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서는 구글이 올해 세상에 내놓은 AI 챗봇 제미나이(Gemini)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제미나이가 안드로이드와 기타 구글 플랫폼에서 차세대 가상 비서로서의 역할을 할 것임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여러 가지 작은 개선 사항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구글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제미나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무언의 진실을 강조한다. 제미나이는 충분한 준비를 갖추기 훨씬 전에 너무 빨리 출시됐다. 비즈니스 이익을 위해 사용자 경험을 희생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구글 서비스에 의존하는 사용자에게 훨씬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려 깊고 세심한 방식이 아닌, 서두르고 단편적인 방식으로 어색하고 급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첫 번째 상황은 구글이 하고 싶은 이야기다. 후자는 대부분 사용자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나쁜 소식을 전하고 싶지는 않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제미나이를 향한 험난한 길
구글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라면 필자가 하려는 이야기가 낯설지만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질 것이다. 2016년 구글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전사적 이니셔티브 중 하나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당시 어시스턴트의 등장이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 그리고 그 후 몇 년 동안, 심지어 최근까지도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무한한 더하기 기호가 포함된 서비스처럼 구글은 어시스턴트를 모든 곳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초기부터 구글 어시스턴트는 안드로이드와 크롬OS의 거의 모든 곳에 통합됐고, 이어 가정의 중심인 스마트 디스플레이, TV 시스템,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다른 구글 서비스와 연결됐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에도 탑재됐으며, 픽셀 스마트폰의 통화 기능에 등장하기도 했다.
수년 동안 말 그대로 ‘어시스턴트의 놀이터’로 변했고, 보는 곳마다 어시스턴트 브랜드가 끝없이 도배돼 있었다.
어시스턴트는 구글의 모든 유명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됐지만, 이는 ‘어시스턴트 야망’의 시작에 불과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구글은 어시스턴트가 완전한 기능을 갖춘 자체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어시스턴트는 미래의 구글 플랫폼이다. 스마트 디스플레이, 홈 허브 또는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시스턴트의 더 큰 판과 비교하면 운영체제는 장난감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구글이 어시스턴트를 도구와 브랜드로 구축하는 데 그 어떤 노력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 자금을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성공했다. 구글 생태계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안드로이드 전반의 빠른 작업부터 크로스 플랫폼 메모리 저장, 온디맨드 스마트 기기 제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작업을 어시스턴트에 의존하는 방법을 학습했다.
그러던 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챗GPT의 등장이다. 기술 업계는 생성형 AI라는 미래에 대해 겁을 먹었다. 그리고 어시스턴트와 관련한 모든 것의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발전 혹은 ‘갈아타기’
어시스턴트가 위태로워진 징후는 작년 중반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했다. 필자가 발행하는 안드로이드 인텔리전스(Android Intelligence) 뉴스레터 독자들과 커뮤니티 회원들의 “도대체 구글 어시스턴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잇따랐다. 사람들은 어시스턴트가 이상하게 행동하고, 점점 더 불규칙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명령이 갑자기 이상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때로는 전혀 응답하지 않거나 호출할 때마다 임의의 오류를 반환하는 일도 있었다. 필자가 이런 문제를 겪은 것은 비교적 최근부터였다. 집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스피커, 스크린을 비롯해 “헤이 구글(Hey, Google)”에 응답하는 거의 모든 기기가 필자에게 좌절감을 줬다. 오류는 계속되고 명령은 계속 실패했다.
한때는 믿을 수 있는 도구였던 구글 어시스턴트는 이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한때 모든 것을 알고 전지전능한 구글 ‘지니’에 집착했던 필자의 아이들마저도 이제는 “구글, 넌 왜 그렇게 멍청해?”, “구글, 넌 형편없어” 같은 직설적인 표현으로 브랜드를 비난하고 있다.
구글은 아직 어시스턴트의 미래 계획과 제미나이가 이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공식적인 방향성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시스턴트에서 벗어나 제미나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선택받지 못한 현실의 반대편으로 사용자를 인도한다. 올해 초 안드로이드에서 제미나이가 어시스턴트의 ‘실험적’ 대안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 필자는 달갑지 않은 미래를 잠깐 엿보았다. 지난 2월 필자는 ‘블로그 | 구글 제미나이 안드로이드 어시스턴트의 진짜 문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드로이드 어시스턴트로서 제미나이의 진짜 문제는 구글이 어시스턴트가 실제로 왜 중요한지, 그리고 사용자가 그런 서비스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구글 어시스턴트 대신 제미나이를 사용하는 것은 네모난 못을 둥근 구멍에 어색하게 끼워 넣는 것과 같다. 어시스턴트라기보다는 인공지능 챗봇을 어색하게 변형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며, 현재로서는 설익은 무언가이며, 이런 맥락에 적합하지도 않고 전혀 의도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제미나이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단절감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후로도 구글은 안드로이드 어시스턴트로서의 제미나이를 계속 개선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서비스를 최대한 빨리 구글 어시스턴트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글이 어시스턴트 루틴을 대신할 제미나이 자동화 시스템, 제미나이가 스트리밍 앱과 상호 작용하고 휴대폰에서 오디오 재생을 제어할 수 있는 개선 사항(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기능이다), 안드로이드에서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일련의 내부 개선 사항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지난 달에만 여럿 포착됐다.
물론 모두 정말 잘 된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글이 이런 전환을 얼마나 엉망으로 진행했는지, 이로 인해 가장 열성적인 사용자들의 신뢰를 얼마나 잃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안드로이드에서 제미나이의 현실
안드로이드에서 제미나이를 어시스턴트로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형편없다. 생성형 AI 비서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제미나이가 새롭게 선보이는 모든 트릭은 솔직히 대부분 사용자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 있다. 안드로이드 어디에서나 평범한 텍스트나 소름 끼치는 이미지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기능은 필요하지 않다. 휴대폰 및 기타 연결된 기기와 상호작용하고, 핵심 생산성 서비스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간단한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기본 정보를 음성으로 짧게 알려주는 빠르고 일관되며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구글이 애쓰고 있는 부분은 제미나이가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휴대폰 비서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사항, 즉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인상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그 동안 제미나이는 이런 성격의 서비스에서 필요한 핵심 작업에 계속 실패하는 동시에 요청하지도 않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기본값으로 계속 밀려나고 있다. 심지어 구글에서 버림받은 어시스턴트 자체도 한때는 능숙하게 처리했던 작업에 허둥대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경계를 넓히고 생성형 AI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구글의 비즈니스 부서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드로이드 애호가로서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꼭 이럴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구글은 어시스턴트로서 제미나이의 가장 좋은 부분을 신중하게 파악한 다음, 이런 요소를 기존 어시스턴트 프레임워크에 통합해 전면적인 성능 저하 대신 업그레이드 및 확장처럼 느껴지도록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글은 수년간 구축해온 시스템과 브랜드를 완전히 바꾸고 무언가를 완전히 포기한 다음, 혼란은 사용자가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전형적인 구글다운 방식을 택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제미나이로 전환하도록 강요하기 전에 제미나이가 실제로 합리적으로 준비된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지만, 기존 어시스턴트 플랫폼에 공을 떨어뜨리고 명확한 답변이나 방향 없이 사용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면 올해 초, 기술 업계의 과대 광고로 인한 AI 집착의 영향이 막 가시화되기 시작했을 때 필자가 제기했던 질문으로 다시 한 번 돌아가게 된다.
현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입되는 AI가 어떤 형태든 간에 일반적인 사용자가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AI라는 최신 유행을 따르는 것이 AI가 사람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대부분 사용자는 일상적인 안드로이드 경험의 모든 영역에서 ‘창의적인’ 챗봇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일상에서는 손짓만 하면 이미지와 텍스트를 생성하는 온디맨드 챗봇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짧은 질문에 대해 정확성이 의심스러운 장황한 화면 답변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간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작업 처리기와 정확하고 간결한 정보 전달자다. 어시스턴트는 이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그런데 구글이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제미나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기본적인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것은 분명 ‘진보’ 같지 않다.
제미나이는 안드로이드와 나머지 구글 생태계 전반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기능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구글은 그 여정을 차분하고 신중하고 계획적이며, 합리적으로 보이는 방식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새 도구와 이음새가 무너져 내리는 오래된 도구,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고 고통스러운 장기적인 전환만을 강요하고 있다.
현명한 일 처리 방식은 아니다. 절반만 완성된 AI 비서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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