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 네트워크

30주년 시스코 : 그 동안의 대담한 예언들

Zeus Kerravala | Network World 2014.12.08
시스코가 설립 30주년을 맞이한다. 시스코가 그동안 인터넷에 대해 내린 과감한 예측은 무엇이며 그러한 예측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자.

1984년 12월은 기념비적인 사건이 많았던 한 달이다. 중국의 자오쯔양 주석과 영국 마가렛 대처 수상이 홍콩 조약에 서명했고, 스포츠에서는 에릭 디커슨이 OJ 심슨의 NFL 러시 기록을 깼으며 덕 플루티가 하이즈먼 트로피를 차지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이 1위에 오르며 이후 오랫동안 군림할 팝 여왕의 등장을 알렸다. 기술 부문에서는 시스코 시스템즈가 설립되면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성장의 시대가 시작됐다.

1984년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조차 별로 없었다. 그때 필자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빅토리아 대학 신입생이었다. 필자와 같이 컴퓨터 과학 전공 학생들에게는 모두 유닉스 메인프레임의 인터넷 계정이 지급됐다. 덕분에 텔넷, 이메일(“elm”이라는 프로그램 사용), ftp를 이용했고 리드 뉴스(read news)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인터넷으로 다른 스타 트렉, 던전 앤 드래곤(Dungeons and Dragons) 마니아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당시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과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거의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시스코라는 회사는 미래를 정확히 내다봤다. 시스코는 창업 2년 후 첫 번째 제품인 어드밴스드 게이트웨이 서비스(AGS) 라우터를 출시했다. AGS는 멀티 프로토콜 라우터를 표방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80년대 후반은 IP가 독보적인 프로토콜로 부상하기 전이었다. 여러 가지 LAN 프로토콜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시스코는 서로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상이한 네트워크가 상호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시스코는 이 AGS 멀티 프로토콜 라우터를 통해 빠른 속도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추게 된 계기는 1995년 CEO 존 챔버스 영입이었다. 이후 시스코는 작은 라우터 회사에서 회계연도 기준 5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을 이루었다.

지난 30년 동안 시스코가 보여준 미래 예측 능력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라우터에 집중
현재 시스코는 라우터 시장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달랐다. 90년대 초반에만 해도 3Com, 베이 네트웍스(Bay Networks)를 비롯해 탄탄한 라우터 사업을 이끌던 업체가 여럿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라우팅 기능을 갖춘 스위치의 인기 탓에 결국 라우터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즈음 필자는 케이블트론(Cabletron)의 대변인과 대화한 적이 있는데, 그는 케이블트론이 시스코 인수를 고려했다가 라우터는 끝났다는 생각에 인수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90년대 중반이 되자 견실한 라우터 업체는 시스코가 유일해졌고 덕분에 시스코는 거의 모든 기업을 고객으로 둘 수 있었다. 지금도 브랜치 라우터는 네트워킹 업계에서 여전히 가장 경쟁이 치열한 제품이다.

IP가 독보적인 프로토콜로 부상
지나고 나서 보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필자는 IP 중심의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당연히 IP가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SNA, IPX를 비롯한 IP의 경쟁 기술에 대해 동료들과 열띤 논쟁을 벌이곤 했다. 결국 노벨(IPX), IBM(SNA)과 같이 경쟁 프로토콜을 지원했던 기업들도 IP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는 시스코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음성은 VoIP로 발전한다
시스코에게는 커다란 도박이었다. 90년대 중반, 챔버스는 궁극적으로 모든 통신이 IP를 통해 이루어지고 음성은 무료가 될 것이라는, 얼핏 무모해 보이는 예측을 발표했다. 통신업체와 루슨트, 노텔 등의 TDM 기업들은 IP는 사람들이 음성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품질과 신뢰성을 제공할 수 없다면서 챔버스의 전망을 일축했다. 챔버스의 발언에 대한 후폭풍으로 일부 서비스 공급업체가 잠시 동안 시스코와의 비즈니스를 끊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전망이 현실이 됐다. 현재 음성 서비스 비용은 거의 무료나 다름 없으며, 시스코는 오랜 시간 동안 VoIP 시장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찰
90년대 중반 챔버스는 인터넷이 “사람들이 일하고 학습하고 즐기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후에는 그 말이 시스코의 비공식적인 슬로건이 되다시피 했다. 결국 인터넷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란 의미인데, 필자와 동년배이거나 그 이상인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당시는 인터넷이 생존할 것인지조차 불확실해서 논쟁이 벌어지던 때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챔버스의 말은 정확히 들어맞고 있다. 우리는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에 인터넷을 사용하며, 시스코는 인터넷 발전의 각 단계에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다.

아키텍처를 차별화 요소로 사용
시스코는 2000년대 초반 첫 아키텍처인 AVVID(Architecture for Voice, Video, and Integrated Data)를 들고 나왔다. AVVID의 기본 개념은 시스코 제품끼리 연결하면 복잡한 배포도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엔트 투 엔드 시스코 VoIP 시스템을 설치했다. 고객이 AVVID 아키텍처가 성공을 보장한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그 믿음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때부터 시스코는 비디오,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보안, 무선, 서비스 제공업체와 기타 기술에서 아키텍처 중심의 접근 방법을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융합의 가치 활용
융합(convergence)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음성과 데이터를 떠올린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스코는 융합의 힘을 이용해서 당시 점유율 0이었던 음성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시스코가 융합형 제품으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서 단기간 내에 선도적 위치로 올라선 시장은 음성 시장만이 아니다. 시스코는 융합형 블레이드 서버/네트워크 제품인 UCS를 통해 서버 시장에서 독보적인 블레이드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시스코는 오랜 시간 동안 융합의 힘을 활용하여 보안 전략을 강화했으며, 유/무선 네트워킹의 통합은 엔터프라이즈 와이파이에서 시스코의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스코가 독보적인 네트워킹 업체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 지난 30년 동안의 예측들을 살펴봤다. 가장 최근 시스코가 내놓은 전망(네트워크 중심의 IT, 인터클라우드, 만물 인터넷, 비즈니스 성과가 주도하는 실행 모델)이 맞아 떨어지고 실제 이러한 계획에 따라 시스코가 움직인다면, 시스코는 독보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에서 독보적인 IT 업체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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