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AI 글래스가 올해의 플랫폼일 것이라고?
말 그대로다. 얼굴에 착용한 채로 편안하게 AI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글래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24년의 성공작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AI 글래스 시장의 선두 주자 메타를 둘러싼 입소문이 이미 시작됐다.
지난 2023년 10월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Ray-Ban Meta Smart Glasses)가 출시됐을 당시에는 모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스냅의 스펙터클스(Spectacles) 같은 카메라가 달린 글래스 또는 아마존의 에코 프레임(Echo Frames) 같은 가상 비서를 탑재한 글래스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메타의 전작인 레이밴 스토리스(Ray-Ban Stories)에서 약간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스펙터클스, 에코 프레임, 레이밴 스토리스 모두 대중을 열광시키지 못했다.
299달러(약 40만 원)부터 시작하는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가 위에서 언급한 여러 형편없는 기기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는 훨씬 더 나은 카메라, 초고음질 오디오,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AI 비서를 제공한다(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로 직접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은 필자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는 다르다
출시 직후의 성과는 부진했지만,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는 지난 12월부터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메타가 멀티모달(multimodal) 기능의 비공개 베타를 발표했다. "헤이, 메타" 명령을 사용해 언제든 메타 어시스턴트(Meta Assistant)를 불러오는 기존 기능에 더해 글래스의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메타 어시스턴트에 전송해 처리 및 분석하는 '보기(look)' 명령어가 추가됐다. 예를 들어, 글래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식재료와 양념으로 가득 찬 식탁을 "보라고" 명령하면 레시피를 알려주는 식이다. 손을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 메타의 강력한 AI, 그리고 음성 및 시각적 상호작용의 결합은 눈에 띄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둘째, 언론도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가 혁신적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지난 10월부터 이 제품을 칭찬했지만, 다른 동료들은 지난달에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매셔블(Mashable)의 킴벌리 게데온은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는 좋은 의미에서 충격을 줬다"라고 말했다.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의 필리페 에스포지토는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 덕분에 스마트 글래스를 믿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씨넷(CNET)의 스콧 스타인은 멀티모달 기능을 두고 "이런 데모는 본 적이 없어서 놀랐다"라고 전했다.
셋째,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의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만 지원하는데도, 레이밴 메타로 촬영한 영상이 틱톡 및 기타 소셜 네트워크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성능과 폼팩터의 중요성
이미 많은 AI 글래스가 시중에 나와 있다. 가령 2023년 8월 출시된 챗GPT를 탑재한 루시드 라이트 스마트 아이웨어(Lucyd Lyte Smart Eyewear Powered with ChatGPT)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고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리뷰에 따르면 특히 음질에 문제가 있다. 루시드 라이트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받는 솔로 에어고 3(Solos AirGo 3)라는 제품도 있다. 최근 아마존은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보다 30달러 정도 저렴한 3세대 에코 프레임(카메라 미탑재)을 선보였다. 3세대 에코프레임에서는 LLM 기반의 생성형 AI가 아닌, 아마존의 알렉사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다. 다른 AI 기반 웨어러블 제품도 있다. 특히 이어폰은 AI와 상호작용하기 쉬운 제품인데, 이어폰은 사람이 하루 종일 착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안경은 잠잘 때를 제외하고 항상 착용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도 AI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채 앱을 사용해 AI와 대화하고 답을 얻을 수 있다. 단점은 스마트워치의 오디오가 사용자에게는 작고, 주변 사람에게는 시끄럽다는 것이다.
휴메인(Humane)은 무려 55g밖에 되지 않아 옷에 부착할 수 있는 자석 장치 'AI 핀(AI Pin)'을 공개했다. 입력에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출력에는 스피커와 레이저 빔을 사용한다. 새롭고 신선하기는 하다. 하지만 옷에 무언가를 고정하는 것은 많은 상황에서 불가능하거나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사실상 휴메인의 AI 핀은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모든 웨어러블이 AI 인터페이스 기기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안경이라는 폼팩터가 확실히 우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글래스의 관자놀이 또는 팔 부분은 주변 사람에게는 무음에 가깝지만, 착용자에게는 고품질 오디오를 전달할 완벽한 위치다. 또 배터리, 안테나, 기타 전자 부품을 넣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가 증명하는 것처럼, 글래스는 스타일리시해 보이면서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고화질 카메라와 조명을 탑재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많은 사람이 매일 안경을 착용한다.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는 누진 렌즈(햇빛 아래에서는 선글라스, 실내에서는 투명) 또는 도수 렌즈 또는 둘 다 주문할 수 있다. 심지어 필자의 주변에는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 때문에 실내에서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한 사람도 있다. 이미 안경을 쓰고 있다면, AI가 탑재된 프레임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2024년 가장 중요한 기기로 성장할 AI 글래스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가 AI 글래스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는 기존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품질과 가격 덕분이다. 전자장치가 전혀 없으면서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보다 가격이 비싼 레이밴 안경이 수십 가지다. 하지만 아마존이 에코(Echo) 제품을 출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유명 경쟁 업체가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향후 1~2년 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아마도 애플을 비롯한 다른 경쟁 업체가 AI 글래스 시장에 뛰어드리라 예상된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메타는 고품질의 사용자 경험을 원활하게 제공한다면 AI 글래스를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AI 글래스가 검색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은 어쩌면 픽셀 브랜드로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존을 언급하자면 에코 프레임은 메타에 밀려 시장에서 고배를 마실 것이고, 이후 아마도 파이어(Fire) 브랜드로 AI 글래스를 출시하리라 예상한다. 아마존은 모든 사람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하며,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를 모델로 한 아마존 파이어 글래스는 그런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애플은 조만간 AI 글래스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아마도 i글래스(iGlasses)라는 브랜드가 출시될지도 모르겠다. 스마트워치와 마찬가지로 스마트글래스는 기술과 패션을 결합하며, 높은 수준의 사용성을 요구한다. 애플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시장이 될 것이다. 복병은 오픈AI다. AI 글래스가 오픈AI의 첫 번째 하드웨어가 되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2024년에는 놀랄 준비를 해도 좋다. AI 글래스가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기 범주로 등장할 전망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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