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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상 수상자’ 마틴 헬먼 “우린 지금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다”

Matthew Tyson | InfoWorld 2024.02.14
마틴 헬먼은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암호화 분야의 혁신으로 꼽히는 디피-헬먼(Diffie-Hellman) 공개 키 교환 알고리즘의 공동 개발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 알고리즘을 창안한 공로, 그리고 암호화와 디지털 서명 분야에서의 오랜 연구 성과를 인정 받아 2015년에 튜링상을 수상했다. 이후 세계 평화와 개인적 발전에 매진하며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 Getty Image Bank

최근 헬먼을 만나 그의 철학을 형성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친 기술과 개인적 시너지에 관해 인터뷰했다. 진정한 기술 혁신의 대가 중 한 명과의 인터뷰는 즐겁고도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먼저,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디피 헬먼이 없었다면 인터넷 시대는 아마 오웰적인 전체주의 시대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범위가 좀 넓은 질문부터 시작해 보자. 오랜 시간 기술 분야에 몸담아 왔는데, 기술 발전 과정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느낀 부분이 있는가? 

헬먼 : 나는 대부분 사람만큼 잘 놀라지는 않는데, 아마 이 분야에서 오래 연구를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1975년에도 컴퓨터 통신 혁명이 도래할 것임을 예상했고 그 이후 큰 변화의 과정을 지켜봤다(린도우 강연에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스탠포드 출판 페이지에서 이 강연의 문서 버전도 내려 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는 기술과 인간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자는 그 둘을 따로 생각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린도우 논문은 여러 측면에서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휫필드 디피와 함께 처음 공개 키 암호화를 공개할 당시 정부 스누핑 업계, 대표적으로 미국 국가 안전국(NSA)과 대대적인 싸움을 벌였는데, 지금의 디지털 스파이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헬먼 : 더 폭넓은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계획하고 실제로 이행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진정한 사이버 보안을 갖출 수 있겠는가? 국가가 AI를 무기 시스템 내에 구축하고 있는 마당에 AI가 좋은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 또한 모든 기술적 위협의 정점인 핵무기도 있다. 우리가 계속 전쟁을 벌인다면 핵이 터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핵 위험은 사이버 보안을 포함한 중대한 의사 결정에서 신중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효과적인 전략을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의 요구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핵 위험을 더 높인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나는 "핵 룰렛(nuclear roulette)" 게임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대략 같은 정도의 대규모 핵전쟁 위험이 15년에 한 번씩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지금 태어나는 신생아라면 평생 5번 정도 이 위험에 직면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간의 전쟁으로 인해 이 위험은 더 커져서, 이런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는 1년 한 번 정도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은 정도의 위험이 된다. 이 말은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도 절대 모순되지 않는다. 결국 러시안 룰렛에서는 총알이 발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게임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고, 반복적으로 한다는 것은 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보통 사람이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당신이 벌인 정부와의 싸움은 전설로 회자된다. 그런데 최근에 당신이 펴낸 책을 보면(아내인 도로시와 공저), 전 NSA 수장인 바비 레이 인먼 제독과 의견 일치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단순하게 국가 안전국을 악으로, 디피-헬먼을 선으로 생각했다. 책에서는 NSA를 대중을 탄압하는 무도한 집단보다는 성실한 사람으로 묘사했는데, 관점이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헬먼 : 이는 갈등에 대해 한 쪽의 시각이 아닌 전체적인 시각을 취함으로써 답이 없어 보이는 교착 상태를 해결한 좋은 실제 사례다. 이런 통찰은 삶에 대한 나의 접근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책에도 썼지만 "분노가 아닌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NSA와 우리의 갈등처럼 눈에 잘 띄는 것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인먼 제독이 당신과 NSA 사이에 일종의 다리를 놓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주제를 바꿔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헬먼 : 블록체인의 기반이 되는 개념은 한참 전, 적어도 머클(Merkle) 트리를 사용하고 루트 노드를 뉴욕타임즈에 게재하려고 했던 디지털 타임 스탬프(Digital Time Stamp Inc.)의 계획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므로 관련 의견은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이 좋겠다. 

당신과 휫필드는 분수령이 된 알고리즘을 고안했고, 그 알고리즘은 실제로 두 사람의 이름을 따 디피-헬먼으로 불린다. 그러나 특허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금전적 이득은 대부분 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구축된 RSA 관련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런 상황과 조정에 이르게 된 과정, 그리고 용서가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헬먼 : 나는 오랫동안 RSA에 화가 나 있었지만 그게 삶에 대한 내 접근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분노를 극복해 공감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쓴 책의 50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에 잘 나와 있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 이를 위해 조언을 한다면? 

헬먼 : "어리석음의 지혜(The Wisdom of Foolishness)"를 받아들일 것을 권하고 싶다. 같은 제목으로 내가 진행한 스탠포드 엔지니어링 히어로 강연, 그리고 린도우 강연에서 이와 관련된 부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어리석음의 지혜는 정신적인 수양(Zen)의 측면이 강하고, 많은 기술가의 사고방식과 비슷하다. 핵 비확산, 국방,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기술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과 수학 또는 소프트웨어, 또는 게임 이론 간에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의외의 시너지 효과가 있는가? 

헬먼 :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단순하며 우리를 선으로, 적대국을 악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 내막은 우리 미디어와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한 예로, 침공 4개월 후 시카고 대학이 우크라이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85%는 전쟁의 원인이 러시아에 있다고 비판했지만 70%는 우크라이나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58%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답했다. 

시카고 대학의 수석 연구원 중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연구원은 한 가지 편향성으로 인해 평균적인 수준보다 더 친 우크라이나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편향성의 원인 중 하나가 연구원들이 사용한 우크라이나 휴대폰 번호다. 이런 번호가 점령지에는 대체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칼 융이 말한 개념인 "그림자 포용하기(embracing our shadow side)"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그림자는 우리 자신의 한 부분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어 의식으로부터 숨겨져 있으며, 그렇게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작용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프로그래머로서 나도 그것을 경험했고, 일에 모든 것을 그냥 묻어버리는 경향도 있다. 소프트웨어와 기술이라는 참호 속에서 마감과 치열한 시장 경쟁에 마주하여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고개를 들어 평화, 자족감과 같은 더 큰 주제에 대해 생각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어떻게 통찰하는가? 

헬먼 : 맞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대처하면 삶이 훨씬 더 나아진다. 내가 어느 핵무기를 없앴고 어느 전쟁을 멈추게 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나와 아내가 더 이상 싸우지 않기에 나의 삶은 매일 더 나아진다. 대화를 하다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의견의 불일치를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보게 됐다. "전체론적인 해결책"의 개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당신은 세계와 개인의 평화 간의 관계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무슨 이유로 이 통찰에 이르게 되었는가? 

헬먼 : 결혼하고 10년쯤 됐을 때(지금은 56년째), 한때 좋았던 관계가 망가졌다. 책에도 썼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광적으로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두 아이,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 부담, 그리고 사회적 조언(이혼율이 5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리석은 조언)에 쫓기다 보니 우리는 이혼 직전까지 갔다. 나는 무심해서 몰랐지만, 아내인 도로시는 그 삶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헤어질 생각도 했었다. 도로시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이라고 결정했고, 다행히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촉매를 찾기 시작했다. 도로시가 이전에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일이었다는 면에서 놀라운 일이었다. 

아내는 지금은 딜로이트(Deloitte)가 된 투시 로스(Touche Ross)에서 CPA로 일했는데, 한 파트너와 그의 아내가 크리에이티브 이니셔티브라는 그룹(Creative Initiative)에서 활동했다(이 그룹에 대해서는 책에 자세히 나온다). 도로시는 이 그룹이 자신이 찾던 촉매라고 생각했고, 나는 거의 1년 동안 도로시에 이끌려 모임과 세미나에 참석한 끝에 결혼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을 이 사람들은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거부감을 버리고 얼핏 정신 나가 보이는 개념을 마음을 열고 받아들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시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분노가 아닌 호기심을 품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진짜 정신 나간 아이디어에도 마음을 열었다. 7~8년 후 그룹을 떠날 때는 처음에는 이상해 보였던 좋은 아이디어는 간직하고, 진짜 이상한 아이디어는 버렸다. 이 경험은 "집안의 진정한 사랑과 세계의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에 중요한 디딤돌이었다. 이것이 PDF로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우리 책의 부제이기도 하다. 

크리에이티브 이니셔티브(Creative Initiative)는 미시적 수준(우리 부부의 경우 집안의 평화)과 거시적 수준(세계 평화), 두 가지 모두에 작용했고, 그 연관성에 대해 나는 여전히 전적으로 확신한다. 책의 "개인과 세계가 만나는 곳" 섹션에서 특히 이 연관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크리에이티브 이니셔티브와 그를 계승한 단체인 비욘드 워(Beyond War)에서 우리가 알았던 모든 사람이 처음에는 세상을 구하려는 열망이 아니라 그저 각자의 결혼 생활을 개선하고 되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 단체에 참여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함께 간다. 

기술 분야의 대가와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털어놓는 솔직한 이야기는 매우 유익하다. 역사상 최초로 튜링상과 노벨 평화상을 모두 수상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헬먼 : 그럴 일은 아마 없겠지만, 된다면 내가 하는 일에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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