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크롬북에게
크롬북, 너를 사랑하고 싶다. 진심이다. 이미 너의 형제인 윈도우용 크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 문제없이 하루 종일 함께 작업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크롬북이 쌓은 업적을 존경한다. 자기 관리를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이를 계속 가로막는 한 가지가 있다. 단순한 크롬OS와 저렴한 하드웨어로 갈아타려고 할 때마다 계속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서게 만드는 이유다. 크롬북, 너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포토샵이다.
연이은 실패
출시 이후 줄곧 크롬OS를 사용해왔다. 신선함을 유지해주는 크롬OS 기반 노트북이나 태블릿도 항상 하나 이상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 그리고 늘 어떤 방식, 모양, 형태로든 포토샵을 설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해왔다. IT 매체 소속 기자이자 리뷰어인 필자는 간단한 헤더 이미지를 만들거나 수많은 리뷰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일상적인 워크플로의 일부로 강력한 이미지 편집기가 필요하다.하지만 원하는 것은 다른 다재다능한 이미지 편집기가 아니라 바로 포토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고등학교 시절 데스크톱 퍼블리싱 수업을 들었을 때부터 20년 넘게 어도비 포토샵을 사용해 왔으며, 특히 포토샵의 편집 기능을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안다. 복잡한 키보드 단축키를 외웠다가 경쟁 프로그램에서 모두 바뀐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웹 기반 앱?
크롬OS 설치나 도입에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은 클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포토샵의 기능을 어느 정도 모방하고 크롬북에서도 웹 앱으로 훌륭하게 작동하는 웹 기반 이미지 편집기가 몇 가지 있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포토피아(Photopea)인데, 이 편집기는 웹 기반 포토샵이 되고 싶은 열망을 당당히 드러낸다.오해하지 말자. 포토피아는 정말 좋은 서비스다. 포토샵의 강력한 CPU 및 GPU 집약적 도구가 빠져 있지만, 필자의 작업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간의 이미지 편집 기능이 필요하다면 이 서비스를 추천하고 싶다. 태블릿에서도 작동할 것이다. 광고가 다소 크고 성가시기는 하지만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제품군(Creative Suite)을 유료로 구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광고를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웹 기반이기 때문에 데스크톱에서 바로 사진을 불러오거나, 즉각적 만족을 위해 캔버스에 복사하여 붙여 넣는 대신 번거로운 파일 탐색기를 통해 사진을 업로드해야 한다. 크롬 브라우저에서도 실행되기 때문에 포토샵 이미지 편집용 단축키가 브라우저와 겹친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겠다.
에뮬레이션의
다른 방법으로는 에뮬레이터에서 포토샵 윈도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있다. 일부 크롬북, 특히 저가형 모델, ARM 하드웨어 기반 크롬북에서는 이 방법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어 i3 프로세서 이상을 탑재한 크롬북이라면 최소한 크롬의 리눅스 기능으로, 아니면 와인(WINE)으로, 혹은 안드로이드 기반 크로스오버(CrossOver) 앱으로 윈도우 앱을 실행해 볼 수 있다. 좌절예를 들어, 기본 텍스트 편집기나 오래된 스페이스 카뎃 핀볼(Space Cadet Pinball) 게임을 사용할 때는 괜찮다. 그러나 포토샵은 네이티브로 실행할 때도 데스크톱 프로그램 중에서는 메모리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맹수에 속한다. 바로 두통이 오기 시작한다. 주로 사용하는 포토샵 버전은 약 10년이 넘은 크리에이티브 스위트 6이다. 이렇게 낡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첫째, 필요한 모든 기능이 다 있고, 둘째, 매달 어도비 유료 요금제에 비용을 지불하기는 벅차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로스오버로 포토샵 CS6을 실행하는 것은 일종의 ‘난제’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실행할 수 있어야 할 사양의 크롬북에서 여러 번 시도했지만, 늘 무언가가 실행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일부러 어렵게 꼬아놓은 어도비 라이선스 검증 프로세스를 겨우겨우 통과한 때에도 앱이 비정상 종료돼 버리고 만다.
비상시를 대비해 더 오래된 버전인 크리에이티브 제품군 2를 가지고 있다. (어도비는 더 이상 이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서버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영수증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렸더라도 정품 사본을 구해 인증 없이 실행할 수 있다.) CS2는 크롬북의 WINE 앱에서 실행할 수 있지만, 20년 가까이 된 소프트웨어이므로 CS2는 해상도를 애플 워치 수준인 CRT 모니터로 인식해서 인터페이스가 너무 작게 표시됐다.
이번에는 안드로이드를 시도해 보았다. 모든 최신 크롬북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하며, 안드로이드용 포토샵 앱도 많이 있다. 포토샵만 빼고 말이다. 아이패드의 경우 일종의 정식 버전의 포토샵에 액세스할 수 있지만(주로 아이패드 프로나 애플 펜슬과 함께 사용하기 위한 것), 어도비는 이미 몇 년 전에 안드로이드용 이미지 편집기의 정식 버전을 만들기를 포기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제 플레이 스토어에서 '포토샵'이라는 이름을 단 모든 것은 실제로 편집하는 것보다 셀카에 필터만을 씌워 주는 별 볼일 없는 앱에 지나지 않는다.
어도비가 맥OS보다 사용자가 더 많은 데스크톱 운영 체제가 아닌 표면상 미디어 소비 기기인 태블릿용 포토샵을 만든다는 사실은 불쾌하다. 또 다시 실패했으니 할 수 없이 매력이 적은 선택지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리눅스 제국으로 떠나야 할까
열성적인 리눅스 사용자를 만난다면 윈도우와 맥 외의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강력한 이미지 편집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GNU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김프(GIMP, GNU Image Manipulation Program)가 가장 인기 있는 선택지이고, 리눅스 버전은 크롬OS에서 네이티브로 실행할 수 있다.안타깝게도 김프의 인터페이스는 이름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35년 동안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개발된 포토샵의 인터페이스도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뭔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포토샵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사용자가 더 쉽게 김프에 액세스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크롬북을 주 작업 기기로 사용하는 단계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아쉽게도 리눅스를 활용한 다른 모든 대안은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어떤 것은 너무 기본적인 기능만 있어서 포토샵이라는 상용 소프트웨어의 진정한 대안이라기보다는 리눅스 개발자와 팬의 만족만 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어떤 앱은 사진에만 너무 집중되어 있어 헤더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 때 필요한 래스터 편집 기능이 누락되어 있다. 또 일부는 자주 사용하는 특정 도구나 키보드 단축키 조정 옵션이 없어서 짜증스러웠다.
이 시점에서 고백하건대, 필자는 까다롭다. 포토샵에 대한 의존을 과감히 끊는다면 상황은 훨씬 나았을 것이다. 다양한 무료 소프트웨어, 저렴한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고, 평범한 하루 업무를 처리하려고 포토샵을 열고 윈도우 하드웨어를 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격상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몇 년마다 새로운 씽크패드(Thinkpad)를 위해 레노버로 돌아오고 있다.
지평선에 떠오르는 희망
그래도 희망이 어느 정도 보인다. 여전히 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나 크롬 웹 스토어용 포토샵 정식 버전을 만들지 않고 있어 불쾌하지만, 어도비는 브라우저에서 실행할 수 있는 웹 버전을 만들었다. 웹 기반 포토샵은 출시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베타 버전에 머물러 있으며, 여전히 비싼 월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요금제에 묶여 있다.물론 크롬북에서 웹 버전의 포토샵도 사용해 보았다. 포토피아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단순히 로컬 파일에서 이미지를 불러오는 대신 어도비의 엄청나게 느린 온라인 라이브러리 시스템을 통해 이미지를 불러와야 했다. 무료 이미지 편집기보다는 낫지만, 심지어 포토피아에도 있는 기본 편집기 도구 몇몇이 여전히 누락되어 있다.
어도비가 포토샵 웹 버전을 무료로 공개한다는 소문이 돈다. 그러나 벌써 이 소문이 퍼진 지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신뢰성은 낮다. 어도비 고위 이사진 한 명이 수백만 명이 쉽게 쓸 수 있고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작업에 겁을 먹고 현금 다발로 만들어진 안락한 요새로 후퇴한 것일까?
구글이 구글 문서 스위트 안에 크롬OS에서도 잘 실행되는 포토샵의 대안 앱을 개발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앱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결국 구글이 만든 다른 수많은 개발 중지/서비스 중단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전용 묘지에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 진부한 표현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 크롬OS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겠다. 너는 사랑스럽고 간결한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하루 종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 크롬북 등의 멋진 최신 하드웨어도 내놨다. 이번 실패의 원인은 크롬북의 탓이라기보다는 까다로운 사용자와 어도비의 탓이엇지만, 언젠가는 같은 팀 멤버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새로 나온 씽크패드 노트북을 알아봐야겠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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