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사물인터넷, '사회 혁명'으로 봐야 하는 이유

Patrick Thibodeau | Computerworld 2014.05.30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 제기되는 몇몇 굵직한 질문들이 있다. 사물인터넷은 인간 육체를 한 단계 더 확장시켜줄 것인가? 사물인터넷이 과연 우리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해줄까? 혹은 그저 이를 상업화하는 일부 집단의 주머니만을 채워주는 것은 아닐까?

오는 7월 3일부터 영국의 요크 세인트 존 대학에서 열리는 사물인터넷의 철학 컨퍼런스(Philosophy of the Internet of Things conference)에서 이 같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이러한 주제에 관련해 열리는 첫 번째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직 위원 중 한 사람인 요크 세인트 존의 순수 미술 및 컴퓨터 과학 프로그램 대표 저스틴 맥키온은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몇 가지를 설명했다.

컴퓨터 과학과 순수 미술은 성격이 매우 다른 영역이지만, 대학은 순수 미술을 전공하는 모든 1학년생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필수과목으로 수강하게 했다. ‘변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맥키온은 밝혔다. 다음은 맥키온과의 일문일답이다.

컴퓨터월드 : 사물인터넷만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개최할만큼 이것이 중요한 개념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맥키온 : 컨퍼런스는 사물인터넷을 단순한 테크놀로지 혁명이 아닌, 보다 넓은 사회적 혁명으로 바라보는 동료들(요아킴 발레프스키와 롭 반 클라넨버그)과 함께 구상하고 조직한 것이다. 아직 사물인터넷의 기술 개발은 비즈니스적, 상업적 의도로 움직이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더해 테크놀로지의 사회적 측면까지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동의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월드 : 자동화가 인간 잠재력(human potential) 발현을 가능하게 할까? 반대로 인간 잠재력을 억압하는 측면은 없을까?
맥키온 : 나 역시 많이 고민해본 문제다. 산업 혁명기를 생각해보자. 인간이 수행해야 할 많은 일들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우리는 노동과 관련한 여러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자유가 경제적 문제까지 해소하진 못했다. 기계에게 일거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은 어느새 실직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즉 역사적 맥락을 되돌아보면 우리 앞에 놓인 이 새로운 진보가 단기적으로 인간 잠재력을 해방시켜 주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 혁명이 그러했듯, 좀더 장기적으로는 사물인터넷 역시 우리의 잠재력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바로 지금이 이런 철학적 논의를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 본다.

이러한 논의가 사물인터넷을 일부 사업가가 아닌, 이 세계의 더 많은 시민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는 존재로 거듭나도록 하는 주춧돌이 되리라 믿는다.

컴퓨터월드 : 사물인터넷으로 인해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는 없나?
맥키온 : 지금까지의 많은 기술적 혁신들이 그러했듯, 사물인터넷 역시 우리가 기계와 맺는 관계를 분명 변화시킬 것이다.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급격한 확산을 경험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사회적, 정치적 측면에서의 새로운 적응 방법을 찾아가고 있지 않은가?

컴퓨터월드 :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맥키온 : 테크놀로지의 기능성은 우리가 좀더 쉽게 일을 처리하고,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더 잘 성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우리의 뇌가 도구를 독립된 개체가 아닌 우리 신체의 일부로 인식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기계와 우리 사이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친밀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물인터넷은 기계, 인공지능과의 작업 경험을 보다 향상 시키는 새로운 수준의 자동화라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삶을 좀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고, 질병 예측 및 치료 역량을 개선하고, 어떠한 노동 영역을 자동화할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변화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단순히 이것의 큰 잠재력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나아가, 그것의 실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여기에 철학적 물음들을 던져보기도 해야 하는 이유다.

컴퓨터월드 : 인간이 기계, 그 중에서도 특히 로봇에 진실된 감정을 가지는 시대를 상상할 수 있나? 가능하다고 여긴다면, 기계 역시 어떠한 형태의 ‘권리'를 가져야 할까?
맥키온 : 사람들은 이미 기계와 감정적 애착을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스마트폰은 그저 단순한 기계에 불과한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기계에게 어떠한 권리를 부여해야 할까? 이런 생각에 반대하지 않는다. 이에 관한 논의를 위해선 삶과 과학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간 우리 인류가 성별, 인종, 피부색,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대해왔는지를 되짚어본다면 우리가 타자에 얼마나 편협한 존재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보면, 이런 시각은 더 분명해진다.

컴퓨터월드 : 이번 컨퍼런스가 어떤 성과를 거두길 희망하나?
맥키온 : 우리는 사물인터넷이 우리 삶에, 나아가 이 지구에 미칠 잠재적 영향력을 고민하고 논의할, 언어적, 관념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 논의는 비단 학계뿐 아니라 산업과 정치 영역의 참여도 요구되는 과정이다. 이번 컨퍼런스가 이런 목표를 향한 한 걸음이 되길 희망한다.

컴퓨터월드 : 테크놀로지를 개발, 설치, 활용하는 이들에게 그와 관련한 철학적 논의에 참여시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맥키온 : 간단하다. 단순히 우리 삶을 좀더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인간의 사고와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그들과 그들의 가족, 친구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사하는 것이다. 효율성이 인간으로서 존재적 진보의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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