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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애플 비전 프로는 ‘머리에 쓰는’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Rob Enderle | Computerworld 2023.06.13
애플이 '비전 프로(Vision Pro)'를 통해 마침내 '논쟁적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논쟁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명확하다. 아직도 대다수 사람은 머리에 쓰는 '헤드 마운티드(head-mounted)' 기기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팟이 나오기 전 아무도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고,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 화면이 달린 휴대폰에 대한 반응도 비슷했다. 애플은 '헤드 마운티드' 기기라는 낯설고 논쟁적인 영역에 진출했지만, 애플에겐 오히려 익숙한 행보일 수 있다.
 
ⓒ Apple

단, 아이팟과 아이폰은 모두 스티브 잡스의 작품이고, 이후 애플은 이에 필적할 획기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아이패드는 2011년 잡스의 죽음 이후 활기를 잃은 것처럼 보이고, 잡스식 네이밍 원칙을 깬 애플 워치는 멋진 제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존 애플 대표 제품과 견줄 정도는 아니다. 특히 애플 워치를 아이폰하고만 연동하도록 한 결정은 애플 워치의 성장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어떨까? 이 제품은 적어도 메타(Meta)보다는 목표 시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일반 사용자용 헤드셋과 비교하면 성능이 월등하고, 특히 컴퓨터와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존 연결된 헤드셋 성능과 맞먹는다. 비전 프로는 순수한 가상 혹은 증강 현실(AR/VR) 기기라기 보다는 헤드 마운티드 컴퓨터에 더 가깝다.

하지만 비전 프로 역시 헤드 마운티드 제품이 가진 근본적인 숙제를 풀어야 한다. 미리 밝히자면 3,499달러라는 가격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헤드셋의 근본적인 한계

헤드 마운티드 제품의 근본적인 숙제는 바로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어떤 추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기기를 몸에 걸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얼굴에 무언가를 착용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한 반대 시위를 생각해 보라. 혹은 안경을 써야 하는 제약 때문에 결국 실패한 3D TV도 있다. 안경 가격이 15달러에 불과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얼굴에 무언가를 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은 값비싼 안과 수술을 받고 불편한 콘택트 렌즈를 사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비전 프로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일 수 있다. 사실 필자가 헤드 마운티드 기기를 처음 경험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다. 소니가 의료 시장을 겨냥해 만든 2만 달러짜리 디스플레이 안경이다. 현재 애플 비전 프로의 기능 일부를 지원했고 필자는 이 제품을 즐겨 착용했다. 그러나 이 제품을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고 결국 소니도 개발을 중단했다.

이번에 공개된 애플 비전 프로는 기존 헤드 마운티드 기기 중 아마도 가장 매력적인 제품일 것이다. 매직 리프(Magic Leap)의 구형 헤드셋과 비슷하지만, 더 세련돼졌고 눈에도 덜 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해도 애플은 사람들이 비전 프로를 더 거부감 없이 착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에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야 한다. 애플이라면 이런 마케팅에 투입할 실탄은 이미 넉넉히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의심하는 것은 이런 자원이 아니라 경험이다. 애플이 이 정도의 대규모 마케팅을 벌인 것은 벌써 10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다. 10여년 만의 대규모 마케팅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비전 프로의 장점

이에 대한 판단은 비전 프로의 매력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 일단 이 제품은 아이팟, 아이폰의 첫 버전보다 완성도가 높고 그 쓰임새가 명확하게 인식된다. 만약 비전 프로가 아이팟이 그랬던 것처럼 원래 의도했던 기능과 혜택을 제공하고, 동시에 다른 기기가 제공하지 못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한가지를 더 지원한다면 이 제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기기에 내장된 카메라와 화면을 이용해 야간 시간대의 외부처럼 저조도 상황에서 주변을 더 잘 볼 수 있다. 도로로 접근하는 사슴이라거나 블랙 아이스처럼 도로 위의 이상 기온 현상 등 평소라면 놓쳤을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생산성 측면은 어떨까? 최근의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은 모드 화면 크기에 제약이 있다. 필자는 집에서 49인치 델 모니터를 사용하는데, 외부에서 작업하거나 출장 중일때는 화면 크기 때문에 곤욕을 겪곤 한다. 애플의 헤드 마운티드 컴퓨터는 이런 불편함에 대한 궁극의 해법일 수 있다. 단, 오피스 365 등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앱을 쓸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이는 비전 프로가 정식 출시되는 2024년까지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헤드 마운티드 기기의 또다른 쓰임새는 오락과 교육이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2시간에 불과하지만, 제품 출시 시점에는 추가 배터리 혹은 외부 전원 연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2시간 제약을 넘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비전의 또다른 활용 가능성은 시력 감퇴를 줄이고 명상 앱을 통해 비행기나 잠들기 전에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애플이 데모 과정에서 시연한 것처럼 영상 회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은 기기 내부의 사용자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어 사용자의 아바타를 만든 후 외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능을 비전 프로에 추가했다. 이는 사람들이 메타버스 영상회의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한가지 명백한 단점은 애플이 비전 프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아직 큰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애플은 최근 헤드셋 스타트업 '미라'를 인수했으므로 곧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애플은 이 제품을 정식 출시 몇달 앞서서 공개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당시에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개발자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애플은 비전 프로 정식 출시 시점에 적절한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일정한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태계 없이는 제품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컴퓨팅의 미래?

필자는 비전 프로 같은 기기가 PC의 미래가 될 것으로 믿는다. 궁극적으로는 기존 PC와 스마트폰을 모두 대체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이런 대체를 직접 꾀하는 것 같지는 않다. 대신 기존 제품을 쓰면서 추가로 구매해 사용하는 기기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즉 아이폰과 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기기가 되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다른 업체가 비전 프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발표 당시에는 이런 전략을 채용하지 않았다. 아이팟은 윈도우 PC와도 호환되므로 결과적으로 소니 워크맨을 대체했고, 아이폰은 아이팟을 효과적으로 대체했다. 결과적으로 비전 프로가 AR/VR 시장을 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애플의 비전 프로 전략은 취약하다.

필자는 몇년 이내에 성공적인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그것이 애플 비전 프로가 될지 혹은 다른 업체의 새로운 제품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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