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교수진 역시 학생들이 논문이나 과제 작성에 활용할 수 있는 AI(예 : 챗GPT)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가트너 부사장 겸 고등교육 부문 애널리스트 토니 쉬한은 “생성형 AI의 확산 속도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생성형 AI는 에세이, 코드, 그림 등 창의적인 콘텐츠 생성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특히 교육기관은 더욱 그러했다”라고 말했다.
작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 미국 뉴욕시는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의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도 학교 네트워크에서 오픈AI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통합 교육구, 시애틀 공립학교를 비롯한 다른 학군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뉴욕시 교육청의 대변인 제나 라일은 워싱턴 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이 도구로 빠르고 쉽게 답변을 얻을 순 있지만, 학업과 평생의 성공에 필수적인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지는 못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케임브리지 대학을 포함한 영국의 여러 대학도 과제에 챗GPT를 사용하면 “표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부정행위의 한 형태”라고 경고했다.
쉬한은 “지난 몇 달 동안 교육기관에서는 챗GPT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조치를 취했다. 일각에서는 교수가 개별적으로 챗GPT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라면서, “교육기관 차원에서 이 문제는 중요한 변화이며, 금방 해결되진 않으리라 예상된다”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챗봇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그래머리(Grammarly) 또는 이지빕(EasyBib) 같은 표절 방지 도구는 학생들의 과제를 수십억 개의 웹페이지 및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중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표절 방지 도구는 인용이 필요한 구절을 강조 표시하고, 학생들이 출처를 적절하게 표시할 수 있는 리소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AI 도구를 활용해 표절은 아니더라도 문구를 바꿀 수 있다는 딜레마가 남아 있다. 또 생성형 AI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기술로 생성하는 콘텐츠를 원본이 아니라고 감지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편 학생들이 챗GPT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를 기피할 수 있다. 지난 1월 스탠포드 대학교의 학보 스탠포드 데일리(The Stanford Daily)에서 실시한 비공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4,497명)의 17%가 기말고사에서 챗GPT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대부분(59.2%)은 브레인스토밍, 개요 작성, 아이디어 구상 등에 챗봇을 활용했다. 29.1%는 객관식 문제에 답하기 위해 챗봇을 썼다고 답했다. 7.3%는 챗GPT에서 작성한 자료를 편집해 제출했으며, 5.5%는 챗GPT에서 작성한 자료를 편집하지 않고 제출했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당시 해당 학교의 정책은 학생들의 AI 도구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다.
고등교육 검색 서비스 컬리지 로버(College Rover)의 설문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40% 이상이 과제에 챗GPT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여러 번 활용한다고 답했다. 이 밖에 다른 설문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 학생의 36%는 교수가 과제에 AI 기술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낙제될 것이라 경고했다고 말했다.
• 학생의 29%는 대학에서 챗GPT 및 기타 AI 도구 관련 지침을 발표했다고 답했다.
• 학생 10명 중 약 6명은 대학이 챗GPT 및 기타 유사한 AI 기술 사용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은 생성형 AI 기술의 유용성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학교의 사용 허가 여부가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컬리지 로버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학생 10명 중 약 4명이 챗봇을 금지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39%는 생성형 AI나 AI 자체를 금지하는 학교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컬리지 로버의 설립자 겸 CEO 빌 타운센드는 “미국의 초중고에서는 이미 많은 금지 조치가 취해졌다”라면서, “하지만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은 아직 금지를 다소 주저하고 있다. 대신 대학은 AI 도구 사용을 감안해 학습 윤리 및 표절 정책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학생에게 챗GPT 같은 도구를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오픈북 시험을 치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은 여전히 교과서든 챗봇이든 리소스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챗봇 금지를 계산기 사용 금지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챗봇은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토론토 대학 생화학과 명예 교수 보리스 스타이페 박사는 학생들의 챗GPT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스타이페 박사는 “학생들은 과제의 품질에 따라 평가받게 된다. 과제는 충분하게 숙고해야 하고, 검증돼야 하며, 정확해야 한다. 아울러 항상 구두시험을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학생들은 AI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라면서, “학생들이 창의적인 과정을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보여준다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타이페 박사는 챗GPT의 등장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하면서, “교육자 또는 교육기관은 AI라는 리소스를 차단하려 하지 말고 학생들이 AI로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학생들이 AI로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지 않으면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AI를 차단하는 교육 과정을 만드는 데 시간을 소비한다면 교육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면서, “AI가 학생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생각하도록 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며,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AI는 학생들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스타이페 박사는 AI를 기반으로 연산 생물학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고 있다. 이전에는 소프트웨어 소비자에 불과했던 학생들이 AI와 챗봇을 사용해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학습, 자가 진도 평가, 학습 스타일에 맞춰 과제를 조정하고 약한 부분을 공략하는 등 이런 기능이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기존에는 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에는 제한이 없을지 모르지만, 표절은 또 다른 문제라고 스타이페 박사는 지적했다.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자신의 작업물로 제출해서는 안 되며, AI는 인용할 수 있는 출처가 아니다. 학생들은 아이디어의 출처를 찾아서 제공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대변인은 챗GPT를 학습과 교육을 지원하는 도구로 보고 있지만, 학계가 생성형 AI 남용 가능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정책 전문가가 새로운 기술 사용과 관련해 가장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픈AI에서는 전국의 교육기관과 협력해 챗GPT의 기능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알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의 AI 부문 수석 편집자 윌 더글라스 헤븐은 최근 블로그에서 “많은 교사가 챗봇을, 부정행위를 위한 기계가 아니라, 실제로 교육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라고 보기 시작했다”라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예를 들어 챗봇을 학습 보조 도구로 사용해 수업을 대화식으로 만들고, 학생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며, 개인화된 수업 계획을 생성하고, 교사의 행정 업무 시간을 절약하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쉬한은 교육기관이 평가 과정과 지식 개발 과정의 일부로 챗봇을 활용하고, 학생이 AI 기술의 의미를 고려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지난 몇 달 동안 ‘챗봇의 의미를 탐구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학교가 훨씬 많아졌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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