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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애플은 아이폰 5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Jeff Ello | Computerworld 2012.09.21
강력한 아이폰에 대한 맹비난을 기대했다면 다른 곳을 찾아보기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폰에 대한 극찬을 기대한 사람들이 읽을만한 글도 아니다. 필자는 단지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필자는 윈도우 데스크톱과 노트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3개의 운영체제/기기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각각에 대해 이야기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광고도 소용이 없으며, 유행어는 짜증만 유발할 뿐이다. 무엇인가를 구매할 때는 필자에 목적에 맞는지를 무자비할 정도로 철저하게 조사한다.
 
필자는 아직 아이폰에 큰 관심이 없는데, 우선순위의 문제 때문에 애플이 외면한 시장에 속해 있는 것이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는 성능이 뛰어나며 효율적이면서도 가능하면 간단한 기기를 원한다. 하지만 애플의 모델은 간단하고 성능이 뛰어나면서 가능한 효율성을 추구한다. 그 차이가 다소 미묘하기는 하지만 이런 우선순위의 차이는 매우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사실, 애플의 성공 덕분에 필자가 원하는 기기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의 모델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간소화 우선주의"의 패러다임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애플이 팜(Palm)으로부터 채용한 아이콘 그리드는 12개의 앱을 사용하던 1996년에나 적합했지 120개의 앱을 사용하는 2012년에는 짜증만 유발할 뿐이다. 마이크로 앱 개발자 모델 덕분에 시장에는 70만 개의 앱이 유통되고 있지만, 모두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 
 
필자는 하나의 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에서 최소 24개의 사진 앱을 사용하고 있으며, 어떤 앱이 필자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는지 기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모든 앱을 일일이 실행시켜보는 번거로움을 감내하고 있다. 
 
물리 버튼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되면서 찰나의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앱을 제때에 열기가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데스크톱에서 무작위 타일을 기대할 수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윈도우 8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이 너무 실망스러워 이야기하고 싶지조차 않다.
 
애플은 모든 것이 너무나 단순해서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상황에서도 모든 것이 숨어버릴 수 있는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엄청나게 막대한 앱들이 생겨나면서 우리가 설치한 앱과 각 앱의 기능을 잊어버리게 되었고,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여기게 되었다. 오랫동안 초점이 간소함에 쏠리면서 우리는 유려함과 효율성을 가졌지만 이런 것들에 관해 망각하게 되었다.
 
그렇긴 하지만 아이폰 5는 다른 방향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놀라운 기술적 발전을 이룩했다. 정전식 멀티터치, 나침반을 가진 6축 가속도계, 고화질 카메라, 시리(Siri) 등 다양하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놀라운 것들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아이폰 5가 유명해질 수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사양의 측면에서 보자면 약정을 통해 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들과 비교해 중간 정도의 수준이다. 참으로 지루하기 짝이 없다. 소프트웨어의 측면에서 보자면 안드로이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필자는 아이폰이 뛰어난 스마트폰이며 판매 기록을 달성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단지 흥미롭지 않을 뿐이다. 사실, 흥미롭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애플은 과거 영감을 판매할 줄 아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금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애플의 현대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번잡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립된 시장을 수립하는데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 5의 경우 방어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애플은 단지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해야 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구글은 더욱 새롭고 크고 빨라진 기기들로 지쳐있는 아이폰 사용자들을 유혹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을 정비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윈도우 폰 8의 망령까지 합세하고 있다.
 
비웃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 마이크로소프트를 무시해 버리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IT를 절대로 원하지 않는 성난 데스크톱 고객층에게 타일 인터페이스를 강요하는 멍청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분명 물리적인 마우스와 키보드가 지배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이런 도박은 고무적인 일이라 말하고 싶지만, 좀 더 미묘한 접근방식을 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실용주의자인지라 무형의 자산에 넋을 잃는 사람들을 보면 매료되고 만다. 물론 그들을 선망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예전에 다년간 맥을 사용하면서 내부의 반향실과 방어적 자세가 외부인들에게 모두 드러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기업이 이런 문화를 지속할 수 있는 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이제 오랜 기다림 끝에 애플이 안드로이드가 잠시 잠잠한 틈을 타 평범한 아이폰을 출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사고방식을 요구할 시점까지도 아직 한 달이나 남은 상황이다. 기존의 고객들이 한 눈을 팔지 못하도록 2년 약정 계약으로 묶어 두겠다는 전략은 매우 뛰어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플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영감이나 기풍이 없는 전략일 뿐인 것은 사실이다. 이런 타성 덕분에 아이폰 5의 판매량은 보장되겠지만 애플이 타성에 의존해야 했던 시기는 90년대로, 이미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경쟁력 있는 제품들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애플의 제품은 항상 매력적이며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단지 아이폰 5의 단점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출시를 미뤄왔던 애플의 행보로 미루어 애플이 아이디어 또는 열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애플이 단순히 무엇인가를 내놓기 위해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은 애플의 자존심을 생각할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향후의 제품 출시 주기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영감을 잃은 애플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말도 안되게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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