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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4 얼리 액세스 베타 리뷰 | 익숙한 ‘아는 맛’, 너무나 그리웠던 맛

허은애 기자 | ITWorld 2023.03.20
디아블로 시리즈가 초대형 히트작이라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몇 천만 명에 달하는 디아블로 팬이 사랑하는 시리즈가 각각 다르다는 점, 핵 앤 슬래시 장르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도 디아블로 1에서 음산한 배경 음악이 깔리고 도살자(Butcher)가 튀어나왔을 때, 엉덩방아를 찧고 문을 닫았다가 피로 물든 벽돌 바닥 위를 열심히 도망다니던 기억을 회상하는 게이머가 많다. 디아블로 2는 가장 극찬을 받은 게임이다. 온라인 플레이가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시기에 그래픽, 전투, 스킬 트리, 캐릭터 모션, 사운드, 아이템 파밍으로 효과적인 빌드를 구상하는 모든 특징이 폭발하듯 만개했다.

디아블로 3은 출시된 지 24시간 만에 350만 장이 판매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10년 넘게 후속작을 기다린 게이머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불안정한 서버, 전리품 시스템, 경매장과 더불어 그래픽이나 사운드 트랙 등이 혹평을 받았다. 디아블로 3이 취한 방향은 디아블로 2의 장점을 개선하고 정비하는 것이 아니었다.
 
ⓒ ITWorld / Blizzard

디아블로 1과 2를 열심히 플레이했지만 3은 시기를 놓치고, 모바일로 출시된 이모탈은 쳐다도 보지 않았던 그 시절 게이머들을 디아블로 4가 다시 소환할 수 있을까? 아예 시리즈를 잘 모르는 신규 게이머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까? 디아블로가 처음 등장해 아이단 왕자의 몸에 봉인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플레이어가 사는 세상도 게임 속 성역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부디 긍정적인 변화이기를 바라면서 사전 구입자만을 대상으로 열린 디아블로 4 얼리 액세스 베타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개발사 : 블리자드

출시일 : 2023년 6월 2일

플랫폼 : 윈도우 PC / 엑스박스 시리즈 X|S, 엑스박스 원 / PS5 / PS4

가격 : 일반판 8만 4,500원, 디지털 딜럭스 12만 2,900원, 얼티밋 13만 6,400원

PC 권장 사양 : 64비트 윈도우 10
인텔 코어 i5-4670K 또는 AMD R3-1300X
16GB RAM
엔비디아 지포스 GTX 970 또는 AMD 라데온 RX 470
다이렉트X 버전 12
45GB 이상 SSD
광대역 인터넷 연결

장점
암울한 분위기를 잘 살린 사운드 트랙과 아트 스타일
최적화된 패드 플레이와 UI
흥미를 유발하는 시리즈 후속 스토리
타격감

베타에서 개선을 바라는 점
일부 서버 대기 지연
던전 왕복 플레이 또는 반복 설계된 맵
레벨 스케일링

총평
다양한 기대를 충족하면서 장르적/IP적 특징을 잘 살려 정식 출시하는 것이 관건.
 
ⓒ ITWorld / Bliz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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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이나 마을의 분위기는 암울 그 자체였다. 오히려 바라던 바다. 오랜만에 플레이하는 쿼터뷰 핵 앤 슬래시 게임이라 어색하기도 했다.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가려졌던 벽이나 건물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마음대로 시점을 이동할 수 있었던 최신 3D 게임의 자유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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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고르고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한 후 이미 마르고 닳도록 여러 번 본 최초 트레일러가 다시 플레이되는데, 처음 봤을 때의 흥분과 전율이 다시 일었다. ‘세 명이 오리라’라는 예언과 피를 통해 소환된 증오의 딸이자 축복의 어머니 릴리트가 디아블로 4의 제 1 보스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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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얼리 액세스 베타에서는 전체 레벨의 1/4, 전체 분량의 1/8만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이나리우스나 임페리우스, 또는 의외의 인물이 깜짝 최종 보스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릴리트의 재림은 현실이 되었다. 이나리우스와 릴리트가 함께 만든 성역은 계획대로라면 천사도 악마도 간섭하지 않는 신세계가 되어야 했지만 지금은 잿빛 폐허에 가깝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이나리우스를 섬기는 교단의 보호 아래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 전부다.

부활한 릴리트는 인간들을 현혹시키면서 어디론가 향한다. 주인공인 플레이어는 어떤 이유로 릴리트와 연결되어 과거나 환영을 볼 수 있게 된다. 릴리트를 뒤쫓는 과정에서 릴리트에게 어머니를 잃은 딸 네이렐을 만나 모험을 함께 한다는 것까지가 액트 1의 줄거리다.

얼핏 환영으로 등장한 라트마와 이나리우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궁금해지고, 중간 중간 느낌표로 나타나는 부가 퀘스트가 자아내는 분위기도 친숙해서 반가웠다. 죄를 지은 대가로 아들을 팔아넘긴 아버지나 사술로 희생되는 NPC들을 만나면서 어두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때리는 맛, 당기는 맛’ 전투와 타격 살린 직업 특성 파악하기

그 옛날 아마존과 발키리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도적(Rogue)을 선택했다. 과거에는 옵션이 어지간히 좋지 않으면 석궁(Crossbow, 쇠뇌)을 쓰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속도가 0.9배속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쓸 만했다. 활 시위를 당길 때 몸을 뒤로 젖히는 모션에도 감탄했다. 레벨업을 거듭하고 스킬 트리를 만지면서 도적을 근접 전문 직업으로 키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활쟁이' 플레이어라면 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스킬 트리를 구성하는 것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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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선택한 직업은 원소술사다. 아이템 옵션을 최대한 이용하고, 냉기 마법을 생존 기술로, 번개 마법을 공격 기술로 선택했다. 레벨업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강해지는 직업인만큼, 밸런스가 잘 잡히기만 한다면 이번에도 많은 플레이어의 선택을 받을 것 같다.

야만용사로는 초반만 플레이했는데, 예상 외로 얼리 액세스 베타에서 개방된 3개 직업 중 가장 어려운 직업으로 느껴졌다. 스킬에 따라 무기를 자동으로 바꿔 쓰는 것은 편하지만 보는 것처럼 단순 무식하게 운용해서는 안 되고, 저레벨에서 제일 바쁜 직업인 점은 디아블로 2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도 100렙 이후 아이템 파밍 결과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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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활 시위를 당기는 느낌이나 양손무기 타격감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 5 듀얼센스를 사용할 때 피격 시에만 진동이 있는데, 듀얼센스의 햅틱 기능을 더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암울한 세계보다 더 어두운 사운드와 아트 스타일

음악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하는 요소다. 특히 디아블로 1과 2를 재미있게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사운드 트랙을 너무나 좋아하거나, 아니면 부지불식간에 음악이 고조하는 효과에 빠져 게임에 더욱 몰입하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할 수밖에 없다. 
 
ⓒ ITWorld / Bliz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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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체 게임을 플레이한 것은 아니지만, 던전이나 설원, 중간 보스전 등에서 외롭고 스산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는 충분했다. 트레일러의 웅장한 드럼 비트나 디아블로 2에서의 날카로운 기타 리프가 많이 활용되면 좋겠다. 

4K나 HDR 등 고급 그래픽 옵션이 가능하다면 더욱 질감이 풍부하고 섬세하게 표현된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쿼터 뷰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디아블로 4의 어둡고 삭막한 세계가 아름답게 표현되었다는 점에는 동의할 것 같다. 
 

“그 자체가 설명서” 직관적인 스킬 트리

‘아무 버튼이나 누르십시오’라는 맨 처음 안내 후에 별도의 설명이 없지만 게임 플레이를 이해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아이템 옵션이나 스킬 트리의 기술 설명이 상세하기 때문이다. 스킬 트리에 맨 처음 열린 기술 설명을 읽기만 해도 어떤 기술을 주력으로 쓸지 상상해볼 수 있고, 일정 스킬 포인트를 소비한 후(1레벨당 1점)에는 패시브 스킬 트리가 열리는 방식이어서 자연스럽게 공격 기술과 패시브 기술을 조화시킬 수 있다. 

설명은 짧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길지도 않다. 베타 한정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8레벨까지는 스킬 리셋 비용이 0G이고, 이후에도 저레벨 구간 리셋 비용이 높지 않아 여러 가지 스킬셋을 시험해보기가 쉽다. 구입한 스킬은 바로 핫스킬바에 등록된다. 다만 아이템 설명은 조금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키마’보다 편한 패드 플레이

이번에는 PC가 아니라 콘솔을 선택해보았다. 스킬 바는 L1, L2, R1, R2, ×, ∆의 6가지다. 2개 이상 조합이 아니라 싱글 키 입력인 데다, 인벤토리 열기, 아이템 정리 등도 다른 콘솔 독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구울이나 망령, 박쥐가 몰려들 때는 물론이고 해골 대장 등이 섞여 있을 때나 중간 보스전에는 R3로 타깃을 고정할 수 있다. 엑스박스 원이나 듀얼센스 등 최신 세대 패드가 있다면 PC와 연동해 플레이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정식 출시에서는 햅틱 반응이 조금 더 풍부해지기를 기대한다. 손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사용자 선호에 따라 옵션을 끌 수 있을 것이므로 고급 기술이나 극대화가 적중할 때 햅틱 반응이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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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에서 개선할 점

정식 발매에는 NPC까지 모두 한국어 음성 더빙을 적용할 계획이라지만, 아직까지는 대화문이나 선택지가 전부 한글화되지 않았다. 퀘스트 완료 후 선택 대화, 퀘스트 외에 분위기 파악을 위한 기타 정보 대화가 영문으로 표기된다. 하지만 디아블로 시리즈 고유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한글 글꼴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스킬 효과가 더 화려해지면 어떨까? 너무 모바일 게임 느낌이 날까? 광역 공격이나 난사 스킬은 더 눈부시게 플레이할 수 있어도 좋지 않을까?

얼리 액세스 기간에 플레이스테이션 5 환경에서 접속 오류나 서버 렉 때문에 크게 고생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대기열이 금방 끝났고, 잠들어 있던 배틀넷 아이디도 미리 휴면 상태를 해제해 놓아서서인지 에러가 없었다. 가끔 지역을 불러오지 못해 투명 벽이 있는 것처럼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투나 던전 안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쾌적한 서버 환경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 ITWorld / Bliz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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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핫스킬바가 한 칸 더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스킬 트리 세트를 여러 개 저장하는 기능도 꼭 필요하다. 무기 아이템 정보에 직관적인 DPS가, 캐릭터 창에는 전체 체력, 피해 범위, 회피율 등 간략한 정보가 요약되어 나타나면 좋을 것 같다. 

남은 우려는 반복 던전 플레이가 지겹게 느껴지지 않을지, 100레벨 달성 후 레벨 스케일링이 어떤 느낌일지, 서버 접속이 원활할지 정도다. 인스턴트 던전이나 아이템 파밍 등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용자층을 고려해서라도 던전 플레이나 맵에서 최대한 지루함을 덜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MMORPG, 최신 3D 게임 등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올드한’ 게임일지도 모른다. 익숙하고 좋아하는 다른 게임의 특징을 끌어오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더 화려하고 더 ‘손맛’ 좋은 게임도 많이 출시됐다. 그러나 장르적 특성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천사와 악마, 인간이 만든 이 희망 없는 세계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 있기를, 이미 익히 아는 그 플레이가 퇴보하지 않고 새로운 스토리로 구현되기를 기다린 사람이라면 3월 25일~27일 일반 오픈 베타에 참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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