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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마이크로소프트, 잠에서 깨어나다

Scot Finnie | Computerworld 2014.11.11
IT 업계의 거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드디어 180도 선회에 성공한 듯 보인다. 여기서 선회했다는 건 재정적으로 선회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 마치 항해사 없는 배처럼 이리저리 표류해 왔다. 업계에 일어나는 온갖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처해 왔을 뿐,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다 업계를 이끌어 나가는 위치에 서지 못한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분야에서 선방하고 있다. IBM이나 HP같은 업체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우선 뛰어난 디자인과 유용성을 자랑하는 서피스 프로 하드웨어를 들 수 있다. 또한 윈도우 8에서 입은 손해를 만회하고자 내년에는 윈도우 10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몇 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역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뒤늦게 뛰어들긴 했지만,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에서도 애저의 성공으로 상용 클라우드 수익이 지난 분기에 전년 대비 128% 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클라우드는 플랫폼이 중요하고,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클라이언트/클라우드 서버를 생각해보라. 오피스 365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초기 클라우드 클라이언트 중 하나일 뿐이다. 20년 전 윈도우 95와 오피스 95에 같은 전략을 사용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물론 기업용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시장에서 오래도록 경쟁해 온 업체들이 많지만, 마이크로소프트야 말로 수십 년 간 기업을 상대로 서버와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온 기업 아닌가. 특히 IT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우 익숙한 기업이다. 기업 클라우드 컴퓨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활동 무대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야 나델라 역시 이런 방향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인 소비자 역시 기업 CIO나 기타 IT 구매자만큼이나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중요한 고객층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나델라는 여기서 ‘소비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사람들’ 또는 ‘사람’이라는 말을 쓴다. 지난 7월 직원들에게는 “업무 생산성의 재발명을 통해 지구상 모든 사람, 기관이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무 생산성이란 단어 역시 오랫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단골 마케팅 키워드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최종 사용자와의 교감은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에 초점을 맞춘 회사로 출발한 것을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윗과 IBM이라는 골리앗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 언론,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일반 고객들의 호응을 얻을 때까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또 개선했다. 오죽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은 3.0 버전쯤 돼야 완성작이 나온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던 건 그렇듯 집요하게 소프트웨어 기능과 유용성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고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 훨씬 더 돈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지점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서서히 실제 제품 사용자들이 바라는 바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스티브 발머가 CEO였던 시절,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철저히 무시한 채 기업들의 전략적 요구에 맞춘 제품만을 생산해냈다. 그리고 윈도우 Me, 디바이스 당 라이선스, 드라코니안 윈도우, 불법복제 단속 정책, 윈도우 비스타, 오피스 리본, 윈도우 8같은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 적기를 놓쳐도 한참 놓쳤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입장이 전혀 아닌 것이다.

다행히도 나델라는 때로는 개인 사용자들이 기업 사용자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특히 BYOD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단순하고, 제한적 기능만 있는 모바일 앱도 마찬가지다. 사용하기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능률적 기능과 지능적인 분석 기능을 갖춘, 기업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수백 만의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사용자의 목소리를 무시해선 안 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잘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러한 교훈을 다시 한 번 곱씹어야 한다. 앞으로 나델라는 쉽지 않은 전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가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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