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장 침체로 어려움에 빠져 있던 PC 업체들은 1년여 동안 윈도우 8에 대한 반감이 사그라지고 사람들이 다시 윈도우 PC 구매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사용자들이 윈도우 8 PC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더 확실히 깨닫고 있다. 그리고 3대 PC 제조사인 델과 HP, 레노버의 최종 선택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대안이 낼 수 있는 수익이라는 것이, 이미 마진이 낮기로 유명한 윈도우 PC보다 더 적다는 것이다. 인텔 역시 PC 칩 판매량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전통적인 PC 제조사에 자사의 안드로이드용 x86 버전을 이용해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생산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인텔조차도 x86 기반의 안드로이드에서 얻는 수익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CES 2014에서는 에뮬레이션 또는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윈도우 PC인 'PC 플러스'(PC Plus) 시스템이 등장했다. 이른바 ‘윈드로이드'(Windroid)의 등장이다.
사실 PC 제조업체 자신들도 새로운 윈도우 8용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제품이 나오게 된 과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메트로 앱이 부족해 윈도우 8 PC에서 터치 화면을 사용하지 않는다’ > '그렇다면 그 공백을 안드로이드로 매우면 어떨까?’ > 그럼 300달러짜리 안드로이드 태블릿보다는 800달러짜리 PC를 파는 게 낫겠군!'
하지만 이 논리는 매우 불편한 진실을 간과하고 있다. PC 시장이 가진 문제의 해결책이 안드로이드라면 사용자들은 그냥 안드로이드 기기를 구매할 것이다. 사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사용하게 매우 단순하고, 사람들이 아이패드(iPad)를 구매한 것도 사실은 같은 이유였다.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가능한’ PC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미국 가정에 태블릿이 한 대씩은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태블릿은 가볍고 장소에 제한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배터리 사용 시간도 길어 PC보다 더 편리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PC를 사용해 처리하는 작업 대부분을 태블릿에서도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윈드로이드의 문제점이 있다. 사람들은 하나의 기기를 사용할 때 윈도우 데스크톱에서 메트로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을 불편해한다. 환경을 바꿀 때마다 터치 가능 여부, 단축키 사용 여부 등이 모두 바뀌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에 또 다른 UI인 안드로이드가 추가되었다. 하나의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전환할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같은 물리적 환경에서 이런 일을 일어나는 것을 반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같은 물리적 환경이 완벽하게 자연스럽지 않을 때는 더 그렇다. 윈도우 8 터치 화면 PC의 디자인 단점 중 하나는 수직적이며 사람들이 손을 뻗어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는 이상한 자세로 팔을 들고 있어야 하는 터치 화면의 사용 방식이다. 메트로 앱은 어색하기는 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로 제어할 수 있어 사용자들은 노트북 또는 PC에서 이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앱은 수평적인 터치 환경에 맞추어 개발되기 때문에 불편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윈도우 PC에서 안드로이드 앱 환경으로 바뀌면 사용자들은 인체공학적이지 못한 사용자 경험이 직면하게 된다(이번 CES에서 발표된 안드로이드 전용 PC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즉, 윈드로이드 PC는 윈도우 8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실패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며 단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에뮬레이션이 맥에서 윈도우와 리눅스를 실행하는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 형태로 효과가 입증됐다고 반박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맥 사용자들이 패러럴즈 데스크톱(Parallels Desktop)과 VM웨어 퓨전(VMware Fusion) 같은 툴을 사용하는 이유를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단일 데스크톱 OS에서 다른 OS로의 전환(윈도우에서 OS X)이 매우 간단하고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앱이 윈도우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테스트하는 목적도 있는데, 기기 한 대로 모든 버전의 사이트나 앱을 시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개발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즉, 대부분 사람들은 윈도우 세계에서 안전하게 탈출하기 위해 데스크톱 가상화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반면 안드로이드로는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PC에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면서 더는 PC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PC로부터의 이탈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이다.
반대로 태블릿을 사용할 수 없을 때 PC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다면 사용자들은 약간 편리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극히 미미한 이점이라 할 수 있다. 혹시 PC 플러스의 진정한 목적이 윈도우에서 안드로이드로 전향하는 사용자들을 돕고 PC 제조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적정 수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구글과 손을 잡는데 일조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흥미롭지만 이런 전략은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매우 아마추어적이다.
첫째, 사람들은 어쨌든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구매하며, 주요 PC 제조사들 모두 이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들은 윈도우 데스크톱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더 훌륭한 안드로이드 기기와 관련 앱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싶어한다.
둘째, 사람들은 다른 것을 위해 단일 OS의 장점을 이미 잘 알고 있으며 가능한 유지 하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스타(Vista)가 출시된 이후로 지난 5년 동안 맥이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윈도우에서 다른 데스크톱 OS로 전향하려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아이패드 판매량 대비 맥 판매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금은 하나의 PC 플랫폼에서 다른 PC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상자 컴퓨팅에서 더 개인적인 컴퓨팅으로 전환하는 시기라는 판단이다. 물론, PC와 맥은 살아남겠지만, 개인용 컴퓨터라기 보다는 공유 워크스테이션의 개념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은 윈도우 8이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누구도 윈도우 8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다음 윈도우 버전에서 부자연스럽게 합쳐진 윈도우 8의 일부 기능이 다시 분리되고 전체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사실 PC 제조사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윈드로이드 PC 플러스 전략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본다. 만약 PC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로 전락한다면 지금보다 사세가 매우 축소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용자들은 델, HP, 레노버, 인텔 등의 수익에 대해서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 그냥 필요한 툴을 원하고 구매할 뿐이다. PC 제조사들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사실 하나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