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 애플 비전 프로는 ‘머리에 쓰는’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단, 아이팟과 아이폰은 모두 스티브 잡스의 작품이고, 이후 애플은 이에 필적할 획기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아이패드는 2011년 잡스의 죽음 이후 활기를 잃은 것처럼 보이고, 잡스식 네이밍 원칙을 깬 애플 워치는 멋진 제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존 애플 대표 제품과 견줄 정도는 아니다. 특히 애플 워치를 아이폰하고만 연동하도록 한 결정은 애플 워치의 성장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어떨까? 이 제품은 적어도 메타(Meta)보다는 목표 시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일반 사용자용 헤드셋과 비교하면 성능이 월등하고, 특히 컴퓨터와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존 연결된 헤드셋 성능과 맞먹는다. 비전 프로는 순수한 가상 혹은 증강 현실(AR/VR) 기기라기 보다는 헤드 마운티드 컴퓨터에 더 가깝다.
하지만 비전 프로 역시 헤드 마운티드 제품이 가진 근본적인 숙제를 풀어야 한다. 미리 밝히자면 3,499달러라는 가격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헤드셋의 근본적인 한계
헤드 마운티드 제품의 근본적인 숙제는 바로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어떤 추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기기를 몸에 걸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얼굴에 무언가를 착용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한 반대 시위를 생각해 보라. 혹은 안경을 써야 하는 제약 때문에 결국 실패한 3D TV도 있다. 안경 가격이 15달러에 불과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얼굴에 무언가를 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은 값비싼 안과 수술을 받고 불편한 콘택트 렌즈를 사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이는 비전 프로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일 수 있다. 사실 필자가 헤드 마운티드 기기를 처음 경험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다. 소니가 의료 시장을 겨냥해 만든 2만 달러짜리 디스플레이 안경이다. 현재 애플 비전 프로의 기능 일부를 지원했고 필자는 이 제품을 즐겨 착용했다. 그러나 이 제품을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고 결국 소니도 개발을 중단했다.
이번에 공개된 애플 비전 프로는 기존 헤드 마운티드 기기 중 아마도 가장 매력적인 제품일 것이다. 매직 리프(Magic Leap)의 구형 헤드셋과 비슷하지만, 더 세련돼졌고 눈에도 덜 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해도 애플은 사람들이 비전 프로를 더 거부감 없이 착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에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야 한다. 애플이라면 이런 마케팅에 투입할 실탄은 이미 넉넉히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의심하는 것은 이런 자원이 아니라 경험이다. 애플이 이 정도의 대규모 마케팅을 벌인 것은 벌써 10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다. 10여년 만의 대규모 마케팅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비전 프로의 장점
이에 대한 판단은 비전 프로의 매력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 일단 이 제품은 아이팟, 아이폰의 첫 버전보다 완성도가 높고 그 쓰임새가 명확하게 인식된다. 만약 비전 프로가 아이팟이 그랬던 것처럼 원래 의도했던 기능과 혜택을 제공하고, 동시에 다른 기기가 제공하지 못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한가지를 더 지원한다면 이 제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예를 들어 기기에 내장된 카메라와 화면을 이용해 야간 시간대의 외부처럼 저조도 상황에서 주변을 더 잘 볼 수 있다. 도로로 접근하는 사슴이라거나 블랙 아이스처럼 도로 위의 이상 기온 현상 등 평소라면 놓쳤을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생산성 측면은 어떨까? 최근의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은 모드 화면 크기에 제약이 있다. 필자는 집에서 49인치 델 모니터를 사용하는데, 외부에서 작업하거나 출장 중일때는 화면 크기 때문에 곤욕을 겪곤 한다. 애플의 헤드 마운티드 컴퓨터는 이런 불편함에 대한 궁극의 해법일 수 있다. 단, 오피스 365 등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앱을 쓸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이는 비전 프로가 정식 출시되는 2024년까지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헤드 마운티드 기기의 또다른 쓰임새는 오락과 교육이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2시간에 불과하지만, 제품 출시 시점에는 추가 배터리 혹은 외부 전원 연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2시간 제약을 넘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비전의 또다른 활용 가능성은 시력 감퇴를 줄이고 명상 앱을 통해 비행기나 잠들기 전에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애플이 데모 과정에서 시연한 것처럼 영상 회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은 기기 내부의 사용자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어 사용자의 아바타를 만든 후 외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능을 비전 프로에 추가했다. 이는 사람들이 메타버스 영상회의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한가지 명백한 단점은 애플이 비전 프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아직 큰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애플은 최근 헤드셋 스타트업 '미라'를 인수했으므로 곧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애플은 이 제품을 정식 출시 몇달 앞서서 공개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당시에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개발자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애플은 비전 프로 정식 출시 시점에 적절한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일정한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태계 없이는 제품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컴퓨팅의 미래?
필자는 비전 프로 같은 기기가 PC의 미래가 될 것으로 믿는다. 궁극적으로는 기존 PC와 스마트폰을 모두 대체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이런 대체를 직접 꾀하는 것 같지는 않다. 대신 기존 제품을 쓰면서 추가로 구매해 사용하는 기기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즉 아이폰과 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기기가 되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런 방식은 다른 업체가 비전 프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발표 당시에는 이런 전략을 채용하지 않았다. 아이팟은 윈도우 PC와도 호환되므로 결과적으로 소니 워크맨을 대체했고, 아이폰은 아이팟을 효과적으로 대체했다. 결과적으로 비전 프로가 AR/VR 시장을 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애플의 비전 프로 전략은 취약하다.
필자는 몇년 이내에 성공적인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그것이 애플 비전 프로가 될지 혹은 다른 업체의 새로운 제품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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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gate
'반박 불가' 하드 드라이브와 SSD에 관한 3가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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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영향력” 하드 드라이브의 나노 스케일 혁신
ⓒ Seagate 플래터당 3TB라는 전례 없는 드라이브 집적도를 자랑하는 새로운 하드 드라이브 플랫폼이 등장하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플래터당 3TB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은 동일한 면적에서 스토리지 용량을 기존 드라이브 대비 거의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혁신은 데이터 스토리지의 미래와 데이터센터의 디지털 인프라에 괄목할 만한 영향을 미친다. AI의 발전과 함께 데이터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IDC에 따르면 2027년에는 전 세계에서 총 291ZB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스토리지 제조 용량의 15배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데이터를 호스팅하는 대형 데이터 센터에 저장된 데이터 중 90%가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된다. 즉, AI 애플리케이션의 주도로 데이터가 급증함에 따라 물리적 공간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스토리지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데이터 스토리지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금 시대가 직면한 규모, 총소유비용(TCO), 지속가능성이라는 과제에 대한 논리적 해답인 셈이다. 열 보조 자기 기록(HAMR) 기술은 선구적인 하드 드라이브 기술로 드라이브 집적도 향상을 위해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연구를 거쳐 완성되어 왔다. 씨게이트 모자이크 3+ 플랫폼은 이러한 HAMR 기술을 씨게이트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구현한 것으로, 미디어(매체)부터 쓰기, 읽기 및 컨트롤러에 이르는 복잡한 나노 스케일 기록 기술과 혁신적인 재료 과학 역량을 집약한 결정체다. 이 플랫폼은 데이터 비트를 변환하고 자기 및 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더욱 촘촘하게 패킹해서 각 플래터에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데이터센터에 있는 16TB 드라이브를 30TB 드라이브로 업그레이드하면 동일한 면적에서 스토리지 용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더 낮은 용량에서 업그레이드한다면 상승 폭은 더욱 커진다. 이 경우, 테라바이트당 전력 소비량이 40% 감소하는 등 스토리지 총소유비용(TCO)이 크게 개선된다. 또한 효율적인 자원 할당과 재활용 재료 사용으로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테라바이트당 탄소 배출량을 55% 감소시켜 데이터센터가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드라이브 집적도 향상은 하이퍼스케일과 프라이빗 데이터센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며 전력사용량과 탄소배출량 역시 늘어나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10대 핵심기술 개발방향’에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소모량을 20%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목표에 발맞춰,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대용량 데이터 스토리지를 활용하는 것은 원활하고 지속적인 AI 모델 학습, 혁신 촉진 및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의 경우 제한된 공간, 전력, 예산에 맞춰 확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드 드라이브의 집적도 혁신은 점점 더 커져가는 클라우드 생태계와 AI 시대에 대응하는 해답이자,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엑사바이트를 저장하면서도 자원 사용은 줄이도록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글로벌 데이터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