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컴퓨팅

“헬스케어 중심의 아이워치” 웨어러블 시장의 아이팟이 될 수 없는 이유

Jon Phillips | TechHive 2014.02.05
지난 금요일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헬스북(Healthbook)이라는 코드명의 앱이 새로이 출시될 iOS 8의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아이워치(iWatch)라는 새로운 제품군이 등장할 것이란 루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웨어러블(wearable) 기기 시장에 발 담그고 있는 이들이 신경 안정제를 찾아 서랍 속을 급하기 뒤적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애플이 어떤 신생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해당 업계의 이들에겐 언제나 그리 반갑지 않은 뉴스일 것이다. 2000년대 초반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아이팟을 모두 기억하고 있으리라. 그렇다. 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들 역시 이번 보도를 단순한 헛소문으로만 치부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 기사의 작성자가, 지금껏 애플 관련 루머 포착에 관해 상당한 적중률을 보여준, 마크 거먼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더욱 더.

익명의 출처를 인용하며 거먼은 헬스북 앱이 ‘걸음 수나 칼로리 소모량, 운동 거리 등의 건강 통계를 모니터링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능만 봐서는 일반적인 활동 기록 기기들과 별반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거먼의 기사에 따르면 아이워치는 혈압이나 수분 공급상태, 심박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까지 갖추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9to5Mac의 기사에 실린 토드 해밀튼의 아이워치 콘샙 이미지. 종형 스크롤 아이콘이 표현되는 심플한 밴드 형태이며 건강 정보 추적 앱이 기본으로 내장되어있다. 보다 많은 정보는 해밀튼의 블로그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제한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신체 활동 기록 기능
신체 활동을 기록하는 기기들 중에는 이미 심박수를 측정해주는 것들이 많이 있다. 베이시스(Basis)에서도 현재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엡손(Epson)사 역시 펄센스 리스트밴드(Pulsense wristbands)에 심박수 측정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베이시스나 바디미디어(BodyMedia)의 기존 기술 중에도 발한(perspiration) 정도를 모니터링 해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칼로리 소모를 측정하기 위한 것일 뿐 수분 공급 상태까지 알려주지는 못한다. 혈압을 측정해주는 손목 밴드도 시중에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크고 거추장스러운데다 일반 의료기기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애플이 피부에 닿기만 해도 간단히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기적적으로 만들어 낼지도 모르지만, 2014년 현재 그 정도의 미니어처화가 가능할 지 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베이시스의 리스트밴드는 심박수를 측정해주긴 하지만 모양이 투박해 애플이 추구하는 디자인과는 전혀 맞지 않으며 혈압을 재는 기능이 없다.

베이시스의 CEO 제프 홀로브는 이메일을 통해 “올 해 후반기에 출시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아이워치에 거먼이 얘기한 것과 같은 기능들이 들어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근 떠도는 루머에 따르면 이 소프트웨어는 유저가 입력한 정보에 덧붙여 전문 의료 기기로부터 수신한 데이터를 모두 통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동안 애플이 걸어온 길을 보면 언제나 디자인, 크기, 배터리 수명 등을 중요시했으며 실험적 기술보다는 이미 입증된 기술을 선호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봤을 때 애플이 지금 떠도는 루머와 같은 기기를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거먼의 이야기도 영 뜬구름 잡는 소리만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애플이 새롭게 출시할 웨어러블 기기는 좀 더 색다른 건강상태 체킹 센서를 이용할 것이라 ‘보여진다.’ 그가 불완전한 정보에 기초해 예측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설령 애플의 신제품이 기본적 기능만 갖춰서 출시된다고 할지라도, 과연 스마트워치 및 활동 기록 기기 회사들이 안심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애플이 내놓은 웨어러블 기기는 그 즉시 대중의 관심을 끌며 그 분야에 있어서 한동안 스타 제품의 자리에 등극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팟이 당시 경쟁 MP3 제품들을 모두 말살시켰던 것과는 달리, 애플의 아이워치는 경쟁 웨어러블 제품들을 한방에 다 끝장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글이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을 리 없다
2001년 후반 애플이 처음 아이팟을 출시했을 때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건 애플의 상대가 되지 않는 허접하고 기능 미달의 제품들이었다. 초기 MP3 하드웨어 시대에 그나마 이름을 날린 크리에이티브 랩스(Creative Labs)와 다이아몬드(Diamond)역시 주류 브랜드 정체성을 지닌 소비자 일렉트로닉스 제품 거물은 아니었다. 다른 업체들은 말 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시장엔 구글이 있고, 삼성이 있으며, 소니와 LG도 있다. 모두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특히 구글의 든든한 자금력과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력, 플랫폼 환경 때문에라도 애플의 아이워치가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현재는 구글 글래스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지만, 구글 나우(Google Now) 리스트밴드야 말로 구글의 웨어러블 중 가장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가격도 싸고, 단순하며, 애플의 아이워치와는 전혀 다른 제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시간 이벤트와 완전히 동기화된 구글 나우 카드(Google Now cards)를 보여주기에 딱 적합한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가격까지 99달러인 리스트밴드가 출시되는 것이다. 구글의 리스트밴드를 통해 현장학습 정보, 네비게이션 방향 정보, 친구들과의 약속 등 다양한 일정을 리스트밴드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OK 구글” 음성 인식으로 원하는 정보를 필요할 때마다 불러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사실상 구글과 애플은 서로 다른 방향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구글은 검색과 정보를, 애플은 건강과 피트니스를 중점으로 기기를 내놓을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제품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애플이 혼자 시장을 독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거먼의 글 어디에도 아이워치가 헬스케어에만 주력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없다. 애플의 아이워치에 아마도 음악 재생 기능과 아이폰 알림 기능, 그 밖에도 많은 기능들이 추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MP3 플레이어의 경우 음악 재생이라는 한 가지 기능만이 중요했던 반면,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매우 폭 넓고 선택적인 기능들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한 기기에 다 담으려고 욕심을 냈다가는 너무 조잡해 지는 데다가 허접한 UI에 너무 많은 것들을 끼워 넣으려고 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삼성 갤럭시 기어의 애처로운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을 참고해도 좋다). 따라서 제품마다 강점이 있게 마련이므로 경쟁 제품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애플,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만일 애플 아이워치의 주력 분야가 건강 관리라는 말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인다 치면(거먼은 건강 및 피트니스 관리 기능이 iOS 8의 ‘주요 기능’이 될 것이라 말했다), 애플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낯선 영역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애플이라면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자재로 적응이 가능할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의료 분야가 워낙 애플의 현재 제품 라인업(미디어 소비, 콘텐츠 제작, 캔디 크러쉬 사가까지!)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팀 쿡과 애플도 전문 지식을 가진 의료 산업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혈압 측정이나 혈당 측정(거먼의 글에는 혈당 측정 기능도 언급되어 있었다)처럼 한 사람의 생사 여부를 결정할지도 모르는 기능들을 탑재해 제품을 만들려면 아무리 애플이라고 해도 깊은 전문 지식을 갖춘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의료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분석해온 포레스터(Forrester)의 애널리스트 JP 가운더는 루머가 돌고 있는 아이워치와 같이 의료 산업에 초점이 맞춰진 도구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필자와의 이메일 대담을 통해 가운더는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는 표준적 의료 시스템에 꼭 필요한 존재다. 의사들은 이를 통해 치료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 웨어러블 기기의 활용 분야를 단순한 피트니스용 기기 차원을 넘어선 보다 넓은 영역으로까지 확장 시키는 역할도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운더는 안과 보험사인 VSP와의 협력을 통해 시력 나쁜 이들을 위한 구글 글래스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구글의 영리한 행보를 언급하며 “애플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기업이라면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다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병원이나 의사, 보험사, 기업 복지 프로그램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금요일 우리 귀에 들어온 헬스북 앱 혹은 아이워치 관련 루머만으로 애플의 스마트워치/피트니스 기기 시장 진출이 코 앞에 다가왔음을 점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그들이 ‘완벽한'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일 다른 시나리오는 여전히 다양하다). 혹 그들이 진짜로 관련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해당 생태계의 적극적인 지지 없이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아이워치가 제2의 아이팟이 되진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술적 난관 때문뿐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기회를 납득시키고 산업 관계자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 역시 하나의 기업이 감당하고, 실제로 성공을 거두기엔 복잡한 측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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