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애플의 아이패드를 좋아한다. 얼리 어답터가 가장 많은 전문직이다. 이들은 아이패드를 개인적으로는 물론 업무에서도 쓰고 싶어한다. 그래서 의료 분야 IT 종사자들은 이와 관련한 보안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아이패드는 원래 소비자 위주의 기기여서 예컨대 클라이언트-서버 앱의 안정성과 환자 정보 기밀성 등을 요하는 보건 의료 분야와는 성질상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아이패드가 병원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12개 주에 걸쳐 44개의 병원을 운영하는 비영리 개신교 의료 서비스 단체인 AHS(Adventist Health System)의 존 맥렌던 수석 부사장은 “아이패드가 애플 스토어에 처음 나온 순간부터 의사들이 찾아와 기기를 무턱대고 연결해달라 했다”고 말한다. 맥렌던은 AHS 산하 여러 병원의 클리닉 및 업무 시스템을 유지 관리하는 업체인 AHS 정보 서비스의 CIO이기도 하다.
지난 몇 달 동안 맥렌던은 외부 IT 업체와 협력해 의료 분야에서 아이패드를 실용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트릭스 가상 데스크톱 솔루션을 구현한 후 핵심적인 환자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커너(Cerner)의 모바일 서비스가 개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아이패드의 보안과 관리는 AHS의 기업 데이터 보안 임원인 샤론 피니의 소관이다. 피니는 ‘샌드박스(sandbox)’라 부르는, 기능과 접근에 제한이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라 여념이 없다. 샌드박스는 아이패드의 보안 약점을 상쇄하는 제한적 보안 메커니즘이다. 피니는 “보안 측면에서 아이패드는 의사가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판단한다.
태블릿 모양에 친숙한 의료계
수많은 병원과 그곳의 보수적 성향의 IT 종사자들에게 아이패드는 갑작스러운 불청객이다. 맥렌던은 “우리는 전략 지향적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수행해왔다. 이런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데만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까지 포함해 2년 정도가 걸린다. 아이패드를 도입하는 계획 같은 건 없었다”고 말한다.
맥렌던에 따르면 다른 기업용 기기를 취급할 때와 달리 아이패드에서는 준비 기간이란 게 없었다. 아이패드의 사전 출시 모델을 입수하지 못해 적용 환경에서 이를 시험해볼 수도 없었고 따라서 이를 승인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아이패드가 언제 출시되는지조차 몰랐다.
아이패드가 애플 스토어에 모습을 드러내자 의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를 사들였다. 모바일 디바이스 관리 업체인 굿 테크놀로지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해 9월부터 12월의 기간 중 의료 분야의 아이패드 활성화 건수가 눈에 띄게 급감했다. 그 이전의 기간, 그러니까 아이패드를 시판 초기에 구입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빚어진 급감 현상이다.
굿 테크놀로지의 기업 전략 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인 존 헤레머는 “의료 분야가 아이패드에 유난히 빠른 반응을 보였다. 대기 수요가 폭발적이어서 출시 초기에 판매 급증 양상이 나타났고 그 후 추세가 잦아들었다”고 설명한다.
의료 분야에서 아이패드 도입이 폭발적인 양상을 띤 데는 의사들이 태블릿에 친숙하다는 점도 한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예컨대 AHS의 산하 병원에서는 파나소닉 터프북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 태블릿과 아이패드는 적어도 보안 측면에서 볼 때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게 피니의 설명이다.
아이패드의 보안 문제
AHS의 병원 네트워크는 보안이 잘 되어 있어 터프북 등의 기기에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통신을 하고 앱에 접속하는데 문제가 없다. AHS는 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모든 기기를 중앙 관리식으로 운영한다. 예컨대 피니는 여러 수단을 사용해 기기를 잠금 상태로 만들 수 있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고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고 네트워크에서 제외할 수 있다.
피니는 “노트북이나 워크스테이션 같은 기기라면 애플리케이션 접속 권한을 한정할 수 있다. 기기의 저장 기능이 검증되지 않았고 보안 측면에서 안전하지 않다면 데이터를 저장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패드는 그게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아이패드를 기어이 업무용으로 쓰겠다고 한다. 그래서 일정 보안 수준을 갖춘 ‘샌드박스’라는 미드티어(mid-tier)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계획 상으로는 올해 1분기 내에 AHS 산하 모든 병원에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돼 있다.
피니는 ‘샌드박스’ 네트워크로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기기를 파악할 수 있어 트래픽 수준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대역폭과 성능 관점에서 서비스 수준에 대한 보장을 할 수 있다.
피니는 “보안 툴의 표적을 이 세그먼트로 정의해두면 이를 감시하고 검사할 수 있다. 어떤 기기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는 소지자가 누구인지 적절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AHS는 지난 봄에 굿 테크놀로지의 툴을 도입해 아이패드를 관리하고 있지만 애플 iOS용 엔터프라이즈 관리 콘솔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피니는 “굿 테크놀로지의 일부 툴은 OS가 제공하는 기능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서 “애플 OS와 안드로이드의 경우 기기의 연결을 설정하고 보안을 적용할 수 있는 기본 기능에 대한 표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입 예정인 아이패드 앱
AHS의 의사들이 아이패드에서 쓰고 싶어하는 가장 중요한 앱은 커너(Cerner)이다. 의사들은 매우 복잡한 윈도우 앱인 커너에서 온라인 차트를 실시간 환자 정보와 함께 조회하고 자료를 입력하고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커너에는 아이패드용의 앱이 없다. 커너 개발자들은 모바일 앱 버전을 현재 마무리하는 중이고 AHS는 이를 3월에 평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커너 앱은 마우스와 함께 사용하도록 만들어졌고 이의 복잡한 지시 시스템은 대형 화면에 맞춰 설계돼 있다. 10인치 아이패드 화면에서 시트릭스 클라이언트를 이용하자면 데이터를 입력하기도 까다롭고 두 손가락을 넓혔다 조였다 해가면서 이미지 크기를 조정하는 것도 번거롭다.
맥렌던은 “이 애플리케이션은 아이패드의 폼-팩터와 맞지 않는다”면서 “시트릭스를 통해 커너를 사용하는 게 현재까지는 최신의 기술이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아이패드를 소지한 의사는 샌드박스 네트워크에 들어와 커너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게 만족스러운 경험은 아닐 것이고 아울러 보안된 네트워크 상에서 이전에 누렸던 각종 통신 권한과 데이터 및 앱에 접근도 불가능할 것이다.
맥레던은 “아직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그러자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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