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MS 안드로이드 오피스 “생산성을 높이는 마법은 지금부터 시작”
지난 11월 7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안드로이드용 오피스의 프리뷰를 선보이며 2015년 초쯤이면 정식 발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냈다. 특히 이번에는 문서작성, 편집 등 모바일용 오피스 기능이 거의 다 무료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다지 쓸모가 없었던 이전 오피스 모바일의 모습은 잊어버려도 될 듯하다.
아이패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프리뷰 버전을 사용해 봤을 때 안드로이드용과 아이패드용 오피스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단지 두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선, 안드로이드 오피스에서는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를 통해 바로 문서를 출력할 수 있다. 둘째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원 드라이브(One Drive)와 드롭박스 가운데 하나를 저장공간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오피스 프리뷰 앱(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을 하루 동안 집중적으로 사용해 본 결과 아직 초기 버전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훌륭한 앱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텍스트 편집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앱에서 모두 비교적 일관적이었다.
그렇지만 유념해야 할 점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프리뷰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7인치에서 10.1인치 사이 태블릿만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대부분 태블릿이 해당되지만, 삼성 갤럭시 노트 프로 같은 7인치 미만의 기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프리뷰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배포됐으므로, 킨들 파이어 같은 아마존 태블릿은 루팅을 해야만 이 앱을 사용해볼 수 있다.
필자는 꽤 오래된 모델인 구글 넥서스 7을 사용하고 있다(프리뷰 앱 가운데 어느 것도 유료 오피스 365를 구독할 필요가 없었고, 기존에 유료로 묶여 있던 기능들도 다 풀려 있었다). 앱마다 약 130MB가량의 용량을 차지해 가볍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요즘 나오는 태블릿의 저장 용량이 커지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앱을 켜는데 약 몇 초 정도로 시간이 꽤 걸렸고, 인터페이스가 느려지는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는 내가 쓰는 기기가 오래됐고, 또 아직 프리뷰 버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피스 워드
안드로이드용 오피스에서 더는 유료 오피스 365를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대신 오피스에 접속하면 곧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원 드라이브 클라우드 서비스와 드롭박스에 연결된다. PC용 오피스 앱에서는 파일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고 가정하는데, 안드로이드 오피스 앱들 역시 최근 문서를 찾을 때는 원 드라이브를 먼저 검색한다.
안드로이드용 워드에는 스무 개의 서식이 있다. 단순한 편지나 이력서 형식에서부터 카탈로그까지 다양하며, 아무것도 없는 공백 문서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번에 하나의 서식만 사용 가능하다. 일단 문서를 열면, 소프트 키보드를 사용할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유니버설 모바일 키보드(Universal Mobile Keyboard) 같은 솔루션을 사용할지 선택하게 된다. 유니버설 모바일 키보드는 넥서스 7에 꼭 맞는 자판이었다. 불행하게도, 가로 모드에서는 반드시 하드웨어 키보드가 있어야 했는데, 소프트 키보드에 의지하다가는 키를 잘못 누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워드의 레이아웃은 깔끔하고, 잘 정돈됐다.
이런 단점만 제외하면, 안드로이드용 워드는 매우 편리했다. 아이패드용과 마찬가지로 자주 쓰는 기능들은 중앙, 앞에 정렬되어 있었고 나머지 복잡한 기능들은 좀 더 자세히 찾아야 하는 곳에 배치되어 있다. 특정 단어를 하이라이트 하면 “...” 박스가 나타난다. 이 박스를 누르면 해당 단어를 수정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용 워드에서는 자르기, 복사, 붙이기 기능만 사용할 수 있으며, 아이패드용 워드에서 제공하는 “단어 정의” 기능은 안드로이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삭제”도 마찬가지다. 기능들 역시 단순화된 부분이 있다. 참조 문헌(references), 메일링 기능 등은 데스크톱 버전에서만 제공된다.
안드로이드용 MS 워드 앱에서 변경 내용 추적과 코멘트를 볼 수 있다.
아이패드 때와 마찬가지로 화면 구성은 간단하다. 터치 적용 범위가 넓어 이미지 슬라이딩 및 크기조절이 쉽다. 텍스트도 마찬가지다. ‘리뷰’ 메뉴를 클릭하면 맞춤법 검사 메뉴가 있고, 변경 내용 추적과 변경 과정에서 달린 코멘트를 확인할 수도 있다. 대부분 메뉴는 아래나 옆으로 펼쳐지게 되어 있으므로 혹시라도 메뉴 크기가 작아 터치하는 데 애먹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읽기 메뉴는 데스크톱 버전보다 제한적이다. 데스크톱에서처럼 읽기 모드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창을 두 개로 나눠 문서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오피스 엑셀
필자는 주로 개인적인 재정 관리나, 사무 용도로만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했을 뿐 복잡하고 어려운 재무 분석을 위해 이를 사용해본 적은 거의 없다. 안드로이드용 엑셀이 얼마나 많은 셀을 지원하는지, 메모리 용량이 어느 정도인지 해당 정보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피벗 테이블(pivot table)을 생성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판매 총량 요약을 깔끔하게 업데이트해주는 그 고마운 기능 말이다. 프리뷰 버전에서는 피벗 테이블의 형식, 레이아웃만 수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안드로이드용 엑셀 프리뷰 앱은 상당한 수준의 수식을 제공하지만, 데스크톱 프로그램이 보다 더 정교하다.
엑셀은 세 앱 가운데 태블릿 하드웨어에 가장 많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계산 기능을 사용하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태블릿 화면에서 터치를 통해 넓은 범위의 셀을 하이라이트 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터치 면적이 넓어도 말이다.
서식 역시 제한적이다. 기본적인 타임 시트가 있고, 룸메이트들과 더치페이 할 때 계산하기 편한 서식, 그리고 ‘비디오 게임 트랙커(video game tracker)’가 있다. 윈도우 엑셀에서처럼 외부 데이터 소스를 가져오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적어도 앱 내에서는 보다 더 정교한 수준의 수식, 도표 등을 제공하며, 몇몇은 알고리즘 면에서 매우 훌륭하다.
안드로이드용 오피스 프리뷰에서는 파일 내보내기가 가능하다.
아이패드용 오피스의 경우 키패드를 사용해 데이터를 입력하기가 더 쉬웠다. 안드로이드용 엑셀에서는 이런 기능이 아직 탑재되지 않았다.
파워포인트
개인적으로 파워포인트는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앱이라 생각해왔다. 다른 두 앱과 달리 PPT 파일에는 보통 텍스트는 적게 들어가고, 이미지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자 역시 다급한 상황이 되면 노트북을 꺼내 필요한 부분을 수정하기보다는 태블릿에서 곧바로 필요한 텍스트 수정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슬라이드 노트를 손쉽게 편집할 수 있으며, 메인 슬라이드 오른쪽에 저장된다.
파워포인트에서 중요한 것은 텍스트 형식, 적절한 이미지 사용, 그리고 이 둘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능력 등 크게 3가지라고 볼 수 있다(슬라이드를 넘길 때마다 효과를 주는 건 이제 유행이 지난 듯하다). 이 앱에는 24가지의 디자인 서식들이 갖춰져 있다.
각 슬라이드에는 워드에서와 비슷한 텍스트 박스가 있다. 텍스트 박스를 더블 클릭하면 글을 쓸 수 있고, 박스를 옮기거나 그래픽 크기를 조절하는 작업도 꽤 쉽다.
프레젠테이션 모드로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디지털 잉크를 통해 특정 영역을 강조할 수 있다.
슬라이드들을 한 화면 안에 놓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슬라이드가 작은 크기로 왼쪽에 쭉 정렬되며, 작업 중인 슬라이드는 중앙에 배치된다. 오른쪽에는 노트를 작성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모드로 전환해 슬라이드를 한 장씩 넘겨 볼 수도 있고, 레이저 포인터 모드나 특정 부분을 강조할 수 있는 디지털 잉크 모드도 탑재돼 있다(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해당 기능과 다른 컴퓨터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능 등은 모두 유료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MS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오픈 오피스를 비롯한 몇몇 앱들을 제외하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할 만한 앱은 없어 보인다. 안드로이드에서 경쟁자라고 할 만한 앱은 폴라리스 오피스(Polaris Office), 오피스 수트 8(Office Suite 8), 그리고 구글오피스 앱뿐이다. 이 앱들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와 비슷한데, 첫인상은 간단하지만, 쓰면 쓸수록 숨겨진 유용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한컴 오피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비록 구글 플레이에서 하는 마케팅 전략은 형편 없지만(한컴 오피스가 24달러라고?), 삼성 갤럭시 노트 프로에 추가된 버전을 써보니 꽤 괜찮았다. 특히 이미지 형식 등 몇몇 기능에서는 유연성이 돋보였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서비스들 간의 탄탄하고 공고한 유대는 깨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자인 측면으로도 훌륭한 앱을 만들어냈다.
마이크로소프트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프리뷰 버전을 내려받으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위한 진정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앱”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맞는 말이다. 이전까지 앱들은 모두 어딘가 25% 부족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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