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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World 넘버스] “대퇴직 vs. 대해고” 숫자로 본 노동시장 권력 지형

박상훈 | ITWorld 2023.02.24
최근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는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대퇴직'과 '대해고'가 주도하는 겉모습은 의미를 읽어내기가 수월하다. 구직자 주도의 노동시장 혹은 그 반대를 뜻한다. 반면 겉모습 이면의 숫자는 당혹스럽다. 일관된 경향성은 고사하고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혼란을 키운다. 한 달에 수백만 명이 회사를 '자발적으로' 떠나고, IT 업종에서만 수십만 명이 해고 '당한다'. 그러면서도 자리를 채우지 못한 기업 일자리가 수십만 개에 달하는데, 전체 고용률은 역대 최저다. 즉, 많은 직원과 회사가 경쟁하듯 '서로를' 밀어내지만, 여전히 일자리가 넘쳐나고 완전고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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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노동시장에 관한 숫자는 일관성이 있었다. 이른바 '대퇴직', 명백하게 구직자 주도의 노동시장이었다. 실제로 2021년 4월을 기점으로 월 퇴사자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미국 내에서 퇴사한 사람이 4,700만 명 이상이다. 미국 전체 직장인 5명 중 1명꼴이다. 2022년에도 약 3,800만 명이 직장을 '버렸다'. 대퇴직의 직접적 계기 중 하나는 코로나다. 예를 들어 베이비부머 세대는 조기 은퇴를 통해 '안전하게' 가족에 돌아갔다. 당시엔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자산 가치가 급등해 자금 사정도 여유가 있었다.

대퇴직이 베이비부머 세대를 넘어 현재까지 계속되는 것은 대퇴직을 떠받치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는 의미다. IDC의 부사장 에이미 루미스는 대퇴직의 이유로 '대퇴직'을 꼽는다. 동료의 퇴사로 인한 공백을 충원 혹은 추가 교육 없이 남은 직원이 떠맡으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쳤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 경험한 새로운 업무 방식은 대퇴직의 또 다른 촉매였다. 많은 이들이 출퇴근을 위해 도로 위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허비하는 대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깨달았고, 엔데믹과 함께 기업이 직원의 사무실 복귀를 강제하자, 이에 반발하며 '기꺼이' 사표를 던졌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지난해 말이다. 11월 메타를 시작으로 IT 업계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됐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전 세계 직원의 13%, 1만 1,000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세일즈포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정리해고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 기업은 해당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정리해고는 올해 들어 더 거세지고 있다. IT 업종의 정리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Layoffs.fyi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1,045개 기업에서 약 16만 명이 정리해고됐다. 올해는 불과 두 달도 안 된 2월 20일 기준 380개 기업에서 약 11만 명이 회사 밖으로 내몰렸다. 문자 그대로 '대해고'다.
 
'대해고'의 표면적인 원인은 팬데믹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예측 실패가 꼽힌다. 팬데믹 기간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등 IT 업계가 초고속 성장했다. 그러나 팬데믹 종료 국면을 맞아 큰 폭으로 금리가 오르고 시장의 중심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호황에 취해 있던 많은 IT 업체가 다급하게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해고는 구직자 주도의 노동시장을 단숨에 사용자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전면적인 사무실 복귀를 놓고 노사 갈등이 고조되던 때여서 시기적으로도 미묘했다. 기업의 대대적인 반격, 백래시(backlash)로도 읽을 수 있다.

실적이 괜찮았던 IBM조차 해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제 정리해고는 일종의 '묻지마' 유행이다. 최악의 정리해고는 단연 트위터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직후 전 세계 직원 7,500명 중 절반을 내보낸다고 선언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모든 부서를 난도질했다. 꼭 필요한 직원까지 해고해 나중에 다시 돌아오라고 매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끝이 아니다. 머스크는 전 직원에 “일자리를 유지하려면 일 이외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경악한 직원 1,000명 이상이 또 회사를 떠났다. 전문가들은 현재 트위터가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필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의심한다.

대해고에 대한 더 설득력 있는 분석은 '인력 정책의 실패'라는 것이다. IT 컨설팅 업체 TSI의 CEO 토니 라이삭은 "지속 가능한 IT 조직을 구성하려면 기업 전략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덜 숙련된 직원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 그런데 코로나 기간 주요 IT 기업은 급속한 매출 확대에 대응하느라 높은 몸값의 경력자만 대거 채용했다. 지금처럼 최대 80%가 급여 높은 엔지니어로 채워진 상태는 건강한 인력 구조라고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결국 경기 변동에 대한 예측 실패, 잘못된 인력 채용 정책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낳은 셈이다. 경영 리더십의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 IT 호황, 인재 모시기 열풍, 엔데믹, 대규모 정리해고, 계속되는 퇴사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노동시장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많은 전문가가 여전히 구직자 중심의 시장이라고 진단한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 기업 센게이지 그룹의 CTO 짐 칠턴은 “최근의 정리해고는 노동시장 '힘의 균형' 측면에서 확실히 영향을 미쳤지만, 그럼에도 기술 부문은 계속해서 지원자의 시장일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업은 항상 새로운 스킬과 인재를 필요로 한다. 특히 IT 전문가를 원하는 것은 IT 업계만이 아니다. 모든 업종, 모든 기업에서 수요가 높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분석이 맞다고 해도 구직자 중심의 노동시장은 어쩌면 '속 빈 강정'이다. 높은 구인 수요가 곧 원하는 임금, 원하는 업무 방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컨설팅 기업 잰코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IT 직종 평균 임금 인상률은 5.5%다. 하지만 물가 인상률이 이보다 2~4%p 더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업무 방식도 마찬가지다. 팬데믹을 겪으며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여겨졌으나, 엔데믹과 함께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는 기업이 늘어나 갈등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많았다. 그러나 '대해고'가 시작된 이후 관련 논란 자체가 사라졌다.

세상의 모든 IT 리서치 자료, '넘버스'
여기서 소개한 모든 자료는 넘버스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넘버스는 한국IDG가 IT 전문 미디어 ITWorld를 통해 제공하는 IT 리서치 자료 메타 검색 서비스다. IDC 등 시장조사 전문업체의 자료는 물론 국내외 다양한 IT 기업, 민간 연구소 등의 자료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다. 자료의 원 제목과 원문 링크, 자료 조사 주체와 자료 발행 일자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넘버스에 사용한 아이콘의 출처는 flaticon(manshagraphics)이다.

sanghun_park@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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