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팅 없는 미래 컴퓨터 기술 '한 걸음 가까이'
UC 리버사이드의 물리학자들은 비휘발성 메모리(nonvolatile memory)와 로직을 결합하여 컴퓨터 부팅과정을 없앨 수 있는 “스핀 컴퓨터(spin computer)” 개발에 돌파구를 최근 마련했다.
연구진이 약 5년 이내에 현실화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는 이 새로운 트랜지스터 기술은 전력 소모량을 줄여 궁극적으로 컴퓨터, 모바일 전화기, 기타 전자 기기들이 항상 켜져 있을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획기적인 기술은 UC 리버사이드의 과학자들이 흑연(graphite)의 아주 얇은 층인 그래핀(graphene)이라는 레지스터 물질에 회전 전자(spinning electron)을 주입하는 것에 성공함에 따라 구현됐다. 여기서 그래핀의 두께는 원자 하나 정도이다.
이 과정은 “터널링(tunneling) 스핀 주입” 과정이라고 불린다. 이는 그래핀 안의 전자를 눕혀 데이터 비트 하나를 표현한다.
그래핀에 여러 비트를 주입하면 이들은 비휘발성 상태(전기가 필요 없는 상태)에서도 저장될 뿐만 아니라 그래핀의 자체 계산에도 사용될 수 있게 된다.
위 그림에서는 절연재가 사용되지 않았을 경우의 전자의 흐름(점선)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자 스핀 분극(spin polarization)은 산화 마그네슘 절연재가 사용되었을 때 가장 크게 향상된다(이미지 출처: 가와카미 연구소, UC 리버사이드).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과학자들은 컴퓨터 CPU와 하드 드라이브나 SSD와 같은 대량 저장 기기 간의 시스템 버스에서 만들어지는 I/O 병목현상, 즉 폰 노이만 병목현상(Von Neumann Bottleneck)으로 알려진 현상이 없는 칩을 만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과학자 중 한 명인 UC 리버사이드의 물리학과 천문학 조교수인 롤랜드 가와카미(Roland Kawakami)은 터널링 스핀 주입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칩의 클럭 속도가 오늘날의 프로세서보다 “몇 천 배”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난제 중 하나는 전자를 자기장으로 뒤집어 0이나 1을 나타내는 비트로 바꿀 수 있는 저전력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
현재 그래핀 스핀 기술이 동작하려면 DRAM이나 SRAM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고 가와카미는 말했다.
가와카미는 “필요 에너지를 낮출 수 있다면 이를 실현하는 회로의 크기도 낮출 수 있다”라며 “현재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메모리에 일종의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전기회로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전기 공학자들의 일이 될 것이다.
가와카미의 팀은 전자를 근본적으로 해방하여 전자들이 분극화되고 “스핀”이라고 불리는 방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도체 레이저를 사용해왔다.
전자들은 “스핀 업”되거나 “스핀 다운”될 수 있으며 현재의 전자공학 기술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일단 전자들이 분극화되면 그 후 계속 칩에서 해당 장소에 머무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그래핀은 실질적으로 거의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가와카미는 “그러므로 이는 매우 빠르고 내구성이 강한 종류의 메모리다. 원자를 움직이는 셈이다. 거대한 자기장이 없다”라며 “5년 내에 실제 기기에의 구현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가와카미의 팀은 전기적인 스핀 주입을 통해 강자성 전극을 그래핀으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비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전자의 스핀 수명은 이론적인 수치보다 수천 배나 짧다. 가와카미는 “스핀 수명이 길수록 더 많은 계산 동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핀 수명이 높을수록 좋다”라고 말했다.
가와카미의 팀은 “터널 장벽”으로 알려진 나노미터 두께의 절연층을 강성 전극과 그래핀층 사이에 사용하여 스핀의 수명을 늘릴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스핀 주입 효율이 극적으로 증가했음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가와카미는 “우리는 절연재를 거쳐 그래핀으로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스핀 주입 방식의 효율성이 30배나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스핀 계산에 대한 연구 단계는 1950년대에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옮겨갈 때와 비슷한 단계다.
일단 트랜지스터 하나가 만들어지면서 현대 컴퓨터에 대한 봇물이 터지게 된 것처럼 약 5년 이내에 스핀 계산 트랜지스터가 만들어지면 업계의 지원이 많아지고 소비자용 제품이 10년 이내에 뒤이을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3명의 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 가와카미의 팀은 처음으로 전자를 그래핀을 통해 운반하는 회로를 설계하고 있는 동 대학의 전기 공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그래핀은 이번 달 초 이것이 가장 얇고 강한 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낸 과학자가 물리 노벨상을 받으면서 폭넓게 알려졌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자 현미경으로 보면 육각 철조망(chicken wire)나 격자 모양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스핀 전자의 개발은 온전히 메모리를 향해서 이루어져 왔었지만 2년 전에 라이스(Rice) 대학의 또 다른 연구 그룹은 10 원자 두께밖에 안 되는 흑연 층으로 만들어진 데이터 저장 매체를 선보였던 바 있다.
이 기술은 현재의 NAND 플래시 메모리 용량보다 몇 배나 큰 용량을 제공할 능력이 있으며 섭씨 200도의 온도와 고체 상태의 디스크 메모리를 해체시킬 수 있는 방사선에 견딜 수 있다. 이 기술은 예를 들어 끊임없이 태양 방사선을 받는 위성 등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터널링 스핀 주입의 계산 능력을 메모리 측면과 결합하는데 집중한 과학자들은 이제 제대로 된 물질을 얻게 되었다는 희망에 차 있다.
가와카미는 “이제까지는 제대로 된 물질[그래핀]을 얻을 수 없었고 또 한편으로는 회로 계산 설계 개념이 없었다. 이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같다. 한 쪽이 개발되어야 또 다른 쪽의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라서다”라고 말했다. edito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