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비스타에게도 영광의 시간은 온다"
출시 후 벌써 21개월 지났다, 우리는 윈도우 비스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들은 비스타를 싫어하고 , 기업에서도 비스타를 삭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 23돌 된 윈도우가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벌써 소매업체와 주요 PC 제조업체들에의 출하를 중단한 구(舊) 버전인 윈도우 XP는 뒤늦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여름 최고의 여름을 보냈던 내셔널 풋볼 리그의 아이콘 브렛 파브르(Brett Favre)보다 더 열렬한 “은퇴불가” 요청을 받고 있다.
비스타에 대한 이 모든 불만과 XP에 대한 갑작스런 향수는 과거의 씁쓸한 통계적 현실을 망각하게 한다. XP 역시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기까지는 더딘 도입율을 보였다는 사실 말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비스타 채택 속도보다 더 느렸었을지도 모른다. 한 예로 지난 2003년 9월, 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자산추적 솔루션 전문업체인 에셋매트릭스(AssetMetrix)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출시 후 23개월째를 맞고 있던 XP의 미국과 캐나다 내 기업에서의 도입율은 6.6%에 지나지 않았었다고 한다.
2006년 11월 기업용 비스타가 등장한 이후 19개월이 지난 6월 말, 포레스터 리서치가 내놓은 비교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PC의 8.8%가 이 새 운영체제를 구동 중이라고 한다. 포레스터의 분석가인 토마스 멘델(Thomas Mendel)은 이 조사 결과에 대해 별로 놀라지 않았다며, 비스타를 비운의 뉴-코크에 비유한 바 있다.
하지만, 윈도우의 몰락을 예고했던 가트너마저도 올해 말 경에는 비스타가 XP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것도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비율로 말이다. 비스타가 올해 말 전세계 PC 중 28%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보이는 것처럼, 2003년 말 XP의 점유율은 22%였다.
디렉션 온 마이크로소프트 분석가인 마이클 체리(Michael Cherry)는 “XP의 상승세는 오늘날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만큼 빠르지는 않았다”라며, “처음엔 여러 기업의 IT 관리자들이 XP를 소비자만을 위한 업그레이드”라고 폄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스타가 지금 부딪히고 있는 난관도 윈도우 XP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또, 윈도우 XP 초기의 반응도 요즘 윈도우 비스타에 쏟아지는 평가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예를 들면, XP가 출시되기 직전인 2001년 가을, 200명의 IT 관리자를 상대로 한 컴퓨터월드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PC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고 , 25%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대답했었다. 그리고 , 그로부터 1년 뒤 25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비공식 여론조사에서도 단 4명만이 XP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2002년 한 CIO는 "XP로 옮겨가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관련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 업그레이드는 기업 고객에게 아무런 장점도 제공하지 않는 업그레이드다” 라고 평가했었다.
또 다른 IT 관리자는 XP로 업그레이드 하는 비용은 “너무 높고” 그에 비해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장점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윈도우 2000이 출시된 지 채 20 개월이 되지 않아서 윈도우 XP가 나왔을 때, 많은 회사가 윈도우 2000을 이용 중이거나 이제 막 윈도우 2000 업그레이드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니 대부분 기업에게 있어 업그레이드를 또 해야 한다는 것이 기분 좋게 느껴질 리 없었던 것이다. 닷컴의 붕괴 이후 경제가 엉망이 된 당시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비스타와 비교해 XP가 날렵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XP도 처음 나왔을 때는 낡은 PC의 응용프로그램을 버벅거리게 만드는 용량 잡아먹는 하마로 여겨졌었다.
자산추적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에셋메트릭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기 전에 실시한 한 조사에서는2005년 3월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업무용 PC 거의 절반이 여전히 윈도우 2000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디렉션즈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클 체리는 "비스타는 여러 가지 면에서 XP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XP 출시 전 갓 두 돌도 되지 않았던 윈도우2000을 사랑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있어 XP는 굳이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추가된 기능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ACH 푸드의 CIO 도니 스튜워드(Donnie Steward)는 "XP는 그 자체로서의 새로운 운영체제가 아니라 미화된 업그레이드에 불과하다고 여겨졌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또 보안 문제가 있었다. 현재의 XP는 보안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2002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라이프타임 프로덕트(LifeTime Products Inc)가 최초의 버그 퇴치 업데이트인 서비스 팩1을 공개한 뒤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했던 때가 바로 그런 때였다. 레크레이션 장비 제조업체 클리어필드(Clearfield)의 CIO 존 바우던(John Bowden)는 "XP가 스위스치즈 같다는 얘기를 하곤 했었다. 구멍이 뽕뽕 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두 번째 서비스 팩(SP2)을 개발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설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모든 사람들이 SP2가 보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견해는 추후 있었던 개발을 통해 부분적으로 해소되긴 했다. 두 번째는 SP2에서 너무 엄청난 변화를 시도한 나머지 응용프로그램들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중 대부분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였다.
2004년 한 IT 관리자는 컴퓨터월드에 "XP SP2는 단순한 패치가 아닌 엄청 향상된 기능의 버전 출시로 여겨졌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의견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수 개월 동안 SP2 업데이트를 차단하며 다음 업그레이드를 기다렸다.
한편, 포레스터의 다른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XP에서 비스타로의 업그레이드를 “새로운 트렌드”라고 칭하며 비스타를 건너뛰고 윈도우 7을 기다리는 것은 과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스타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유들 중 몇 가지는 이 새 운영체제에만 국한되는 특수한 것들이다. 또, 비스타가 설치된 PC를 구입한 사용자들 사이에서 XP로의 다운그레이드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더욱이 지난 몇 년 간은 맥 OS X가 윈도우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윈도우 7으로 불리는 비스타의 후속 버전의 출시가 2010으로 예정되어 있어, 비스타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스튜워드와 바우덴 모두 비스타를 건너뛰고 윈도우 7을 기다릴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스타가 겪고 있는 위기는 XP도 똑같이 겪고 극복했어야 했던 것들이다. 휘청거리는 경제(XP 때의 닷컴 붕괴), "블로트웨어"에 불과하다는 편견,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가격 가지고 장난을 친다는 비난, 이용자들의 무관심 내지는 반발 등등.
캘리포니아 글렌 카운티 인적자원부 소속 정보시스템 관리자인 메리 웨일즈(Merrie Wales)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있어 변화란 언제나 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250대의 데스크톱 컴퓨터를 관리하고 있는 웨일즈는 지난 봄 비스타로 업그레이드를 단행했을 때, 사용자 중 극히 일부만이 이를 반겼었다고 했다. 하지만 2006년XP로 바꿀 때에도 다들 별로 안 좋아했었다고 전했다.
웨일즈는 “비스타의 도입은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좋다”라며, “비스타는 나쁜 운영체제가 아니다. 큰 발전을 이룬 제품이다”라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비스타의 장기적 전망을 밝게 하는 몇 가지 다른 요인들이 있다.
1) 가상화가 호환성 문제를 완화한다
비스타와 마찬가지로, 윈도우 XP도 구 윈도우 버전을 시뮬레이션하는 응용프로그램 호환 모드가 있긴 하지만 완전하지가 않다. 그리고 비스타는 계속 충돌하는 드라이버와 응용프로그램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IT 관리자에게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렌 카운티는 보안상의 이유로 관리 모드가 아닌 표준 모드에서 비스타를 구동하고 있는데, 인적관리부서에는 관리 모드로만 구동되는 핵심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일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응용프로그램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가상 기계 안에서 관리자 모드로 실행되면서도 실사용자가 관리자 자격을 가질 필요가 없는 독립된 응용 프로그램 패키지를 만들어냈다.
2) 비스타는 설치와 관리가 더 쉽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써드파티 업체들이 제공하는 한층 더 발전한 설치 도구와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가 더 폭넓은 대역폭과 결합하여 관리자가 버튼 한 번에 새 PC나 기존 PC에 원격으로 비스타를 설치하는 작업을 XP 한창 때보다 훨씬 쉽게 해 준다.
3) 이제서야 모든 것이64비트 컴퓨팅에 맞게 최적화되었다
32비트 비스타를 구동하는 PC는 XP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64비트 비스타 PC는 듀얼, 또는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멀티 테라바이트 저장용량, 최대 128GB의 램 및 멀티 와이드 스크린 LCD를 위한 멀티 비디오 카드 등등 화려한 스펙의 장치를 잔뜩 달고 나온다.
이런 첨단 장치는 5년 전만해도 일반 사용자들이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보다 더 중요하게는 64비트 기술과 호환되는 소프트웨어, 특히 게임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그 능력을 실감할 수 없었다. 전형적인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문제였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XP에서는 64비트가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비스타에서는 64비트가 마침내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비단 테크놀로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달 미국 내 새 비스타 PC의 20%가 64비트라고 주장한다. 지난 3월의 3%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가파른 상승세는 소프트웨어 판매업체들로 하여금 결국 비스타용 응용프로그램, 특히 고성능 프로그램을 64비트 운영체제로 이식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역사는 되풀이되기 마련이다. 처음 미적거렸던 XP의 도입도 결국에는 가속이 붙어 비스타가 데뷔할 때 즈음에는 거의 모두가XP를 쓰던 중이었다. 이제 윈도우 7의 그림자 속에서도 어쨌거나 비스타 SP2가 나오니, 기업은 오래된 하드웨어를 쇄신하고 있으며, XP에 대한 주요 지원 종료도 내년 4월로 닥쳐오고 있다.
한 예로,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전세계 PC들의 49%가 비스타를 구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4%로 추정되는 XP의 점유율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리치필드의 룬드버그 가족 농장(Lundberg Family Farms)은 보유 중인 100대의 PC를 비스타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룬드버그의 IT 관리자인 토드 램스던(Todd Ramsden)은 "운영체제의 첨단을 달리고 싶다거나 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단지 너무 뒤쳐지고 싶지 않을 뿐이다. 언제가 됐건 업그레이드는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램스던은 “사용자는 꽤 잘 따라오고 있지만, 비스타에 대한 불만이 좀 있다”라면서도. “2007년 오피스가 처음 나왔을 때에도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았던가”라고 말했다.
게다가, 비스타 도입을 거부하는 기업의 논점도 대부분XP를 고수할 것이냐 윈도우 7을 기다릴 것이냐 이지 맥OS나 리눅스로의 전환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체리는 연이어 출시되는 운영 체제 중 한 버전을 건너뛰는 관행은 단순히 장기적인 추세일 뿐, ‘비스타가 실패작’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또 “기업이 업그레이드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쳇바퀴처럼 계속되는 윈도우의 업그레이드의 순환고리에서 이탈해 버리지 않는 한, 어쨌거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속 돈을 벌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