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ㅣ윈도우에서도 윈도우 아닌 곳에서도 ‘윈도우 데스크톱 앱’이 미래다
10년 전, 많은 IT 미디어는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PC가 사망 선고를 받았다”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윈도우 데스크톱 소프트웨어의 인기는 드높다. 한때는 모두가, 심지어는 마이크로소프트조차도 버리고 싶어 했던 윈도우 데스크톱 앱을 실행하는 운영체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윈도우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PC 게임 또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기기에서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클라우드에서 실행되는 윈도우 앱이 증가하고 있다
사용자가 어떤 기기에서든 액세스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에서 실행되는 윈도우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이 증가하고 있다. 아이패드, 크롬북 또는 스마트 TV에서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없다면, 서버에서 원격으로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액세스하면 된다. 기존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은 흔히 ‘Win32’ 소프트웨어로 불리지만, 64비트 애플리케이션도 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365’를 통해 이 부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기업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윈도우 365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호스팅하는 서비스형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기업이 원격으로 액세스할 수 있는 윈도우 데스크톱을 설정하면, 직원은 크롬북, 맥,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스마트 TV, 스마트폰, PC 등 거의 모든 기기를 통해 액세스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11에서 윈도우 365 데스크톱 액세스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작업 표시줄의 ‘작업 보기’ 버튼을 사용해 클라우드 PC와 로컬 PC를 전환하거나, 실제 윈도우 11 PC에서 윈도우 365 클라우드 PC 데스크톱으로 부팅할 수 있다.
지금은 기업용이지만, 내부 문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홈 사용자를 위한 윈도우 365 클라우드 PC도 계획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구글도 ‘크롬OS 가상 앱 제공(ChromeOS Virtual App Delivery)’이라는 새 솔루션을 통해 크롬OS에서 윈도우 앱을 네이티브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원격으로 실행되는 윈도우 데스크톱 앱을 크롬OS와 통합되는 앱으로 바꿔준다. 윈도우 365와 비슷하지만, 구글은 전체 윈도우 데스크톱이 아닌 개별 앱만 제공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개인 사용자용 서비스에서도 원격으로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실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단적인 예가 클라우드 게임 분야다. 구글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Stadia)는 게임 개발자가 자신의 게임을 포팅해 스타디아의 리눅스 기반 시스템에서 실행하는 방식이었는데, 출시된 지 불과 3년 2개월 만에 종료됐다. 반면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GeForce Now)는 윈도우에서 윈도우 게임을 사용해 실행된다. 엔비디아는 개발자가 게임을 리눅스로 포팅하는 방식 대신,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베팅했고, 그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이제 ARM PC에서도 윈도우 데스크톱 앱이 실행된다
이제 클라우드는 잠시 제쳐 두고, PC에서 실행되는 윈도우 자체를 살펴보자. 1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는 끝났다는 당시의 중론에 동의한 듯한 모습이었다.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레거시 인터페이스로 쫓아낸 윈도우 8을 기존 PC용으로 출시하고, 전통적인 윈도우 데스크톱 앱을 전혀 실행하지 않는 윈도우 RT를 ARM PC용으로 출시했다.누구나 알겠지만, 그 이후로 윈도우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불과 1년 뒤 윈도우 8.1에서 이전 결정을 뒤집기 시작했다. 윈도우 RT도 빠르게 폐기 처분됐다.
하지만 윈도우는 여전히 ARM에서 실행된다. 윈도우 ARM PC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것은 하드웨어가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ARM 칩이 “내년에 출시될 것”이라고 늘상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ARM PC 진영에서 애플의 M1이나 M2 칩에 대응할 칩이 없다.
어쨌든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윈도우 ARM PC는 기존 윈도우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다. 또 윈도우 ARM PC에는 인텔 및 AMD CPU용으로 만들어진 기존 데스크톱 앱을 실행하는 에뮬레이션 계층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그 결과 최신 맥북에서 패러렐즈(Parallels) 같은 가상머신을 통해 윈도우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가상머신이 윈도우 11의 ARM 버전을 실행하고, 해당 버전의 윈도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에뮬레이션 계층을 사용해 ARM에서 기존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실행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포용하는 다른 방법
기존 윈도우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도는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윈도우 11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기존 윈도우 데스크톱 앱을 배포한다(윈도우 8과 윈도우 10에서는 개발자가 스토어에 등록하려면 데스크톱 앱이 아닌 메트로/모던/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 앱을 만들어야 했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스타일의 ‘유니버설 윈도우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를 공식적으로 “폐기 수순에 들어간다”라고 발표했다. 이제 개발자는 더 이상 기존 데스크톱 앱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 기존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에 새로운 기능을 통합할 수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의 대대적인 브라우저 전환(‘엣지HTML(EdgeHTML)’ 브라우저 엔진을 사용하는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를 버리고, 구글 크롬에 사용되는 크로미엄 코드 기반의 새로운 엣지 버전을 만든 것)도 기존 윈도우 데스크톱 앱으로의 회귀였다. 원래의 엣지는 새로운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환에 따라 더 전통적인 윈도우 데스크톱 앱 환경으로 돌아가게 됐다.
윈도우에 많은 빚을 진 스팀 덱의 리눅스 시스템
밸브(Valve)의 스팀 덱(Steam Deck)은 PC 게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스팀 덱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스팀OS(SteamOS)를 실행한다. 스팀OS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밸브는 몇 년 전 리눅스를 실행하는 ‘스팀 머신(Steam Machines)’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이번에는 뭐가 다를까? 휴대용 폼팩터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은 분명하지만, 게임 소프트웨어가 충분하지 않았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충분한 게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밸브는 리눅스에서 윈도우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호환성 계층 프로톤(Proton)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리눅스 네이티브 게임만 있었다면 스팀 덱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톤은 와인(Wine)을 기반으로 한다. 와인은 리눅스 PC와 맥에서 수년 동안 사용된 오픈소스 윈도우 호환성 계층이다. 밸브는 손쉬운 경험을 제공하고 윈도우 소프트웨어가 자체 리눅스 시스템에서 매끄럽게 실행되도록 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맥 게임을 위한 애플의 큰 투자? 윈도우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밸브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WWDC 2023에서 대규모 맥OS 게임 투자를 발표했다. 이 투자는 바로 개발자가 윈도우 게임을 맥OS용으로 쉽게 포팅할 수 있는, 프로톤과 유사한 시스템인 ‘게임 포팅 툴킷(Game Porting Toolkit)’을 의미한다. 해당 툴킷은 프로톤과 마찬가지로 와인의 코드를 사용하는 크로스오버(CrossOve)를 기반으로 한다.클라우드에서 게임을 하든, 리눅스 기반 시스템에서 게임을 하든 맥에서 게임을 하든, 업계 전체가 윈도우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기반의 게임으로 표준화되는 듯한 양상이다.
게임은 게임에 그치지 않는다. 강력한 하이엔드 소프트웨어는 다른 무엇보다 먼저 윈도우용으로 개발된다. 윈도우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곧 사라질 구식 시스템이 아니다. 여전히 강력하며 웹 기술로는 충분하지 않은 최첨단 소프트웨어에 사용된다.
돌아온 하위 호환성
10년 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사업부 책임자는 “이전 버전과 호환된다면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박스 원의 최초 비전을 설파하면서 콘솔 게임과 관련해 한 말이다.윈도우 8에서 윈도우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내버리고 싶어 안달 난 모습과 함께,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어나고 있던 다른 모든 일이 떠올랐다.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전 버전과의 호환성을 퇴행이라고 말하니 데스크톱 PC 소프트웨어의 미래는 어두워 보였다. 그전까지 하위 호환성은 항상 윈도우의 큰 강점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하위 호환성이 돌아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윈도우 소프트웨어의 하위 호환성은 매우 중요하며, 모두가 원한다. 심지어 윈도우가 아닌 플랫폼에서도 원할 정도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우의 향후 입지를 탄탄하게 해주는 큰 힘이다. 강력한 PC 소프트웨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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