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와 프로를 확실히 구분했다. 프로에는 역대 가장 빠른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아이패드 역대 최고 가격을 매김으로써 복잡한 아이패드 제품군 정리에 나섰다. 그 혁신이 멈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폰 제품군은 거의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 16과 아이폰 16 프로 사이에는 여전히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지금까지 애플이 아이폰 프로에 집중 투자했다면 이번에는 표준 제품군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의 결정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일반 아이폰 제품군은 수년 동안 프로 제품군에 비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매년 가을이 되면 아무도 일반 아이폰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마치 일반 아이폰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최고 성능 카메라에 돈을 쓰는 것이 애플에 무슨 문제가 될까? 그 카메라는 다름 아닌 애플이 만든 것인데 말이다.
치킨 샌드위치를 제일 잘하는 가게가 갑자기 샐러리처럼 호불호가 크게 나뉘는 재료를 넣은 샌드위치를 내놓는 경우가 있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AI는 바로 이 샐러리와 같다.
애플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AI를 실행하기 위해 아이폰 16 일반판에 A18 프로세서를 넣어야 했다고 말한다. 아이폰 16 프로는 물론 ‘프로 제품군이라서’ A18 프로 칩을 탑재하고 있다.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한 아이폰 16은 내년 초 iOS에 출시될 ‘아너 오브 킹스(Honor of Kings)’ 같은 고급 게임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에는 일반판에도 액션 버튼, 카메라 컨트롤, 공간 캡처가 가능한 2배 광학 줌 기능을 갖춘 4,800만 화소 카메라가 새롭게 탑재됐다. 아이폰 프로와 달리 메탈 느낌이 아닌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출시된다. 이 정도면 전혀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가 적정가일까? 799달러라고 생각했다면 정확하다. 딱 그 정도가 실제 기본가이기 때문이다. 200달러를 더 지불하면 아이폰 16 프로와 함께 더 나은 프로세서, 약간 더 큰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더 나은 카메라를 살 수도 있다.
하지만 200달러로 예전만큼의 차이를 낼 것 같지는 않다.
아이패드만큼 혼란스럽지는 않지만, 아이폰 제품군을 구분하는 선이 흐려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내년에 아이폰 SE 4세대가 출시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폰 SE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A18 프로세서를 탑재하고도 500달러 미만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아이폰 15 일반판이 699달러에, 아이폰 14 ㅇ닐반판이 599달러에 판매되는데 둘 다 아이폰 SE 4세대보다 카메라 성능은 더 좋겠지만 AI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제품군 구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SE 4세대 출시와 함께 아이폰 14 일반판을 단종시킬 가능성도 있다.
‘프로 제품군의 그늘에 있는 일반 아이폰을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라는 애플의 문제가 해결된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아이폰 프로만 구입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경쟁자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도 799달러라는 아이폰 16 일반판의 기본가는 충분히 괜찮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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