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ㆍ분석 / 보안

글로벌 칼럼 | SF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프라이버시의 위기

Paul Venezia | InfoWorld 2012.04.03
지난 몇 년간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크게 늘어났다. 영장도 없는 상태에서의 GPS 위치 추적, ISP의 패킷 조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치 모든 사람이 은밀한 감시 행위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누군가를 채용하기 앞서 페이스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규칙이 바뀐 것일까? 일부 사람들이 수긍한 디지털 정보는 어떨까?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많이 들어온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가 구식이 되어버린 것일 수 있다.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 말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실험을 해봤다. 필자를 따라 '인터넷 이전의 시대(Land Before the Internet)'라고 이름을 붙인 가상의 시공간으로 여행을 해보기 바란다.
 
우리는 앨리스의 거울 나라에 살고 있나
당신은 인터넷 이전의 시대의 화창한 아침, 면접을 보러 나섰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똑똑하고 역량을 갖춘, 어떤 회사에서도 자산이 될 수 있는 그런 인재다. HR 담당자는 면접동안 연봉과 보너스, 이 밖의 사원복지 제도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채용이 결정됐다고 암시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잠시 대화를 멈추고는 화제를 돌렸다. 다소 과장되지만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참, 몇 가지 고려해야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사람 하나를 붙여 지원자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마이크로폰으로 녹음하는 것이 회사 정책입니다. 또 다른 몇 사람은 가족과 친구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확인을 하게 될 것입니다."
 
HR 담당자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이와 함께 저희가 일정과 기록, 사진 앨범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집 열쇠도 하나 필요합니다. 벽장이나 다락방에 보관하고 있는 물건들을 조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별 문제는 없겠죠?"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이전 시대의 경찰들은 일상이 따분하다. 따라서 무작위로 몇몇 사람들을 골라 미행을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미행을 할지는 정해놓고 있지 않다. 경찰은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골라 미행한다. 특정 범죄 용의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합법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람들이 어디를 들르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는지, 언제 집으로 돌아가는지 등 일상을 아주 자세히 기록해 보고서를 만든다. 또한 병원을 가는지, 아이들을 어느 학교에 보내고 있는지 등도 기록한다. 몇 달, 또는 그 이상 미행을 할 수도 있다. 또 그렇게 작성한 보고서를 영구적으로 보존한다.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는 경찰보다 더 바쁜 사람은 우체국 직원이다. 우체국으로 들어오는 편지를 하나하나 다 개봉해 읽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화국 직원 또한 우체국 직원 못지않게 바쁘다. 모든 사람의 전화를 도청해, 밤 늦게까지 내용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호를 이용해 전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의 도청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기록될 것이다. 따라서 범죄 용의자가 된다. 
 
또한 친구와 통화하는 동안, 노래 '2025년(In the Year 2025)'의 한 소절을 흥얼거린 것이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프라이버시 침해, 인터넷에선 마구잡이
물론 현실에는 이런 악몽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체국이나 전화국이 누군가의 편지와 전화를 엿보고 엿듣는다고 가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굳이 그렇지만도 않다. 많은 대형 ISP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찰은 판사의 승인 없이 무고한 시민을 미행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와 다를 바 없는 예외가 있다. 자동차에 장착된 GPS 장치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구직자나 직원들의 개인 프라이버시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들은 확인한다. 현재 이런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가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침해 자체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쉬워졌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스토리지 기술 발전은 느슨할 수밖에 없는 개인에게 귀속된 방대한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 
 
기업이나 기관들이 특정 수단이나 인력을 동원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시행위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상의 통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 디지털 감시를 정당화하는 사례가 많다. 정당화 사유는 여러 가지다. 안보와 관련된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있어서, 기업 스파이 활동의 타깃이 될 수 있는 기밀 정보를 취급하고 있어서, 또 공개가 금지된 개인 정보를 취급하고 있어서 등이다. 그리고 이들 분야에서 디지털 감시와 데이터 수집은 아주 중요하다.
 
더 나아가, 특정 기업의 직원으로 회사의 자산을 사용하고 있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중요한 계획, 혁신 기술, 지적 자산이 경쟁업체의 손에 들어가는 피해와 내부 사보타주에서 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 아래서다. 
 
간단히 말해, 당신이 페이스북이나 메신저를 통해 내부의 민감한 정보를 이야기했다면 해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건 당신의 잘못이다. 
 
반면 업무용 PC의 메신저에서 전남편을 욕했다고 해서 해고를 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심할 부분이 있다. 기업과 무관한 이런 대화조차 감시되고,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서 언급한, 회사 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명분 아래서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직장을 벗어나 개인의 시공간으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도청을 통한 침해나 강압적인 개인 소셜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 감시는 부조리한 행위다. 바늘 하나를 찾겠다고, 건초 더미를 몽땅 불태우는 것과 다름없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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