자가 말할 때 자동으로 음량을 낮추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유지된다. 1:1 대화에서는 잘 작동했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할 때는 음량이 다시 올라가는 문제가 있었다. 이 기능은 매장 계산대나 키오스크에서 짧은 대화를 나눌 때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에어팟 4의 음질은 일반적인 오픈형 이어폰 치고 매우 훌륭하다. 311의 "Need Somebody"나 부뉴엘의 "Crack Shot" 같은 복잡한 트랙도 깔끔하게 재생했고, 리얼 보스턴 리치의 "Help Me"에서는 왜곡 없이 묵직하고 깨끗한 베이스를 들려주었다. 케이티 페리의 "Woman's World"나 글라이브의 "minnesota is a place that exists" 같은 팝 트랙에서도 원하는 에너지를 잘 표현했다. 포그 스왐프의 "Split the Sky"와 인디고 걸스의 "Romeo and Juliet" 같은 어쿠스틱 트랙에서는 기타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팟캐스트와 전화 통화에서 목소리의 명료함과 음량도 인상적이었다. 에어팟 프로가 실리콘 이어팁 덕분에 더 나은 음성을 전달하지만, 에어팟 4도 거의 그에 근접한 훌륭한 음질을 제공했다. 에어팟 4에도 에어팟 프로 2와 동일한 H2 칩이 들어가 있으므로 생성되는 음질이 거의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음질에 있어서 두 제품의 차이점은 이어팁 유무와 오픈형 디자인에서 오는 효과뿐이다.
충전 케이스
에어팟 4의 USB-C 충전 케이스도 ANC 모델과 아닌 모델의 차이가 있다. 26만 9,000원 모델은 '나의 찾기' 기능을 위한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으며, USB-C와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애플워치 충전기와 Qi 충전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에어팟 프로 케이스처럼 맥세이프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맥세이프 충전기 중앙에 올려놓으면 충전할 수 있다. 19만 9,000원 모델의 케이스는 유선 USB-C 충전만 지원한다. 케이스는 에어팟 3 케이스보다 약간 작지만, 오리지널 에어팟 케이스보다는 여전히 넓다. 하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경쟁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에어팟 4 케이스는 매우 견고하면서 컴팩트하다. 다른 이어버드의 케이스는 지나치게 큰 경우가 많다.
애플은 케이스 뒤쪽의 설정 버튼을 없앴다. 그 대신 케이스 앞부분에 있는 상태 표시등 아래쪽을 눌러야 한다. 이는 에어팟 4 설명서에 나와 있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설명서를 읽지 않기 때문에 설정 시 혼란스러울 수 있다.
배터리 수명
ANC를 사용하면 에어팟 4의 배터리 수명은 짧아진다. 애플은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이어버드로 4시간, 케이스로 20시간의 재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NC 기능을 끄면 이어버드로 5시간, 케이스로는 3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테스트 결과, ANC를 켠 상태에서 이어버드는 4시간 16분 동안 작동했으며, 이는 애플이 제시한 배터리 수명보다 몇 분 더 길었다. 완전히 충전된 케이스에 이어버드를 넣고 5분 후 배터리가 27%까지 충전됐다. 애플에 따르면 5분 충전 시 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가격
ANC를 탑재한 에어팟 4는 26만 9,000원에 판매된다. 에어팟 프로 2는 34만 9,000원이지만 아마존과 같은 판매점에서 종종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완전한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하고 실리콘 이어팁이 편안하다면 추가 금액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 프로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곧 업데이트될 보청기 지원 기능이다. 에어팟 4에서는 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저렴한 대안
ANC를 지원하지 않는 에어팟 4는 19만 9,000원에 판매된다. 이 모델의 이어버드와 케이스 디자인은 ANC 모델과 동일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적응형 오디오 및 투명 모드 포함)
- 대화 인식 기능
- 무선 충전 케이스
- '나의 찾기' 경고용 스피커
그 외에는 동일하다. 에어팟 4는 ANC 모델과 동일한 H2 칩을 탑재하고 있으며, 오디오 품질, 착용감, 기능도 동일하다. 따라서 이런 기능이 추가된 모델이 7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에어팟 4, 구매해야 할까?
ANC를 탑재한 에어팟 4는 26만 9,000원에 판매되며, 에어팟 3보다 훨씬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 음질은 훌륭하고 노이즈 캔슬링은 매우 유용하며, 착용감도 이전 모델보다 개선됐다. 또한 무선 충전과 케이스의 '나의 찾기' 스피커 같은 편리한 기능도 추가됐다. 결론적으로 에어팟 4는 전반적으로 훌륭한 이어폰이다. 다만, 귀에서 잘 빠지지 않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