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ㆍML

글로벌 칼럼ㅣAI 챗봇, 검색엔진 아닌 헛소리 생성기다

Brad Chacos | PCWorld 2023.04.11
오픈AI의 챗GPT가 2022년 12월 등장한 이후 단기간 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지난 몇 달 동안 AI 챗봇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무려 100억 달러의 거금을 투자해 ‘떠오르는 스타’ 챗GPT의 인기에 올라탈 기회를 잡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의 검색 지배력을 뒤엎기 위해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GPT-4 기반 챗봇을 통합했다. 구글도 즉각 자체 개발한 바드(Bard) AI로 응수했다.

아직 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이런 ‘AI 챗봇’은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필자는 빙 챗(Bing Chat)의 달리(Dall-E)를 사용해 아이들과 함께 상상 속의 작품을 만들고, 도마뱀이 마법의 근원이라고 믿는 마법사에 관한 멋진 랩 가사를 쓰도록 했다. 또 이런 요청이 순식간에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마케팅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챗GPT, 빙 챗, 구글 바드 등 AI 챗봇을 검색엔진과 한 덩어리로 뭉쳐서는 안 된다. 이런 챗봇은 오히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엉망진창인 트위터를 맹신하고 도배하면서 진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헛소리를 큰 소리로 확신에 차 떠들고 있는 이른바 ‘크립토 브로(crypto bro)’에 더 가깝다.
 
ⓒBing Chat/IDG

이런 AI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에 대체로 정확한 정보를 종합하고, 재미있게 제공하는 데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억 또는 수조 개의 데이터 포인트(텍스트)를 학습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로, 사용자의 쿼리에 따라 다음에 나올 단어를 예측하기 위해 학습한다. AI 챗봇은 전혀 지능적이지 않다. 그저 단어 연관성 패턴을 활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그럴듯하게 들리는 결과물을 생성하고, 그 단어 조합이 실제로 맞는지는 전혀 모른 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할 뿐이다.

누가 처음에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챗봇이 사실상 ‘스테로이드를 맞은 자동 맞춤법 교정기(autocorrect on steroids)’에 불과하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다. 마치 신뢰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검색엔진처럼 믿을 만한 정보의 출처가 결코 아니다. 사실상 헛소리 생성기이자 크립토 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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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소리를 하는 AI 챗봇    

그 징후는 즉각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이런 LLM이 때때로 부정확한 결과를 생성한다는 점을 강조했다(AI 기술 용어로는 ‘환각’이라고 표현한다). “빙은 AI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와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면책 조항을 명시한다. 또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면 학습 및 개선할 수 있도록 의견을 달라”라고 덧붙인다. 이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바드와 빙 챗 모두 거창한 출시 행사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당혹스러운 사건을 일으켰다.

검색엔진 양대 산맥 ‘빙’과 ‘구글’을 사용할 때 이런 허위 정보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검색엔진과 대규모 언어 모델의 결합에는 훨씬 더 깊은 함의가 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서 ‘오픈AI의 챗GPT가 어떻게 가짜 성추행 스캔들을 만들고 실존하는 법학 교수를 피의자로 지목했는지’를 다룬 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제목에서부터 잘 알 수 있다). 

그 자체로 황당하지만 이 환각 스캔들이 발견된 방식을 알면 더욱 심각하다.
 
빙 챗의 인터페이스는 복잡한 질문을 해도 더 나은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Brad Chacos/IDG

기사를 직접 읽어봐야 한다. 좋은 기사이지만 무섭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법학 교수인 존 털리는 동료 변호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해당 변호사는 챗GPT에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법학자 명단을 생성하라고 요청했는데, 이 목록에 털리의 이름이 포함된 데다 이런 사실(?)이 인용된 워싱턴 포스트의 한 기사까지 첨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털리는 성추행으로 고발된 적이 없고, 문제의 워싱턴 포스트 기사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 워싱턴 포스트에서 법률을 주제로 털리를 인터뷰했던 기록을 보고 환각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다.

털리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무서운 일이다. 근거 없는 주장은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당한 이야기다. 이런 허위 주장은 한 사람의 경력을 망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챗 AI까지 털리의 이름으로 비슷한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윌 오무스는 트윗으로 “이제 빙은 털리가 2018년 수학여행에서 한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당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출처는 챗GPT의 거짓 주장에 대해 털리 본인이 USA 투데이에 기고한 글과 이를 인용한 다른 여러 문건”이라고 전했다.
 
필자에게 벌어진 일이었다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름 아래에서 자행된 이 명예훼손에 관여된 모든 기업을 가차 없이 고소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워싱턴 포스트 기사와 거의 동시에 호주의 한 시장이 실제 그런 말을 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호주의 한 지역 시장인 브라이언 후드는 자신이 뇌물 수수로 교도소에 복역했다는 챗GPT의 허위 주장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오픈AI를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송이 진행된다면 자동화된 텍스트 서비스를 상대로 한 첫 명예훼손 소송이 된다.

오픈AI의 챗GPT는 ‘AI 챗봇’의 최전선에 있고,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채택되고 있는 기술인 만큼 이런 소송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물론 명예를 훼손하고 멋대로 지어낸 주장을 내뱉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챗봇과 검색엔진을 연결하면서 그에 못지않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AI 챗봇을 검색엔진으로 사용하기에는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정확도가 너무 떨어진다.

털리와 후드의 사례는 극단적일 수 있지만, AI 챗봇을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확신에 찬 어조로 전달되는 허위 정보에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빙에 링크드인 프로필을 바탕으로 맞춤형 이력서를 작성하도록 했을 때, 정확한 부분도 많았지만 실제로 없는 기술, 다닌 적 없는 회사까지 경력에 집어넣었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취업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아울러 바드는 공개 시연에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명백히 잘못된 정보를 제시했다가 곧바로 천문학자들의 정정 요구를 받았다. 학생들이 자료 조사를 하면서 검색엔진과 연결된 AI 챗봇을 사용할 경우 성적을 망칠 수 있다.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

ⓒBing Chat / Brad Chacos/ IDG

창의적인 작업에서는 이런 AI 도구가 때때로 뱉어내는 환각이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AI 그림 생성기는 아주 훌륭하며, 참조 문서만 알려주면 전체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AI도 업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작업에는 검색엔진처럼 정확성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애초에 없다.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됐다. 대규모 언어 모델과 검색엔진을 연결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마케팅의 명백한 실수다. 이 실수가 사람들의 인식을 영구적으로 오염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아주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챗GPT의 심각한 환각에 관해 글을 남긴 스티븐 시노프스키의 트윗을 전한다. 참고로 시노프스키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윈도우 7의 성공을 이끌었던 투자자다. “이 서비스가 ‘검색’이나 ‘세상에 대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아니라 ‘창의적 작가’로 불리는 세계를 상상해 보라. 지금은 브랜딩이 잘못됐을 뿐이다. 아마도 10년 후에 훨씬 더 많은 기술 계층이 추가되면 검색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AI 챗봇은 크립토 브로다. 이 놀라운 도구가 열어주는 가능성을 마음껏 즐기되, 챗봇이 제공하는 주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사실인 것처럼 말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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