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H-1B 논란, 학생 비자 연장 두고 법정 싸움 본격화
<IDG KOREA> 미국 부시 행정부와 H-1B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세력 간의 싸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H-1B 프로그램의 반대세력은 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불공정한 구직 환경과 임금 삭감, 차별 확대, 해외 아웃소싱 촉진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법정에서 증명하고자 한 것이 바로 지난 5월 프로그래머 길드와 이민개혁법기구 등이 부시 행정부의 학생비자 연장 정책에 대해 제기한 소송의 핵심이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 내 대학을 졸업한 과학과 기술 분야 졸업생에 대해 학생 비자로 29개월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했다. 기존에는 1년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이번 소송은 이러한 기간 연장이 기존 H-1B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행정부도 법적 권한을 넘는 조치를 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8월 미국 뉴저지 지방법원 판사는 기간 연장을 임시적으로 중지해 달라는 요청을 기각했는데, 미국 행정부가 원고가 법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소송의 핵심은 미국 내 기술 근로자들이 외국인 학생들이 취업 비자없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해주는 부시 행정부의 결정으로 실질적인 손해를 입었는가로 요약된다.
정부측은 최근 제시한 자료를 통해 원고들이 주장한 손해는 이론적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고측은 이전 판례를 볼 때 “경제적인 경쟁 상황은 실제적인 손해”라고 주장했다. 원고측은 여기에 덧붙여 학생비자의 연장은 원고측의 분야에만 한정된 것으로, 이는 “손해가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 4월 H-1B 지원자들의 요청을 받아 연장 비자를 발급했는데, 이는 비자기간이 끝나가는 학생들을 고용한 기업들 때문에 급박하게 이뤄진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당시 이런 조처에 대해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를 설명하는 것과 같은 무시무시한 어조를 사용해 이런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국익에 심각한 손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생비자의 기간을 연장하게 된 것은 제한된 연간 H-1B 비자 수의 압박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미국의 H-1B 비자 발급수는 8만 5,000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석사 학위자 2만 명을 제외하고도 그 수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학생을 고용한 기업들은 H-1B 비자를 신청할 수 없게 되어 이들의 비자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원고측이 제기한 주장 중의 하나가 정부의 비자 정책이 미국 시민이나 영구 거주자들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주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고측은 학생비자로 일하는 근로자는 사회보장과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즉 고용주가 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 현재 미국의 사회보장과 의료 세율은 6.3%와 1.45% 정도인데, 이를 통해 기업들은 7.65%의 세금을 합법적으로 아끼고 있다는 것이 원고측의 주장이다. 더구나 고용주와 근로자 양측이 내야 할 세금을 합치면 15% 이상이 줄어든다.
미 국토안전부는 보고를 통해 올해 학생비자 연장을 신청한 수는 1만 2,000명에 불과하다며, 원고측의 주장을 근거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 국토안전부는 “원고측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없는 손해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손해란 원고측이 현재 처한 경제적 현실에 대한 보편적인 불만과 미국 내 직업 전망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