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2

IDG 블로그| 레몬 시장과 유사한 보안 시장, 해법은 없는가

강명훈 | <빅데이터 분석으로 살펴본 IDS와 보안관제의 완성> 저자 | ITWorld
브루스 슈나이어는 암호화 알고리즘(Blowfish와 Twofish)을 개발한 암호학자로도, 보안업체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이끈 이력으로도 유명하지만 일반적인 (주로 기술적 이슈만을 언급하는) 보안전문가와는 다른 차원의 언행으로 특히 유명한 보안전문가다. 이런 성향의 슈나이어가 몇 달 전 다음과 주장을 했다.

"보안 산업은 레몬 시장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마치 중고차 시장과 유사하다."

레몬 시장(Lemons Market)이란 미국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rthur Akerlof)가 사용한 용어로,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저가 구매만을 시도하게 되면서 생산자 역시 저가 제품만을 공급하게 되는 시장을 말한다.

이미 2009년 <보안 연극(security theater)>으로 업계를 긴장시켰던 슈나이어가 다시 한번 업계에 논란이 될 수 있는 화두를 던진 듯 하다.

요컨대, '레몬 시장'은 전문성이 없는 소비자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 상황을 말하는데, 슈나이어 본인이 새로 합류한 기업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듯 하지만, 상당히 정확한 현실 인식이라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현 보안 시장이 레몬 시장보다 더 나쁘면 나빴지,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보안 시장 상황이 레몬 시장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레몬 시장의 경우 최소한 생산자는 생산품의 품질을 잘 알고 있지만, 보안 시장은 생산자도 생산품, 즉 보안 제품의 품질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쯤 말하면 어디선가 돌이 날라올 수도 있지만, 이는 보안 제품의 품질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슈퍼카를 만든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운전면허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 보안 관련 데이터 및 트래픽의 수집, 처리 성능이나 연관 또는 상관 분석 등의 기능 구현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과연 이런 기능들이 보안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되는가'다. 기능이 잘 동작하는데 왜 보안에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을까?

사금 채취 과정을 생각하면 쉽다. 사람이 모든 보안 관련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보안 제품을 쓰는 것처럼, 사금 채취 과정에서도 자갈 등의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기계 장비를 사용한다. 그런데 기계가 걸러준 흙탕물은 여전히 흙탕물일 뿐이며, 사람이 이 흙탕물을 계속 걸러내며 금알갱이만을 골라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사금을 채취할 수 있다.

보안 제품도 마찬가지다. 수집한 네트워크 트래픽이나 시스템 로그를 컴퓨터가 걸러준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엔 보안위협만을 골라내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의 개입없이 보안 제품, 즉 컴퓨터가 보안 위협만을 자동으로 걸러내주기를 바라는 건 '코끼리 뒷걸음질에 쥐 밟기'나 '장님 문고리 잡기', 즉 요행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실제 현 보안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보안 기술 수준을 짐작해볼 수 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시속 몇 KM까지 달릴 수 있다', '연비가 리터당 몇 KM가 넘는다' 등 측정된 수치를 이용한 홍보는 자동차 업계에서 매우 상식적인 마케팅이다(사실 대부분의 소비재 시장에서 상식이다).

요즘엔 소위 감성마케팅이란 것도 유행이지만 어디까지나 기본 기능이 충실하거나,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이 모두 평이할 때 통할 수 있다. 보안 업계의 마케팅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이런 식이다.

'최신 공격이 나타났다! 무섭지? 그런데 우리 기술은 최신이라 막을 수 있어.'

'보안은 단순히 ROI(Return on Investment)가 나올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당당히 얘기하는 보안업체 CEO를 본 적도 있다. 보안개발업체라면 '우리 제품은 몇 %의 정확도로 보안 위협을 찾아낼 수 있다'라거나, '하루에 발생하는 보안 위협의 몇 %를 처리할 수 있다' 정도의 마케팅은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안 시장은 천편일률적인 감성(?)마케팅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해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다. 보안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이용해 보안이 얼마나 향상되는지 대략적인 수치라도 '측정해본 적이 없거나', '측정해봤는데 그 수치가 형편없었거나', 아니면 '측정 범위가 너무 커서 지레 포기했거나'다.

슈나이어는 "품질을 테스트하는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방대한 측정 범위에 대한 효과적인 측정법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측정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절대온도를 발견한 윌리엄 톰슨 캘빈은 '자신이 말하는 것을 측정하지 못하고, 숫자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그것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르면서 팔고, 모르면서 사는 행위가 보안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해결책은 뭘까? 사실 필자도 잘 모르겠다. 그나마 IT 본고장인 미국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그래도 굳이 찾자면 문제를 인정하고 공개하는 것 아닐까? 자고로 병은 널리 알려야 낫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보안 연극>에서 슈나이어는 실제 안전과 관계없이 안전하다는 느낌만을 주는 조치에 대해 경고했지만, 어쩌면 '안전하다는 느낌'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게 요즘이다. editor@itworld.co.kr


2014.12.12

IDG 블로그| 레몬 시장과 유사한 보안 시장, 해법은 없는가

강명훈 | <빅데이터 분석으로 살펴본 IDS와 보안관제의 완성> 저자 | ITWorld
브루스 슈나이어는 암호화 알고리즘(Blowfish와 Twofish)을 개발한 암호학자로도, 보안업체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이끈 이력으로도 유명하지만 일반적인 (주로 기술적 이슈만을 언급하는) 보안전문가와는 다른 차원의 언행으로 특히 유명한 보안전문가다. 이런 성향의 슈나이어가 몇 달 전 다음과 주장을 했다.

"보안 산업은 레몬 시장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마치 중고차 시장과 유사하다."

레몬 시장(Lemons Market)이란 미국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rthur Akerlof)가 사용한 용어로,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저가 구매만을 시도하게 되면서 생산자 역시 저가 제품만을 공급하게 되는 시장을 말한다.

이미 2009년 <보안 연극(security theater)>으로 업계를 긴장시켰던 슈나이어가 다시 한번 업계에 논란이 될 수 있는 화두를 던진 듯 하다.

요컨대, '레몬 시장'은 전문성이 없는 소비자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 상황을 말하는데, 슈나이어 본인이 새로 합류한 기업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듯 하지만, 상당히 정확한 현실 인식이라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현 보안 시장이 레몬 시장보다 더 나쁘면 나빴지,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보안 시장 상황이 레몬 시장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레몬 시장의 경우 최소한 생산자는 생산품의 품질을 잘 알고 있지만, 보안 시장은 생산자도 생산품, 즉 보안 제품의 품질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쯤 말하면 어디선가 돌이 날라올 수도 있지만, 이는 보안 제품의 품질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슈퍼카를 만든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운전면허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 보안 관련 데이터 및 트래픽의 수집, 처리 성능이나 연관 또는 상관 분석 등의 기능 구현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과연 이런 기능들이 보안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되는가'다. 기능이 잘 동작하는데 왜 보안에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을까?

사금 채취 과정을 생각하면 쉽다. 사람이 모든 보안 관련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보안 제품을 쓰는 것처럼, 사금 채취 과정에서도 자갈 등의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기계 장비를 사용한다. 그런데 기계가 걸러준 흙탕물은 여전히 흙탕물일 뿐이며, 사람이 이 흙탕물을 계속 걸러내며 금알갱이만을 골라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사금을 채취할 수 있다.

보안 제품도 마찬가지다. 수집한 네트워크 트래픽이나 시스템 로그를 컴퓨터가 걸러준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엔 보안위협만을 골라내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의 개입없이 보안 제품, 즉 컴퓨터가 보안 위협만을 자동으로 걸러내주기를 바라는 건 '코끼리 뒷걸음질에 쥐 밟기'나 '장님 문고리 잡기', 즉 요행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실제 현 보안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보안 기술 수준을 짐작해볼 수 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시속 몇 KM까지 달릴 수 있다', '연비가 리터당 몇 KM가 넘는다' 등 측정된 수치를 이용한 홍보는 자동차 업계에서 매우 상식적인 마케팅이다(사실 대부분의 소비재 시장에서 상식이다).

요즘엔 소위 감성마케팅이란 것도 유행이지만 어디까지나 기본 기능이 충실하거나,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이 모두 평이할 때 통할 수 있다. 보안 업계의 마케팅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이런 식이다.

'최신 공격이 나타났다! 무섭지? 그런데 우리 기술은 최신이라 막을 수 있어.'

'보안은 단순히 ROI(Return on Investment)가 나올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당당히 얘기하는 보안업체 CEO를 본 적도 있다. 보안개발업체라면 '우리 제품은 몇 %의 정확도로 보안 위협을 찾아낼 수 있다'라거나, '하루에 발생하는 보안 위협의 몇 %를 처리할 수 있다' 정도의 마케팅은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안 시장은 천편일률적인 감성(?)마케팅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해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다. 보안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이용해 보안이 얼마나 향상되는지 대략적인 수치라도 '측정해본 적이 없거나', '측정해봤는데 그 수치가 형편없었거나', 아니면 '측정 범위가 너무 커서 지레 포기했거나'다.

슈나이어는 "품질을 테스트하는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방대한 측정 범위에 대한 효과적인 측정법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측정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절대온도를 발견한 윌리엄 톰슨 캘빈은 '자신이 말하는 것을 측정하지 못하고, 숫자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그것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르면서 팔고, 모르면서 사는 행위가 보안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해결책은 뭘까? 사실 필자도 잘 모르겠다. 그나마 IT 본고장인 미국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그래도 굳이 찾자면 문제를 인정하고 공개하는 것 아닐까? 자고로 병은 널리 알려야 낫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보안 연극>에서 슈나이어는 실제 안전과 관계없이 안전하다는 느낌만을 주는 조치에 대해 경고했지만, 어쩌면 '안전하다는 느낌'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게 요즘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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