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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KB 스튜디오 리뷰 : 토프레를 벗어난 해피해킹의 모험

Michael Crider | PCWorld 2024.01.18
ⓒ ITWorld

사실 틈새 제품은 리뷰하기가 까다롭다.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갑자기 많은 사족이 붙는다. 게다가 해피 해킹 키보드(Happy Hacking KeyBoard, HHKB) 개발사도 리뷰 쓰기가 어려운 데에 한 몫 했다. HHKB 스튜디오(HHKB Studio)를 통해 열성 팬에게 어필하는 동시에 더 일반적인 프리미엄 키보드 시장으로 발을 뻗는다는 두 가지 목표를 두었기 때문이다.
 
ⓒ Michael Crider/Foundry

HHKB 스튜디오는 독특하고 기발한 해피 해킹 디자인의 역사를 수용하고 기념하는 한편, 최신 기능을 추가한 키보드다. 그런데 이 키보드가 수수께끼 같은 이유는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토프레(Topre) 정전식 축을 포기하는 등의 결정이 해당 키보드의 목표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HHKB 스튜디오를 구매해야 할까? HHKB 디자인의 오랜 팬이라면 대답은 '그렇다'다. 단, 적극 추천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을 뿐이다. 오랜 팬이 아니거나, 작지만 열정적인 키보드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 스튜디오는 적합하지 않다. 
 

해피 해킹 키보드란?

‘해피 해킹’이라는 단어를 처음 읽는다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오랜 팬이라면 다음 섹션으로 건너뛰어도 상관없다). 지난 2021년에 25주년을 맞은 해피 해킹 레이아웃은 오리지널 매킨토시 키보드 레이아웃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손가락이 '홈 로우(home row)'에 거의 내내 머물게끔 설계됐다. 
 
ⓒ Michael Crider/Foundry

즉, 풀사이즈 보드의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는 의미다. 기능 키도 없고, 10키 숫자 패드도 없고, 화살표키도 없다. OS 키나 Ctrl 키도 일반적인 위치에 없다. 직접 사용해 보면 더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백스페이스키가 사라지고, ‘/’ 키가 위로, 삭제 키는 아래로 이동했으며, Caps Lock이 없어지고, 왼쪽 컨트롤 키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화살표 클러스터도 기능 레이어로 이동했다. 

여기서 해피 해킹 레이아웃의 장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 레이아웃을 알고 있고 좋아한다면 작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인 커뮤니티의 일원일 것이다. 하지만 그저 관심이 있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사용자에게 HHKB 스튜디오는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패키지에는 레이아웃 조정 지침이나 팁도 제공되지 않는다.
 
검은색과 진한 회색으로 된 키캡 문자는 읽기 어렵다. HHKB 초보자에게는 까다롭다. ⓒ Michael Crider/Foundry

무엇보다 HHKB 스튜디오의 키캡은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데 인쇄된 글씨도 검은색이다. 여기에는 키 앞면에 인쇄된 하위 범례도 포함된다. 사무실의 모든 조명을 최대로 켠 상태에서도 표준 범례와 하위 범례를 모두 읽을 수 없어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이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은 HHKB 스튜디오가 HHKB 팬에 의한, HHKB 팬을 위한 제품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HHKB 스튜디오 살펴보기

이제 HHKB 스튜디오가 다른 디자인과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확실히 비싼 값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마우스 포인팅 스틱이다. 이 스틱은 검은색이지만 씽크패드와 비슷한 트랙포인트(또는 ‘작은 빨간 돌기’)라고도 한다. 스페이스바 아래 마우스 버튼과 결합돼 케이스에 통합된 포인팅 스틱은 ‘절대 손을 떼지 않는다’라는 HHKB의 정신을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실현했다. 패키지에는 고무 너브용 예비 부품이 몇 개 들어 있어 편리하다.
 
ⓒ Michael Crider/Foundry

플래그십 키보드 디자인의 새로운 기능은 이뿐만 아니다. 최대 4개의 기기에 동시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를 비롯해 케이스 가장자리에 4개의 터치 감지 스트립이 있어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와 함께 사용하면 스크롤, 창 전환, 볼륨 조절 등 다양한 작업을 쉽게 수행할 수 있다. HHKB 제조업체 PFU는 기계식 키보드 디자인의 최신 트렌드(예 : 키보드 상판 아래에 탑재된 폼)도 적용했다. 

한편 HHKB 제품군의 오랜 팬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고품질 PBT 키캡 아래에 HHKB가 20년 넘게 사용해 온 토프레 정전식 축이 아닌, 카일(Kailh)의 맞춤형 반소음 리니어 기계식 축이 있다는 점이다. 체리 MX(Cherry MX) 표준을 준수하는 스위치다. 
 
ⓒ Michael Crider/Foundry

다시 한번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토프레의 시그니처 스위치 디자인은 고무 돔 아래에 커다란 원뿔형 스프링을 사용해 스위치에 독특하고 부드러우며 탄력 있는 '톡톡'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토프레 디자인은 거의 보편적인 체리 MX 표준과 호환되지 않으며, 고품질 부품을 사용하는 표준 비기계식 키보드와 더 비슷하다. 또 토프레 스위치는 핫스왑할 수 없어 키감을 바꾸거나 손상된 키 하나만을 수리할 수 없다.

HHKB는 사용자 맞춤이라는 명목으로 가장 대표적인 구성 요소에서 벗어났다. PFU가 선택한 맞춤형 리니어 스위치가 훌륭하다고 해도, 필자는 이상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스위치는 조용하고, 매우 안정적이며, 키감이 부드러워 조용한 사무실이나 커피숍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게다가 스위치나 키캡을 교체하고 싶다면 이전 HHKB 디자인에서는 간단하거나 쉽지 않았던 교체가 가능하다(포인터를 둘러싼 G, H, B 키를 3D 프린팅하거나 표준 세트에 있는 드레멜 공구를 사용해야 한다).
 
ⓒ Michael Crider/Foundry

하지만 아무리 좋은 MX 스타일의 기계식 스위치라고 할지라도 토프레 스위치의 독특한 느낌은 내지 못한다. HHKB의 열성 팬을 고려한다면 너무 야심 찬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토프레를 탑재한 다른 버전의 스튜디오가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첫 번째 버전의 스튜디오에서는 그런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기능

터치 감지 스크롤 영역으로 돌아가 보자(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키보드의 플라스틱 케이스에 표시돼 있지 않아서 직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터치로 쉽게 찾을 수 없어서다. 작은 세로 홈으로만 표시돼 있다. 특히 이렇게 두꺼운 키보드는 손목 받침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아래쪽 두 영역은 거의 접근하기 어렵다. 차라리 물리적 다이얼이 더 좋았다.
 
ⓒ Michael Crider/Foundry

포인팅 스틱과 마우스 버튼은 꽤 잘 작동한다. 이 영역에서 최고인 씽크패드와 거의 비슷하며, IBM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칭찬할 만하다. 최소한의 연습으로 스크롤용 중앙 버튼을 포함해 화면의 포인터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마우스만큼 자연스럽거나 편안하지는 않지만, 키보드에 항상 손을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만족스럽다. 심지어 최고의 노트북 터치패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인체공학적인 이유 또는 스타일리시한 해피해커 마니아를 위해 가능한 한 자주 키에 손을 대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면 이 제품을 추천한다. 

아울러 두껍고 무거운 스튜디오를 뒤집어보면 장단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장점은 2단계로 조절되는 키보드 받침대로, 타이핑 각도에 따라 3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단점은 AA 배터리 4개를 넣어야 하는 거대한 구식 배터리 칸이다. 현 시장에서 일회용 배터리로 작동하는 최고급 키보드는 사실상 매력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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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KB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실용성을 위한 선택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배터리를 교체하면 바로 완충할 수 있다. 또 오리지널 게임보이(Game Boy)처럼 배터리를 소모하는 데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싶지 않다면 재충전용 건전지를 사용하면 된다. 수년간 사용해도 내부 배터리가 닳을 염려도 없다. 하지만 솔직히 공허하게 들린다. HHKB가 표준 내장 배터리로 사용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는 키보드를 만드는 것이나 또는 교체용 배터리를 직접 판매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스위치 핫스왑 및 MX 호환 키캡 외에, 스튜디오는 자체 소프트웨어 커스터마이징 시스템도 제공한다. 이 보기에서 최대 3개의 하위 레이어와 4개의 사용자 프로필로 키맵을 편집할 수 있지만, 이 기능을 많이 사용할지는 의문이다. 많은 HHKB 팬은 이미 자신이 선호하는 레이아웃에 익숙해져 있고, 구식 하드웨어 딥 스위치로 여전히 조정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케이스 가장자리를 따라 터치 영역을 조정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화살표키, Alt-탭, 마우스 휠에 바인딩 돼 있지만, 왼쪽을 볼륨 컨트롤로 변경했다(여전히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이다). 터치 영역이 유용하기보다는 방해된다고 생각하면 일부 또는 전부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 
 
ⓒ Michael Crider/Foundry

포인터의 속도와 제스처 패드의 감도를 조정하거나 모두 끄는 등 기본 레이어의 옵션과 함께 사용하면 단 몇 분 만에 키보드를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USB 연결이 필요하고 블루투스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지만, 사소한 불만이다. 
 

HHKB 스튜디오, 가격만한 가치가 있는가?

아마도 HHKB 팬은 오리지널 키보드는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터다. 그래도 HHKB 스튜디오의 정가(449달러)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현재 할인가 329달러에 판매 중). 그 결과, HHKB 스튜디오는 회사에서 쓸 수 있는 가장 비싼 키보드가 됐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만한 가치는 없다. 소재가 훌륭하고 맞춤형 스위치도 눈에 띄지만, 이 가격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추가 기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손목 받침대도 없고(다시 말하지만, 터치 영역과 함께 사용하기 까다롭다), 충전식 배터리도 없으며, 블루투스 전용 무선 기능은 표준 프리미엄 제품인 블루투스 + 2.4GHz 무선 동글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또 이전 HHKB 제품이 비쌌던 이유의 8할은 반독점적인 토프레 스위치 디자인 때문이었는데, 훨씬 더 표준화된 스위치로 바뀌어 버렸다. 
 
ⓒ Michael Crider/Foundry

그래도 포인팅 스틱과 마우스 버튼은 해피 해킹 브랜드의 흥미롭고 유망한 발전이며, 적어도 몇몇 사용자는 표준 MX 스타일 스위치로의 전환을 환영하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많은 열성 팬은 토프레 스위치가 없어진 것을 통탄하며 비싼 가격에 망설일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비롯해 새로운 HHKB 사용자에게 어필할 어떤 종류의 매력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자는 매우 적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오직 극소수의 사용자만이 스튜디오를 좋아할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고, 비싼 가격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사용자를 말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 제품을 건너뛰고 토프레 스위치 옵션과 최신 배터리 및 무선 설정이 포함된 새 모델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 마우스와 터치바 옵션이 없는 HHKB 레이아웃에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스튜디오에 329달러를 투자하기보다는 이베이에서 중고 제품을 구입하거나 드롭닷컴(Drop.com)에서 '복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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