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버그'라는 용어의 기원

Computerworld staff  | Computerworld 2011.09.06
소프트웨어 에러를 설명하는 '버그(Bug)'. 이 용어를 만든 사람이 정말 그레이스 호퍼일까?
 
버그와 디버그라는 용어의 기원은, 군사용 컴퓨팅 분야의 권위자이자 컴퓨터 과학자로 미국 해군 소장을 지낸 그레이스 호퍼 여사가 하버드 대학의 마크 II(Mark II) 컴퓨터와 관련된 사고 이후 처음 사용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먼저 통설을 살펴보자.
 
1945년 9월9일, 하버드 대학의 한 기술 팀은 패널 F(Panel F)를 살펴보다가 릴레이 70(Relay 70)의 지점 사이에서 이상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나방이었다. 팀원들은 그 즉시 나방을 제거하고는 일지에 남겨놨다.
 
그리고 그레이스 호퍼가 그 밑에 '처음으로 버그(bug, 벌레)를 발견한 사례'이라고 적어 넣었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음을 설명하면서 버그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례다. 또 자연스레 디버깅(debugging)이라는 용어가 비롯됐다.
 
여기까지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통설이다. 그러나 이런 통설에는 말 그대로 버그(허점)가 많다.
 
먼저 하버드의 마크 II가 작동을 시작한 시점은 앞서 이야기의 사건이 있고 2년 후인 1947년 여름이다.  
 
또 사건이 있기 전부터 버그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 않았다면 '처음으로 버그를 발견한 사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엔지니어가 농담을 했다면 모를까 정황상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다.
 
이 밖에 그레이스 호퍼는 릴레이에 들어있던 나방에 대해 종종 언급하긴 했었지만 그녀가 나방을 발견한 장본인도 아니고 일지를 적지도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건 분명하다. 9월 9일이라는 날짜와 15시 45분이라는 시간도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버그를 처음 사용하게 된 계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발명가와 공학도들 사이에서는 릴레이에서 나방이 발견되기 100년 전에도 버그라는 말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토마스 에디슨도 이 단어를 썼다. '예일 인용어 사전(The Yale Book of Quotation, 2006)'에는 에디슨이 1878년 테오도르 푸스카스에게 보낸 서신 중 버그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나와있다.
 
'버그(작은 결함 및 어려움)가 발견됐다. 상업화에 성공하려면 몇 달 간의 감시와 연구,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가 뻔하다.'
 
언어 전문가들은 버그가 일종의 괴물, 유령, 도깨비를 가리키는 고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부가부(Bugaboo, 두려운 존재)와 버그베어(Bugbear, 서양 도깨비) 같은 모호한 형태나 부기맨(Boogeyman)처럼 훼손된 형태로 살아남은 단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도깨비나 유령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한 버그의 실제 기원이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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