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바이스 / 스마트폰

글로벌 칼럼 | 스마트폰, '혁신적'이라고 무조건 '유용한' 것은 아니다

JR Raphael | Computerworld 2016.03.02
마침내 2016년 첫 스마트폰 카니발이 끝났다. 카니발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난무하는 최상급 표현과 사전 판매 약속들의 흔적뿐이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가 지나가고 2016년형 대표모델이 공개된 지금,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혁신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자.

현실을 인정하자. 스마트폰 하드웨어 자체는 더 이상 별로 흥미롭지 않다. 특별히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도 아니고, 필자나 다른 사람이 꺼낸 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진실은 단순하다. 스마트폰 자체는 사실상 일용품화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세대가 넘어가도 과거(그다지 오래지 않은)와 같은 짜릿함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러한 폰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여전히 계속 발전 중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보는 이 그림은 흥미롭고 매력적인 토론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드웨어 자체는? 이제 “해볼 만한 건 다 해봤다”는 느낌도 조금 들고, 슬슬 시큰둥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다. 매년 덧붙일 놀라운 무언가는 더 이상 없는데,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계속 팔아야 한다. 새로 출시한 기기에는 여러분이 땀 흘려 번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지금 사용 중인 휴대폰도 아직 멀쩡하다 해도, 또 최신 제품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다른 무난한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 해도 제조업체는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혁신을 위한 혁신
끝없이 이어지는 난제다. 화면 해상도는 눈이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처리 성능은 필요한 정도를 한참 넘어선 지 오래고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도 식상할 정도로 많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새롭고 멋지고 매번 구입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혁신이라는 개념이 이용된다.

오해는 말자. 혁신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용 제품이라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기기가 제공하는 기능이 유의미한 방식으로 내게 이득이 되는가? 아니면 그저 혁신을 위한 혁신,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이 주 목적인 눈요깃거리일 뿐인가?

MWC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두 가지 제품은 일부 측면에서는 인상적이었지만 후자의 범주에 속하는 듯하다. 바로 삼성 갤럭시 S7 엣지, 그리고 LG G5 이야기다.

S7 엣지와 LG G5 : 두 개의 곡선과 하나의 혹
먼저 엣지부터 보자. 엣지의 기본 개념이야말로 혁신을 위한 혁신의 완벽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삼성도 멋진 곡면 유리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렇게 이미 답을 손에 쥔 상태에서 질문, 즉 모바일 기기에서 이 곡면 디스플레이의 필요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질문을 모색했다.

곡선 디스플레이가 특징인 삼성 S7 엣지

작년 갤럭시 S6 엣지, S6 엣지 플러스 리뷰에서 필자가 언급했듯이 이 곡면 디스플레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기능과 형태의 충돌이다. 실질적으로 곡면은 아무런 가치도 더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폰의 인체공학적 측면을 저하시키며 사용하기 더 불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엣지 전용 소프트웨어를 보면(올해 출시된 기기에서 더 확대된 소프트웨어 라인업을 봐도 마찬가지) 엣지의 형태와는 거의 아무 관계도 없다. 다른 아무 폰에서나 서드파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비슷하게 수행 가능한 기능들이다. 화면이 곡면인지 여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음은 G5다. G5는 그 혁신성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사실 주목을 받아 마땅하다. 기발한 분리형 디자인을 채용해 기기의 하부를 분리하고 투박해 보이는 “카메라 그립”(물리적 셔터 버튼 장착) 또는 고해상도 오디오 재생을 지원하는 증폭기 모듈(사운드 차이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값비싼 헤드폰 정도는 다들 있을 것으로 생각한 듯)을 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카메라 모듈을 장착한 LG G5 

엣지의 곡면과 마찬가지로 문서 상으로 보면 아주 멋지다. 그러나 실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부가 기능을 얻고자 추가로 돈을 지불할까? 극히 좁은 범위의 기능에만 한정되고, 이 제품 이후의 다른 휴대폰과는 결합되지도 않을 가능성이 큰 모듈을? 특히 거추장스러움과 불편함이라는 단점이 수반됨을 감안하면 가치 제안이 극히 미약하다. 아주 낮은 가격에 판매되어 “이 가격이면 속는 셈 치고 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지 않는 한 소비자를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혁신은 좋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 방법을 실험하고자 하는 의지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건 과학 전람회 출품작이 아니라, 소비자용 전자 기기다. 혁신이 현실 세계에서 무조건 유용함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소비자 제품에는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급조된 혁신과 일단 만들어 놓고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는 말장난은 필요 없다.

신기함은 단기적인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지만 기업과 그 기업의 제품이 시간의 시험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요소는 비전이다. 적어도 첫 인상으로 보면 이 두 가지 기기는 전자의 경우에 더 가까워 보인다. editor@itworld.co.kr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