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 태블릿

글로벌 칼럼 |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애플이 아닌 구글을 겨냥”

J. Peter Bruzzese | InfoWorld 2012.11.02
지난 금요일 필자는 올랜도의 플로리다 몰로 차를 몰고 간 다음, 애플 스토어를 지나쳐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로 향했다. 애플 스토어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가 텅 비어 있었다면 기분이 좋지 않았을 텐데, 뜻밖에도 그리고 기분 좋게도 서피스 RT 태블릿과 다양한 신형 데스크톱/노트북들이 윈도우 8과 함께 전시된 그곳은 애플 스토어보다 더욱 붐볐다. 인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출시 이벤트를 한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전시된 제품들을 만져본 다음 자리를 잡고 앉아 서피스를 두 시간 동안 만지작거렸다. 터치 커버는 훌륭했지만 필자의 경우 질감이 있는 커버가 더 좋았다. 받침대와 USB 포트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애플은 왜 이런 것을 해주지 않을까?). 실컷 보고 나서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를 나와 애플 스토어로 들어가 아이패드 미니를 달라고 했는데, 아직 입고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초 물량은 이번 주 금요일에 들어온다. 만일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필자는 미니를 구입했을 것이다.
 
서피스 RT에서 필자가 느낀 문제 중 하나는 윈도우 8과 RT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양에 규정된 16:9 비율이다. 윈도우 8이 설치된 필자의 삼성 슬레이트와 마찬가지로 너무 길쭉해 보인다. 필자는 아이패드의 4:3 비율이 더 마음에 든다. 다만 그렇게 길고 큰 덕분에 서피스에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풀 사이즈 키보드 커버가 있다. 또한 10.6형 화면과 16:9 종횡비에서 테스트한 비디오 재생 기능도 완벽했다.
 
서피스의 가격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32GB 용량에 검정색 터치 커버가 포함된 모델이 600달러다. 32GB 아이패드의 가격도 이와 같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보다는 저렴하게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도 서피스에는 USB 포트와 SD 카드 슬롯이 있으므로 100달러 더 비싼 64GB 모델을 살 필요 없이 저렴한 USB 드라이브나 SD 카드를 구하면 된다는 점이 위안이다.
 
두 시간 동안 서피스를 갖고 놀면서 끊임없이 떠오른 의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8과 서피스로 어떻게 애플과 경쟁하겠다는 생각을 했을까?’였다. 한참 후에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떠올랐다.
 
필자의 전화기를 보면서 안드로이드를 3년 동안 쓰다가 윈도우 폰으로 바꿨다는 사실이 생각난 것이다. 아이폰으로 바꾸진 않았지만(필자는 윈도우를 좋아한다) 안드로이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안드로이드는 마치 오픈소스처럼(사실 여러 측면에서 오픈소스이기도 하지만) 항상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좀더 세련된 것을 원했고 그 요구에 윈도우 폰이 완벽히 부합했다. 윈도우 폰은 기기 전체를 한 회사가 만들고, 그만큼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윈도우 스토어의 타사 앱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거기까지 생각이 나자 답은 확실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첫술에 애플을 때려눕힐 생각은 아니다. 인기 있지만 애플에 비해서는 견고하지 못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올 생각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제 막 데뷔한 권투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곧바로 챔피언과 대결할까? 아니다. 타이틀전을 벌이기 전에 먼저 하위급 선수들부터 상대하면서 경험을 쌓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를 통해 노리는 전략도 이것과 같다.
 
3분기에 2,500만 대의 태블릿이 출하됐고 이 중에서 애플이 57%, 안드로이드가 4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작년 같은 기간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29%였다. 안드로이드는 삼성 갤럭시 노트 10.1과 같은 제품의 잇단 출시 덕에 계속해서 점유율을 높였다. 킨들 파이어 HD(안드로이드 변종을 사용하므로 점유율 통계 시 안드로이드로 잡힘), 곧 출시될 넥서스 10 등 구글과 안드로이드 연합은 애플의 점유율을 더 많이 가져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로서는 뒷문 단속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할 것이다. 삼성을 비롯해 구글 진영에 있는 제조업체들이 지원하는 윈도우 8과 서피스 RT가 애플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구글의 점유율도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 관점에서는 이제 두 개의 전선에서 왕좌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게다가 애플은 이미 안드로이드 전선에서는 밀리고 있다.
 
사람들은 결국 전체적으로 더 훌륭한 태블릿을 만드는 쪽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사를 보면 승리의 요건은 제품의 절대적 우수함보다는 마케팅, 가격, 그리고 “불만 없을 정도의 품질(“최고”일 필요는 없음)”이다. 지금 상황에 비추어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그 원동력은 오피스 2013을 번들로 주고(서피스 RT에 포함됨) 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피스는 학생들에게 최적이다. 들고 다니기 쉽고 필기하기도 간편하다. 태블릿과 노트북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스마트글래스(SmartGlass) 앱을 설치하면 엑스박스도 조종할 수 있다.
 
각 플랫폼 지지자들은 앱의 수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 이번 주 구글은 플레이 스토어의 앱 수가 애플 앱 스토어와 같은 수준인 70만 개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굉장한 수치다. 그러나 그 중에서 필자에게 필요한 앱은 20개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이 20가지가 있다면, 윈도우 8 또는 서피스를 구매하는 데 있어 ‘전체 앱의 수’는 필자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총 140만 개의 앱들 중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 쓰레기 앱이 대체 얼마나 될까?
 
앞으로 1년 동안 윈도우 스토어에 얼마나 많은 앱이 추가될지 지켜보자. 그리고 각 플랫폼이 얼만큼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지도 살펴보자. 애플은 내년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구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험을 축적하면서 지금 애플이나 구글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할 것이다. 먼저 구글이 내려앉고, 그 다음은 애플 차례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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