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ㆍML

글로벌 칼럼 | ‘노트 필기+생성형 AI’ 조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Mike Elgan | Computerworld 2023.09.12
누구나 노트 필기를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 다닐 때는 배우는 주요 내용을 직접 손으로 정리하고 나중에 다시 보곤 했다. 그런데 이 노트 필기의 중요성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스나 드롭박스, 노션 같은 데이터 저장 서비스는 물론 수천 가지 새로운 툴이 이제 생성형 AI를 이용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 Getty Image Bank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AI를 노트 필기에 접목한 '노트북LM(NotebookLM)'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LM은 언어 모델(language model)의 약자다. 거대한 데이터세트가 필요 없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로 생각하면 된다. 노트북LM은 현재 베타 단계이며, 여기에서 사용 신청을 할 수 있다. 베타 프로그램을 통해 기다리기 힘들다면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인 언리들(Unriddle)이 있다. 이 온라인 앱을 이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웹 앱으로 밀어 넣은 후 마치 클라우드 워드 프로세서처럼 쓸 수 있다. 일단 정보를 모두 저장하고 나면 이를 챗봇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언리들은 유료 서비스지만 무료로 테스트할 수 있다.
 

구글의 노트북LM, 애플의 저널링

AI 이전 시대에는 회의에 참석해 중요한 내용을 손으로 노트에 필기하고 나중에 회의 때나 온 내용을 다시 찾아보곤 했다. 여기서 필기 정리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었고, 이 정신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는 회의에 더 집중하고 내용을 기억할 수 있었다. 노트북LM은 이 정리 과정을 대신한다. 더 복잡하고 풍부한 정보 중에서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노트북LM 사용법은 간단하다. 일단 프로젝트를 만든다. 보통은 카테고리로 나누는데, 예를 들면 지난 10년간 태양 에너지 동향 같은 것이다. 이후에 사용자의 구글 독스에 최대 5가지 정보 소스를 입력한다. 나중에는 데이터 지원하는 저장소가 늘어나겠지만, 지금은 구글 독스만 가능하다. 각 정보 소스의 최대 분량은 1만 단어다.



일단 데이터를 모두 불러들이면, 챗GPT처럼 노트북LM을 사용할 수 있다. 채팅하듯 정보와 요약, 분석, 리스트, 결론을 요청할 수 있고 이외에도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물으면 된다. 노트북LM은 '소스 가이드(source guide)'라는 것도 생성한다. 일종의 버튼인데,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요약하기, 퀴즈 내기, 새로운 아이디어 내기 같은 버튼을 보여준다. 그냥 클릭만 해도 해당 작업이 실행된다.

이런 노트북LM의 작동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과거에는 어떤 발표나 수업을 들으면서 내 지식으로 습득하려면 주로 '요약'이라는 인지적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 노트북LM은 일정 상황에서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아닌 자체적으로 확보한 지식을 활용한다. 구글은 이렇게 활용하는 데이터에서 오류나 환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단, 노트북LM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로 나오게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구글 역시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노트북 앱이 될 수 있고, 구글 독스나 노트 같은 기존 제품의 한 기능으로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두 방식 모두로 구현될 수도 있다. 최근 구글은 듀엣 AI(Duet AI) 등 노트북LM과 비슷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듀엣 AI는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한 후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들어 구글 독스에 추가한다. 듀엣 AI는 회의에 대신 참석해 정리한 내용을 보내주기도 한다. 모든 참석자가 회의에 나오지 않으면 회의는 자동으로 취소된다. 현재는 구글 독스만 지원하지만 나중에는 노트북LM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또 다른 스마트폰 거인 애플 역시 노트 필기 영역에 AI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구글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애플이 이달 말쯤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저널(Journal) 앱은 AI를 이용해 사용자의 행동과 심리상태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기록으로 만들어 준다. 즉, 사용자의 위치와 사진, 문자, 오디오 녹음 등을 이용해 사용자가 기록하기를 원할 것 같은 생각과 감정을 골라내 정리한다. 저널의 모든 기록은 암호화되며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잠글' 수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은 '제안 API(Suggestions API)'라는 매우 흥미로운 것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이용하면 서드파티 앱도 저널의 추정 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AI 노트 필기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식

사실 현재도 AI 노트 필기 툴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이 이 부문에 뛰어들면 주류 앱이 될 것이고,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AI의 미래에 대한 클리셰이기도 한데, 즉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AI의 협업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AI 노트 필기와 저널링은 직장에서 대부분 사람이 직접 경험하게 될 인간-AI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AI와 AI 노트 필기, 저널링을 활용하는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은 AI가 사람을 더 보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다움의 본질에서 볼 때 모든 사람은 인식적인 편견과 허점, 불완전한 기억, 제한적인 정신력 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 AI가 이런 인간의 한계를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인간이 AI를 파트너 혹은 도우미로 이용하면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AI가 사용자의 생각과 정보를 다른 외부 데이터와 비교해 사용자가 놓쳤을 수 있는 관점을 알려줄 수도 있다.
 

두 번째 두뇌와 라이프로그의 일상화

더 구체적으로 보면, 미래의 노트 필기 앱에서 생성형 AI는 이른바 '두 번째 두뇌(second brain)'와 '라이프로그(lifelog)'의 교차점 역할을 하게 된다.

먼저 두 번째 두뇌는 "사용자가 배운 것을 모아두는 외부의 중앙화되고 디지털화된 저장소이자 이들 데이터의 원천이 되는 리소스"를 가리킨다. 두 번째 두뇌 개념은 단순한 스토리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고력 향상에 대한 것이다. 데이빗 알렌의 GTD(Getting Things Done) 같은 개인 생산성 솔루션을 보면 공통적으로 적용된 방법이 있다. 외부의 중요한 생각과 실행 항목, 아이디어와 개념을 신뢰할 수 있는 저장소에 저장한 후 나중에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인지적 결합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AI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여기다. 이 데이터 저장소와 상호작용하고 질의하고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훌륭한 협업 파트너가 된다.

둘째 라이프로그는 사실 꽤 오래된 야심 찬 기술이다. 삶과 업무의 모든 세부 사항을 디지털화해 개인적 성장과 후손을 위해 언제든 사용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오늘날 디지털 기기는 실제로 사용자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인데, 최근에는 심장박동까지 모니터링할 정도다. 단지, 이 데이터에 실제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애플 저널이 진가를 발휘하는 영역이 이 부분이다. 휴대폰이 이미 수집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져와 나중을 위해 검토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두 번째 두뇌'와 '라이프로그' 개념은 지난 수년간 정체 상태였다. 소수의 사용자만 열광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들 개념의 발전이 더뎠던 치명적인 결함은 데이터를 수집, 저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결함은 바로 '데이터'였다. 이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지? 이 데이터에서 원하는 인사이트를 어떻게 뽑아낼 수 있지? 같은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대중화될 생성형 AI 기반 노트 필기와 저널링은 이런 물음에 답할 수 있을까? 그렇다.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는 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손쉽게 분석해 인사이트와 아이디어, 컨셉을 뽑아낼 수 있는 궁극의 인터페이스를 갖게 될 것이다. 이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냥 물으면 마치 사람이 하는 것과 같은 대답을 얻을 수 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것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특히 구글의 노트북LM처럼 외부 지식까지 결합하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확장한다. '최신 트렌드 알려줘' 같은 물음에 완벽한 대답을 얻는 것은 물론,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나?', '그런 게 있다면 내 인생의 목표를 고려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같은 물음에도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0년간 사람들은 인간과 AI의 협업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개인적 혹은 업무적인 노트 필기와 저널링에 생성형 AI가 접목된다는 것은 이런 인간-AI 협업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실질적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AI와 개인적인 노트 필기, 저널링의 결합이야말로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급격하게 개선하는 매우 강력한 조합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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