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인텔, 야후가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공동 연구 결정은 IT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초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3사는 미국과 독일의 몇몇 대학교들, 그리고 싱가포르 정부 산하 IT 개발 관련 기관 등과 함께 새로운 클라우드 컴퓨팅 테스트베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 밝혔다. 총 6곳에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시설들을 건설할 예정인데, 이들 시설들은 각각 호스팅 기반의 대규모 컴퓨팅에서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센터 관리 등과 같은 특화된 주제들을 하나씩 맡아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구축될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시설들은 HP의 하드웨어, 그리고 인텔 프로세서로 만들어지는데, 시설마다 1,000개에서 4,000개 정도의 프로세서 코어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설치는 올해 말부터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이 개발한 분산 컴퓨팅 기술인 아파치 하둡(Apache Hadoop), 그리고 야후의 R&D 부서에서 개발한 병렬 프로그래밍 언어 피그(Pig) 등과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형 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상용화하기 위한 IT 업계의 노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에 의존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 규모가 크고 유연해, 파이어월 내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내부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외부 사용자들을 위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지원 범위가 더 중요
미국 국방부의 IT 담당부서인 미 국방부 정보통신국(DISA)은 내부 업무에 사용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사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곳은 바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최근 기업과 개인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트너의 분석가 마틴 레이놀즈(Martin Reynolds)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현, 실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애플리케이션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후, HP, 인텔은 더 다양한 범위의 애플리케이션을 소화해 낼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레이놀즈의 설명이다. 이들 3사 는 전력 소비 최소화, 냉각 기능 효율성 제고, 관리 툴 및 하드웨어 실행 속도 향상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놀즈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관건은 바로 규모 조절에 있다"며, "그저 매우 큰 규모의 클라우드를 대기업이 관리, 통제한다고 해서 만사형통으로 풀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이들 규모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HP, 인텔, 그리고 야후는 이들의 공동연구 결정이 클라우드 컴퓨팅 개발에 대한 여타 IT기업들, 대학교들, 그리고 정부 기관들의 참여를 활성화 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개발은 "재정적, 그리고 논리적 장벽"으로 인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
물론, 이들 3사 모두 서로 다른 노림수를 가지고 있다. HP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이 곧 IT 서비스 확대를 유발, 하드웨어 판매를 촉진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인텔은 프로세서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야후로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발판 삼아 "더 나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는 3사 뿐만이 아니라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싱가포르 정보통신개발청(IDA), 독일 칼스루에 공과대학교(KIT) 등이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미 국립과학재단(NSF) 또한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진행될 연구에 부분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브리스톨 HP 시설자동화 연구소장인 존 맨리(John Manley)는 올해 말부터는 연구에 참여할 기관을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며, 공동 연구를 통해 양산되는 지적 재산들은 다른 기업들과 서로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맨리는 "공동 연구의 목표 자체가 연구 결과를 개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방형 협력 프레임워크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새로운 기술 이슈
이러한 공동 연구 활동의 결과물들은 관련 연구원들에게 새로운 연구주제들을 던져주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IT 관련 설비에 문제가 생겨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문제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맨리는 "오늘날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오류 방지 메커니즘들을 그대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동시에 신속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구조에서 VM(Virtual Machine)들을 더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 등도 생각해 보아야 할 이슈들이다.
HP 연구소장이자 HP 연구부문 수석 부회장인 프리스 배너지(Prith Banerjee)는 "3사의 협력으로 인해 연구진들은 비로소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 및 교육 과정에서 하고자 했던 거의 모든 실험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배너지는 이날 진행된 화상 컨퍼런스에서, 3사 모두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능력 있는 연구진들을 끌어 모아 클라우드 컴퓨팅을 혁신하기 위한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고, 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3사는 이번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연구에 각각 얼마를 투자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여건을 만들어 놨으니, 우수한 인력들이 참여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발전에 기여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피력했다. 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지금보다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진들에게 보다 더 큰 규모의 실험 여건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후 연구 개발 부문을 이끌고 있는 프라브하카 라그하반(Prabhakar Raghavan)은 "대학교들은 인터넷 관련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할만한 시설 및 설비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차세대 웹 기반 서비스들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러 기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그하반은 "관련 학술 연구 기관들이 야후와 같은 기업들을 도와 대규모 컴퓨팅 시스템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기여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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