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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World 용어풀이 |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박상훈 기자 | ITWorld 2013.11.27
얼마 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머리에 헬멧처럼 디스플레이를 쓰고(?) 게임을 하는 장면이 등장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주변 빛을 차단하고 눈앞의 모든 시야를 꽉 채운 게임 공간에서 총을 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몰입감이 느껴집니다. 이와 같은 기기를 HMD라고 합니다. Head-Mounted Display 또는 Helmet Mounted Display를 줄인 말인데 헬멧의 일부로 착용하거나 아예 머리에 쓰는 형태의 디스플레이 장치를 의미합니다.


소니의 HMD 신제품 'HMZ-T3W'

전통적인 HMD는 렌즈나 반투명 거울이 부착된 헬멧이나 글래스, 모자 형태의 기기에 한두 개의 소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형태입니다. CRT나 LCD나 LCos, OLED 등을 작게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소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방식에 따라, 하나를 이용한 ‘단안 HMD’(monocular HMD), 두 개를 이용한 ‘쌍안 HMD’(binocular HMD) 등으로 구분합니다. 해상도를 높이고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기 위해 소형 디스플레이를 여러 개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현실의 외부 모습과 컴퓨터 이미지를 함께 보는 새로운 방식의 HMD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HMD는 단지 컴퓨터 영상만 보여주느냐, 현실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는냐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HMD 대부분은 컴퓨터로 만든 가상 이미지(virtual image)만 보여주지만, 일부 HMD는 컴퓨터 영상을 현실의 이미지 위에 함께 보여줍니다. 이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혹은 합성현실(mixed reality)이라고 하고 이러한 방식을 ‘광학적 투과’(Optical See-Through)라고 부릅니다. 반면 카메라의 비디오를 입력 받아 이를 컴퓨터 그래픽과 결합하는 것을 ‘비디오 투과’(Video See-Through)라고 부릅니다.

세계 최초의 HMD는 지난 1968년 하버드 대학의 이반 에드워드 서덜랜드 교수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개의 모니터로 3차원 그래픽을 표현했고 사용자의 방향을 인식해 모니터 속 이미지가 바뀌었습니다. 그는 이 공간을 ‘가상 세계’(Virtual World)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러나 기기가 너무 무거워 천장에 연결해야 했고 이렇게 만든 가상현실도 단순히 선으로 이뤄진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이후 HMD의 활용 영역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군사, 소방, 의료, 비디오 게임, 자동차 경주,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HMD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HMD 활용분야는 아마도 군사용일 것입니다. 헬리콥터나 전투기 조종사의 비행 헬멧에 통합되거나 혹은 보호안경이나 나이트 비전 기기 등에 도입됐습니다.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했던 아이언맨의 헬멧을 떠올리면 됩니다. 실제로 미국은 HMD의 군사적 활용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릿아이(Liteye)가 미군 표준 헬멧에 부착할 수 있는 경량 방수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고 뷰직스(Vuzix)도 군사용 HMD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작전 중에 현실의 화면 위에 다양한 전술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릿아이가 개발중인 군사용 HMD

하지만 가장 기대를 모으는 활용 분야는 역시 3D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지난 1994년 CES에서 첫 상용 HMD인 ‘포르테 VFX-1’(Forte VFX-1)을 공개한 이후 많은 업체들이 입체 화면과 3차원 방향 인식, 스테레오 사운드를 지원하는 HMD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CES 2012에서 공개된 고글 형태의 ‘센식스’(Sensics)를 비롯해 칼 자이즈(Carl Zeiss)의 시네마이저(Cinemizer), 뷰직스의 스마트 글래스 ‘M100’ 등이 유명하고 국내 업체인 아큐픽스의 HMD인 ‘마이버드'(mybud)도 있습니다. 마이버드는 가격 대비 성능으로 호평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소니의 HMZ-T 시리즈와 오큐러스 리프트(Oculus rift)입니다. 먼저 소니는 HMD 분야의 선도기업 중 하나입니다. 1997년 글래스트론(Glasstron)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제품을 개선했고 그 최신 성과가 개인용 3D 뷰어인 HMZ-T 시리즈입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3세대 모델 'HMZ-T3W’는 7.1 채널 사운드를 지원하고 무선 영상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TV 셋톱 박스나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노트북의 영상 데이터를 MHL 혹은 HDMI로 연결해 HMZ-T3W에서 재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HMZ-T는 세련된 디자인에 장점이 많지만, 가격이 139만 원입니다. 아무래도 부담이 너무 크죠. 그래서 더 저렴하고 합리적인 성능의 HMD를 추구한 것이 바로 오큐러스 리프트입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개발 자금을 모은 이 업체는 현재 개발자 킷을 300달러(약 32만 원)에 내놓았고 내년에 일반 소비자용 버전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더 가격을 낮추고 가볍게 만든다고 합니다. 특히 이 제품 개발에는 유명 게임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대중화된 첫 게임용 HMD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영어 이외에 한국어를 지원하는 것도 특이합니다.

HMD는 아직은 다소 생소한 제품이어서 성능 비교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쌍안 HMD를 기준으로 두 눈에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 입체 효과를 내는 것인데, 이 서로 다른 이미지 채널을 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제조 비용과 현실감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몰입감을 결정하는 또 다른 중요 요소는 바로 화각(Field of view)입니다. 인간의 화각은 180도 정도지만 HMD 대부분은 이보다 훨씬 작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화각이 몰입감의 정도를 결정하는데 소비자용 HMD의 화각은 30~40도이고 전문가용은 60~150도입니다.


현실과 가상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는 형태의 HMD인 구글의 구글 글래스

해상도도 HMD의 핵심 사양입니다. 전체 픽셀 수는 컴퓨터 모니터 사양으로 계산하고 픽셀 밀도는 단위면적당 픽셀 수 혹은 픽셀당 분각으로 표현합니다. 보통 60픽셀/도(1분각/픽셀)이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한계 해상도인데 HMD는 10~20픽셀/도 정도입니다. 또 하나, 많은 업체가 화면 크기를 사양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를 일반 모니터로 환산해 계산하면 체감하기 쉽습니다. 스크린 크기를 거리로 나눈 후 2를 곱하면 60cm 앞에 있는 모니터 크기가 됩니다. 예를 들어 20m(65.6피트) 거리에서 750인치라면 750/65.6*2=22.9이므로 60cm 앞에 22.9인치 모니터를 두고 보는 것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HMD의 성능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가 '쌍안 중첩'(Binocular overlap)과 운영체제입니다. 쌍안 중첩이란 두 눈의 시각에서 겹쳐지는 지점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물체의 심도와 입체감을 인식합니다. 인간은 코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 각각 50도씩 100도가량의 쌍안 중첩을 갖고 있는데, HMD는 입체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넓은 중첩 공간을 만듭니다. 한편 일부 업체는 애플리케이션을 HMD에서 로컬로 실행할 수 있는 온보드 운영체제를 제공합니다. 안드로이드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를 통해 비디오를 생성하는 외장 기기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계 HMD 시장이 2011년 3억 4,000만 달러(약 3,600억 원)에서 2019년에는 93억 달러(약 9조 8,7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내년에는 구글 글래스가 출시됩니다. 유명 만화인 ‘드래곤볼’ 속 전투력 측정기인 ‘스카우터’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화제이기도 하죠. 구글 글래스는 기존의 컴퓨팅 경험을 완전히 바꾸는 웨어러블 컴퓨팅 첨병이자, 광학적 투과 방식의 최신 증강현실 HMD입니다. 오큐러스 리프트와 HMZ-T3W, 마이버드 신형에 구글 글래스까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지만 2014년이 HMD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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