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바이스

8비트두 레트로 키보드 리뷰 | “가성비+감성”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Michael Crider | PCWorld 2023.11.08
ⓒ ITWorld

필자가 가장 처음 사용한 8비트두(8BitDo) 제품은 블루투스 컨트롤러였다. 몇 개의 추가 버튼과 블루투스 기능으로 닌텐도 NES 본체를 충실히 재현했다. 지난 10년간 8비트두는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의 폭을 크게 넓혀 왔지만, 레트로 키보드(Retro Keyboard)는 미학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원래의 디자인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기본적으로는 기계식 키보드이고 외관은 의도적으로 1985년 거실에 어울릴 만한 느낌으로 하되 최신 부가 기능을 넣어 잘 만들었다. 
 
ⓒ Michael Crider/Foundry

분명 레트로 키보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집중한 제품이다. 기능상으로는 주력으로 사용하거나 심지어 이것만 사용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지만, 마리오와 젤다 상품으로 뒤덮인 책상 위가 아니라면 확실히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룩앤필을 완성하려면 비록 약간 오래되고 인체공학적으로도 크게 불편하지만 N30 마우스가 필요하다. 이처럼 향수 어린 물건이지만 단순히 색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레트로 키보드는 만듦새 수준이 꽤 높다. 이렇게 스타일에 신경 쓴 기기 치고는 '충격적'일 정도인데 이 표현은 극찬이다.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레트로 키보드는 상당히 공을 들인 헌사의 결정체다. 투톤 케이스, 붉은색 텍스트가 인쇄된 키캡, 그리고 오른쪽 시프트 키 아래 거대한 “A”, “B” 버튼까지 NES의 디자인을 떠올릴 수 있도록 플라스틱 음영과 인쇄의 모든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심지어, 회색 바탕에 검은 색으로 거의 눈에 보이지 않게 인쇄된 화살표 키는 NES 컨트롤러 D-패드에 양각된 화살표의 두툼한 모양을 똑같이 재현했고, 옛날식 버블 LED 전원 표시등까지 있다.
 
ⓒ Michael Crider/Foundry

키캡에 인쇄된 글꼴, 케이스 상단 반투명 스티커의 줄무늬 디자인, 본체 자체의 암회색 받침대까지 전체적으로 닌텐도에서 제작했을 법한 공식 NES 키보드처럼 보인다. 레트로 미학에 바치는 헌사는 NES를 연상시키는 정도가 아니다. 아날로그 볼륨 다이얼, 전력 및 무선 모드용 원형 스위치, 독특한 키캡 모두 약 40년 전 제품이 떠오르게 한다. 참고로 리뷰용 제품은 NES의 미국 및 해외 버전(“N” 버전) 색상임을 밝혀 둔다. 레트로 감성으로 오리지널 일본 패미컴 색상을 고집하는 사람을 위해 “패미 에디션”도 있다.
 
ⓒ Michael Crider/Foundry

이 키보드에는 레트로한 연출 이외에 일반적인 TKL(TenKeyLess) 레이아웃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상단 맨 왼쪽 다이얼은 ‘끔’ 설정으로 블루투스와 2.4GHz 무선 동글 간 전환이 가능하다. 그 옆에는 옛날 붐 박스를 연상시키는 구식 볼륨 다이얼이 있다. 다음으로 블루투스 페어링 버튼, 프로그래밍 버튼, 그리고 프로필 전환기가 있다. 상단 끝에는 무선 동글용 자석 칸, USB-C 충전 포트, 4개의 배럴 포트(A, B, X, Y)가 있다. 이와 연결된 거대한 애드온 버튼은 이 키보드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두 쌍 중 한 쌍(A와 B)이 동봉되어 있는데 유선 쌍을 최대 3개 더 구매해 총 8개의 프로그래밍 가능 버튼을 사용할 수 있다. 
 
ⓒ Michael Crider/Foundry

NES 컨트롤러의 기본 버튼을 거대하게 재현한 애드온 버튼은 솔직히 상술이다. 플라스틱 상판을 열어 보면 평범한 기계식 스위치 2개를 덮는 대형 커버일 뿐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버튼은 물론, 사용자가 연결하기로 선택하는 모든 추가 버튼은 사실상 정교한 매크로 열이다. 게다가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특히, 4개의 전선이 연결된다면…무선 키보드의 목적이 무색해진다. 매크로 키를 통한 추가 기능이 있는 것이 좋고, 과도하게 크기를 키운 미적 연출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차라리 키보드 자체에 추가 버튼이 몇 개만 있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실제로 필자는 리뷰 테스트를 끝낸 후 애드온 패드를 치워버렸고 없어도 아쉽지 않았다. 
 
ⓒ Michael Crider/Foundry

정리하면 이 키보드의 멋진 외관은 아려한 기억에서 슈퍼 마리오 요정을 불러올 수 있는 특정 부류의 사람에게만 매력적으로 느껴질 공산이 크다. 유의할 점은 RGB LED가 없다는 점이다. 80년대에는 무지개색 게이머 키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기능은 어떨까?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식 키보드와 비교해 보자.
 

성능과 맞춤 설정

성능은 사실 놀랄 만큼 좋다. 먼저 레트로 스타일의 키캡은 레이아웃이 표준 규격의 TKL이므로 거의 모든 맞춤형 세트로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키보드를 실제로 구매하면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고급 PBT 캡에도 열전사 인쇄 공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즉, 오리지널 메트로이드(Metroid) 게임을 회고하는 리뷰를 작성하느라 키보드를 아무리 많이 써도 기호가 절대 닳아 없어질 일이 없다는 의미다. 
 
ⓒ Michael Crider/Foundry

높지만 편안한 캡 밑에는 카일 박스 화이트 V2(Kailh Box White V2) 스위치가 있다. 상당히 시끄럽고 딸깍 거리는 데 이 점은 예상하지 못했다. 게이머를 겨냥한 8비트두 키보드인만큼 빠른 리니어 스위치가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80년대의 유명한 IBM 키보드에서 나던 시끄럽고 딸깍 거리는 소리를 모방하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매우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고급 스위치지만, 시끄럽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보다도 꽤 더 시끄럽다. 
 
ⓒ Michael Crider/Foundry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교체할 수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키보드에는 핫스왑 스위치 소켓이 탑재되어 있는데 이런 고급 기능이 구현된 것이 약간 놀라우면서도 만족스러웠다. 따라서, 더 빠른 타이핑을 선호한다면 기본 레드 스위치로 교체할 수 있고 '무음'으로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애드온 버튼의 딸깍 거리는 연두색 스위치도 핫스왑이 가능하다.
 
ⓒ Michael Crider/Foundry

레트로 키보드의 키감은 만족스럽다. 안정기에서 약간 소리가 나므로 필자 같은 키보드 애호가라면 윤활유가 약간 부족한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일반 사용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다. 단 매우 시끄럽고 딸깍거린다는 사실을 다시 언급한다. 눈에 확 띄는 구식 키캡도 마찬가지다. 로지텍의 MX 제품군이나 안정적인 노트북 키보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적응하기 만만치 않다. 
 
ⓒ Michael Crider/Foundry

게임용으로 쓰기에는 장단점이 섞여 있다. 유선 연결 단자와 고속 연결용 2.4GHz 동글이 제공되고(블루투스 연결은 느리므로 게임에는 적합하지 않다) N-키 롤오버 기능도 있지만, 동봉된 박스 화이트 스위치는 긴장감 있는 슈팅 게임은 물론 빠른 전략 게임이나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에도 다소 부족하다. 눌림을 인식하는 지점까지 누른 키가 튀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 키보드를 데스크톱 게임용으로 사용하려면 더 빠른 리니어 스위치로 교체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조절식 다리가 없는 것도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점이다. 높이를 조절할 수 없고, 비교적 두툼한 본체 높이에 만족해야 한다. 
 
ⓒ Michael Crider/Foundry

8비트두 레트로 키보드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데, 독립형 윈도우 전용 실행파일을 이용하면 된다. 비슷한 기능의 다른 소프트웨어와 비교해 꽤 괜찮다. 기본 레이아웃, 대체 프로필, 매크로 등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고 펌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이다. 대형 애드온 버튼에 키나 매크로를 지정하는 정도라면 소프트웨어조차 필요 없이 버튼 조합으로 설정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키보드 프로그래밍 기능이 매우 세심하게 설계됐음을 알 수 있다.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8비트두 레트로 키보드처럼 독특한 레트로 기기는 보통 매우 비싸지만, 8비트두는 확실한 가성비 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제품 역시 99.99달러인데 가성비가 꽤 괜찮다. 이런 가격에 애드온 버튼과 확장 기능, PBT 키캡과 핫스왑 스위치, 듀얼 무선 옵션을 갖춘 키보드를 찾기는 어렵다. 키캡 값만 그 정도를 부르는 매장이 있을 정도다. 아마 대부분 사용자는 이 키보드의 디자인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 텐데, 외관이 마음에 든다면 그 나름대로 좋은 선택이고 비싼 값을 하고도 남으니 안심해도 좋다.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가 더 많고 소음은 더 적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키보드는 꽤 오랜만이다.
editor@itworld.co.kr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