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은행 연합은 애플 페이를 이길 수 있을까

Lucas Mearian | Computerworld 2023.01.30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건 체이스, 웰스 파고 등 기존 은행들이 애플페이 및 구글페이와 경쟁하기 위해 힘을 합쳐 ‘디지털 지갑’을 만들고 있다. 힘겨운 싸움이 되리라 예상된다. 

메이저 은행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결제 서비스 젤러(Zelle)의 모회사와 제휴를 맺고 소비자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와 연결돼 온라인 및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자체 ‘디지털 지갑’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이 새로운 결제 서비스는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모바일 기기에 내장된 디지털 지갑(예: 애플페이 및 구글페이 등)과 경쟁해야 한다. 
 
ⓒ Getty Images Bank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당 컨소시엄에는 웰스 파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건 체이스 등 4곳의 금융 서비스 기업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 지갑은 아직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디지털 지갑] 시스템은 젤러의 모회사 얼리 워닝 서비스 LLC(Early Warning Services LLC; EWS)에서 관리한다. EWS에 따르면 출시 시점에 약 1억 5,000만 개의 비자 및 마스터카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가 연결될 예정이며, 추후 다른 카드 네트워크도 추가될 계획이다. EWS의 월렛 부문 총괄 책임자 제임스 앤더슨은 “얼리 워닝은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간편한 결제 방법을 제공하는 지갑을 구축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긴밀하게 협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보도에 의하면 해당 컨소시엄의 디지털 지갑은 젤러의 서비스가 아닌 독립형 서비스로 제공될 예정이다. 경쟁 상대는 애플페이, 구글페이, 네오 등의 디지털 지갑 결제 서비스, 레볼루트(Revolut), 몬조(Monzo), 커브(Curve) 등 타 은행에서 운영하는 다른 디지털 지갑, 페이팔, 벤모를 제공하는 결제 업체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힘겨운 싸움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은행 중 일부는 디지털 지갑 프로젝트가 처음이 아니다. 일례로 JP모건 체이스는 ‘체이스 페이(Chase Pay)’를 출시한 지 고작 1년 만인 2021년 폐지했다. 소비자의 디지털 지갑 사용을 촉진하고, 매장의 POS 및 온라인 시스템에 소프트웨어가 설치되도록 하려면 상당한 광고비와 마케팅 비용을 들여야 한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앨리슨 클라크는 바로 이 부분이 체이스 페이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이스 페이가 실패한 원인은 충분한 가맹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에도 만만치 않을 공산이 크다. 시도를 계속한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소비자가 앱을 사용하는 데 어떤 인센티브가 있을지 의문이다. 포인트를 더 주는 것인가? 그런 게 아니라면 [소비자 관점에서는] 계속 애플 페이를 쓰는 게 나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은행 컨소시엄의 디지털 지갑 앱이 어떻게 극복할지 알 수 없는 사용자 경험 관련 요소가 산적해 있다. 이는 [모바일] 기기에 내장되지도 않는다. 이를 활용해 가상 CCV로 옮겨가려는 것 같지도 않다”라고 클라크는 전했다. 

JP모건 체이스, 웰스 파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팬데믹 기간 동안 [대형 은행에서 젤러를 통한 송금 서비스로] 사기 피해를 본 고객에게 환불해줘야 했던 은행이다. 젤러 사용자는 고객 지원 담당자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아 엉뚱한 곳에 [돈을] 송금하는 바람에 금전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디지털 지갑을 통한 보안 강화는 컨소시엄이 내세우는 핵심이 기능일 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젤러를 공동 운영하는] 은행들은 소비자가 온라인 구매에 젤러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사기 우려로 철회했다. 온라인 뱅킹과 관련해서 컨소시엄은 아직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EWS 관계자는 “이번 디지털 지갑은 전자상거래용이며, 자세한 내용은 차후 공개될 예정”이라고만 전했다.
 

디지털 지갑의 작동 방식

WSJ에 의하면 이번 디지털 지갑은 소비자가 자신의 이메일을 매장의 결제 페이지에 입력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매장은 EWS를 호출하고, EWS는 은행과의 백엔드 연결을 사용하여 지갑에 로드할 수 있는 소비자 카드를 식별한다. 그다음 소비자는 어떤 카드를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다.

디지털 지갑의 개념은 사용자의 결제 정보를 디지털 기기의 접근하기 쉬운 한 곳에 저장하는 것이다. 즉, 사용자는 실물 신용카드를 받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즉시 승인받을 수 있다. 이 밖에 [디지털 지갑을 통해]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추적해 재무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ABI 리서치의 사이버 및 디지털 보안 애널리스트 샘 가젤리는 “예컨대 구글 페이는 사용자가 어디에 가장 많이 돈을 쓰는지 알려줘 예산 관리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는 많은 디지털 지갑 제공업체가 앱 내에서 호텔 예약, 음식 배달 등이 가능한 ‘슈퍼 앱’을 추진 중이다. 가젤리는 “[디지털 지갑은] 이제 암호화폐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페이팔 등 몇몇 결제 회사는 사용자가 원하면 암호화폐도 구입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디지털 지갑은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를 연계하는 것 외에 물론 항공권, 콘서트 입장권, 호텔 예약 내역, 교통카드, 상품권, 쿠폰 등 다른 자산을 저장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젤리는 “디지털 지갑은 이를테면 별도의 PIN, 안면 생체 인식 정보 또는 지문 등 결제를 위한 ID가 필요하다. 이 방식이 훨씬 더 안전하다”라고 언급했다.

은행 컨소시엄의 디지털 지갑은 경쟁 상대인 디지털 결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는, 더욱더 간단하고 안전한 온라인 결제 수단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행 디지털 지갑 결제 시스템(예: 애플 페이 등)은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판매자에게 토큰화된 카드 번호를 제공한다. 토큰화는 민감한 카드 정보와 연결되지만 인증되지 않은 엔티티가 액세스할 수 없는 무작위 데이터 문자열을 생성한다. 토큰 자체에는 신용카드 정보가 들어있지 않다. 토큰은 거래별로 달라지고, 카드 소유자가 변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이버 범죄자가 계정을 해킹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클라크는 “다들 애플이 가상 카드 번호와 가상 CCV로 하는 것을 베끼려고 시도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은행 컨소시엄은 고도로 세분화된 시장에 진입하려는 만큼, 광고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코너스톤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디지털 결제를 사용하는 소비자 중 70%는 2가지 이상의 도구를, 49%는 3가지 이상을 쓴다. 디지털 결제 사용률은 세대 간에도 차이가 있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62%, X세대는 50%, 베이비붐 세대는 32%가 디지털 결제(또는 이체)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너스톤 어드바이저의 최고연구책임자 론 셰블린에 의하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21세에서 42세 사이) 소비자 중 약 4분의 3이 페이팔을 사용하고, 약 절반이 스퀘어 캐시앱을 쓰며, 대략 10명 중 4명꼴로 벤모를 활용한다.
 
ⓒ Cornerstone Advisors

가젤리는 은행들이 고객 유치에 애를 먹을 것이라면서, “기성 은행이 디지털 솔루션을 위해 쏟아부을 수 있는 상당한 자본은 격차를 좁히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파편화다. 많은 지갑 솔루션이 출시되면서 각 솔루션 업체가 스스로를 차별화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들이 디지털 지갑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애플과 구글 같은 회사가 자신의 플랫폼으로 소비자를 움직여서 은행의 이익을 갉아 먹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너스톤 리서치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페이팔, 스퀘어 캐시 앱 등 모바일 앱 제공업체가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경쟁자가 늘어났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페이팔은 신규 고객이 1억 2,600만 명 증가했다. 캐시 앱은 2019년 2,400만 명이었던 사용자 수가 2022년에는 4,400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2019년 11억 달러였던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51억 달러로 증가했다. 

코너스톤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단말기 중 4분의 3에 적어도 한 소매점의 모바일 앱이 설치돼 있다. 통틀어서 약 32억 달러가 매주 10대 소매점의 모바일 앱을 통해 드나들고 있다.

한편 은행들은 디지털 지갑 제공업체(예: 애플 등)가 품고 있는 의도에 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451 리서치의 핀테크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 조던 맥키에 따르면, 이러한 디지털 지갑 제공업체가 고객의 결제 경험을 더 많이 차지함에 따라 은행은 자신의 고객 관계가 지장을 받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지갑 제공업체는 신용카드, 저축 예금 등의 금융서비스도 끼워 팔고 있고, 이는 은행의 수수료와 예치금 실적에 위협이 된다. 맥키는 “[은행들의] 우려는 타당하지만 은행들의 디지털 지갑 시장 진출은 확실히 늦었다. 은행들은 소비자에게 지갑이 유용해질 때까지 가맹점을 늘려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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