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 디지털 디바이스

글로벌 칼럼 | UI 없는 유명무실 사물 인터넷 기기

Galen Gruman | InfoWorld 2015.01.15
사물 인터넷 기기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으로만 조작이 가능하다. 이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2015년 CES에는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기가 선을 보였다. 물론 대부분 기기들은 한심했는데, 이는 CES의 잘못은 아니다. 사물 인터넷과 관련한 순진한 태도가 그대로 반영된 것뿐이다. 문득 예전의 닷컴 버블이 생각난다. 당시 실리콘 밸리를 지배했던 모토는 인류가 수천 년간 답습해 온 것들을 모두 전복시키자는 것이었다. 공룡들이 전멸했던 것처럼 말이다.

불행 중 다행은, 사물 인터넷에는 일말의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일전에 필자는 사물 인터넷의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는, 사물들끼리 서로 연결되어 더욱 스마트한 기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배제한 채 IoT 기기를 조작하는 리모콘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실리콘 밸리의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리모컨 조작이 되는 커피메이커나 형형색색의 전구에 감탄하기 바빴지만, 그 중에는 네스트(Nest)의 온도조절 장치나 연기 감지기처럼 사물 인터넷의 혁신적 가능성을 잘 이해한 제품들도 간간히 있다.

사물 인터넷에 대한 실리콘 밸리의 접근 방식에는 또 한 가지 잘못된 점이 있다. 최근 부모님 집에서 사용할, 원격 조종이 가능하고 직접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살수 장치를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바로 사물 인터넷 기기에는 물리적인 UI가 있으면 안되고, 스마트폰이나 웹사이트로만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IoT 기기에는 UI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상이었다.

대부분 살수기 조작 장치는 설치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매우 복잡한 VCR 비슷한 리모컨을 쓴다. 디자인을 한 사람이 누군지 참 궁금해지는 설계다. 몇 년 전 오르빗(Orbit)에서 훨씬 더 간편한 슬라이더에 하나의 퍼 밸브가 달린 훨씬 깔끔한 살수기 리모컨 제작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지나치게 직관적이기 때문이었을까?

필자의 어머니는 현명한 분이지만, 이런 기계를 다루는 데는 영 소질이 없으시다. 때문에 원거리 조종이 가능하면서도 좀 더 직관적인 UI를 지닌 리모컨이 필요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잦은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곤 했다. 때문에 기상 정보 네트워크에 자동으로 접속해 그 날 기상 상황에 따라 살수를 결정할 수 있는 스마트한 살수기가 있었으면 했다. 또 혹시라도 어머니가 리모컨 조작에 애를 먹을 경우 필자가 원격으로 대신 조작해 드릴 수 있는 그런 기기를 원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사물 인터넷의 정수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엔 Rach.io의 Iro나 킥스타터 업체인 블러썸(Blossom), 로노(Lono)같은 곳에서 이런 스마트 살수기 리모컨을 만들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기기들 모두 공통적인 결함이 있다. 기기 자체에 UI가 없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컴퓨터를 켜서 살수 설정을 바꾸기도 어려운 일이고,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쓰려는 생각도 없으시다.

어르신들은 그렇다 치자. 정원사, 배관공, 이웃 주민들, 기술자들이 리모컨을 이용해야 할 경우, 어떡할 것인가? 결국 리모컨 계정 정보를 이들과 공유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물론 게스트 전용 계정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테크놀로지 허브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적용하긴 어렵다. 너무 복잡한데다 기술적인 요구 사항들이 많고(관련 앱을 다운받는 것부터 해서), 사용자들 중에는 이메일이나 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뭘 몰라서 이메일,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단지 물리적인 아이템에 더 관심이 많은 것뿐이다.

물론 스마트폰은 사물 인터넷 기기에 매우 적합한 리모컨이 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사물 인터넷 기기 리모콘으로 지지하는 독점 허브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에만 너무 의지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 보안 시스템이나 도어락 등 사물 인터넷 기기에 대해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을 쓰니 당연히 게스트 계정 설정하는 법도 다들 알 것이다’라고 잘못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실리콘 밸리나 샌프란시스코, 마운틴 뷰, 팔로 알토, 쿠퍼티노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도 많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점을 이해하는 기업들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두 종류의 스마트 살수 리모컨의 경우 전통적 조작 방식의 UI와 현대적 앱 및 웹 리모컨, 그리고 기상 정보에 따른 스마트 조작 변경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그린 일렉트로닉스(Green Electronics)의 레인 머신(Rain Machine)과 스카이드롭(Skydrop)의 스카이드롭 컨트롤러(Skydrop Controller)다.

예전부터 살수기 리모컨을 제작해오던 레인버드(Rain Bird)에서도 제품을 생산하긴 하지만 조작하기 불편한 VCR 형식의 전통적 UI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잠금 장치 시장을 보라. 슈리지(Schlage)의 센스(Sense) 스마트 잠금 장치는 허가된 스마트 기기가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올 경우 저절로 문이 열리는 기능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전통적 방식의 열쇠로 열고 닫을 수도 있다. 또한 핀 코드로 프로그램 할 수도 있어서 코드에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다른 이들과 가상 열쇠를 공유할 수도 있다.

즉, 이 제품은 전통적인(물리적인) 열쇠의 개념과 현대적인 잠금 장치의 개념(블루투스, 일회용 핀 코드, 리모컨 등)을 조합해 양쪽 모두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네스트의 온도조절장치 역시 앱 뿐만 아니라 기기 자체에도 인터페이스가 달려 있다. 최근 네스트 온도조절 장치는 업데이트를 통해 기기 상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했다. 스크린 상에 날씨 정보 같은 정보를 추가한 것이다. 기기 상에 인터페이스를 설치함으로써 전통적 방식의 온도조절 장치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 것이다. 즉, 네스트는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의 혁신을 동시에 이뤄낸 것이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다. 혁신이 반드시 오래된 것을 모두 갖다 버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통적인 것을 이용하고, 개선하는 것에 가깝다. 오래된 것, 전통적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기술들은 이전 세대가 이룩해 놓은 혁신과 쌓아온 경험의 산물이며, 새로운 기술이 탄생한다 해도 그 가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사물 인터넷 개발자들은 이 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VCR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ditor@itworld.co.kr
 Tags UI 리모컨 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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