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미사여구와 과장이 난무하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지금 챗GPT가 하는 일은 최대한 많은 관심을 끌려는 일종의 묘기다. 찰스 디킨스의 문체로 비욘세에 대한 기사를 쓰는 등 지금 개인 사용자들이 챗GPT로 하는 별난 놀이는 AI의 미래가 아니다. 미래 AI의 주용도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도구다. AI를 사용해 인터넷 검색을 개선하고 소프트웨어 코드를 쓰고, 사업 운영 면의 비효율성을 찾아 수정하고 방대한 데이터에서 유용하고 실행 가능한 정보를 추출해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역할을 말한다.
그러나 AI의 중심에는 지적 재산 도둑질이라는 지저분한 비밀이 있다. AI가 주어진 역할을 하려면 지속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흡수해야 한다. 영화 ‘흡혈 식물 대소동’에 나오는, 끊임없이 “먹이를 줘!”라고 외치는 괴물 식물 오드리 2세를 생각하면 된다. 비판하는 측에서는 AI가 지적 재산에 대한 정당한 권리 없이 마구잡이로 정보를 흡수함으로써 지적 재산권 법을 위반하는 문제가 갈수록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된 지적 재산 소송의 결과는 어쩌면 AI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측은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코드 저장소인 깃허브, 챗GPT의 부모 격인 오픈AI(OpenAI)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AI를 사용하는 코파일럿(Copilot) 서비스를 구축하고 학습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만든 코드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AI의 미래는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완전히 바뀔지도 모른다.
AI에 '올인'한 MS
소송을 이해하려면 먼저 마이크로소프트가 AI에 쏟은 노력을 살펴봐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AI가 클라우드 이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변화시킬 기술이라고 믿는다. 나델라는 최근 “지난 패러다임을 모바일과 클라우드라고 한다면, 다음 단계는 AI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AI는 클라우드부터 빙 검색, 윈도우 자체에 이르기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부분에 사용된다. 지난주 CES 컨퍼런스에서 나델라는 “인공지능은 윈도우에서 하는 모든 작업의 방식을 말 그대로 바꿔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세부 사항은 자연어 인터페이스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나델라가 아직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많은 일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AI와 클라우드의 조합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집중하는 영역이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 기술로 구동되며 애저의 AI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사용해 학습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기반 AI 기능을 기업에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면 기업에서는 아무런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AI를 그냥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애저 오픈AI 서비스(Azure OpenAI Service)로 명명된 이 제품은 이미 프리뷰 형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3 AI를 빙 검색과 통합해 더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단순히 웹 페이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찾는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코파일럿과 소프트웨어 도적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소송 쟁점인 서비스, 코파일럿에 대해 알아보자. 코파일럿은 AI 코딩 비서로,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기능을 만들기 위한 코드를 생성한다. 따라서 개발자는 더 복잡한 고수준의 프로그래밍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는 코파일럿에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말하기만 하면 코파일럿이 바로 사용 가능한 코드를 만들어 주므로 이 코드를 붙여 넣으면 된다.이것은 지금이라도 당장 사용 가능한 수준이다. 이후 충분한 학습을 거치면 코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도 간단한 앱을 만들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더 복잡한 앱도 구축할 수 있다.
코파일럿이 동작하려면 방대한 양의 코드로 학습해야 한다. 코파일럿을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소유의 오픈소스 코드 저장소 깃허브는 “코파일럿은 수십억 라인의 공개 코드를 사용해 학습했다”라고 말한다. 코파일럿이 이 오픈소스 코드를 얻는 방식이 바로 이번 소송의 핵심이다.
오픈소스 코드는 공공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저작권이 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조건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코드를 기반으로 구축된 소프트웨어에는 원본 코드를 만든 사람의 이름과 저작권 고지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기도 한다.
코파일럿은 이러한 라이선스를 따르지 않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은 코파일럿이 저작권법의 “공정 사용”에 해당하므로 라이선스에 관계없이 모든 오픈소스 코드를 학습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많은 AI 기업 및 연구소도 이와 동일한 주장을 펼친다.
프로그래머이자 작가, 변호사인 매튜 버터릭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버터릭과 조셉 세이버리(Joseph Saveri) 로펌은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와 오픈AI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며 “이들은 오픈소스 라이선스 조건을 위반했고, 오픈소스 프로그래머들이 이룬 작업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쉽게 해석하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코파일럿 학습에 사용된 코드를 만든 사람들의 지적 재산을 훔친 소프트웨어 도적이라는 주장이다. (버터릭은 코파일럿에 소프트웨어를 쓰도록 요청하면 코파일럿 학습에 사용된 오픈소스 코드가 아무런 변경 없이 복사되어 결과물로 출력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버터릭은 코파일럿은 시작일 뿐이며, 코드뿐만 아니라 이미지, 저작물,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망라한 훨씬 더 방대한 지적 재산 도둑질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버터릭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깃허브와 코파일럿의 범위를 훨씬 더 뛰어넘는 야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영구적으로 어느 곳의 어느 데이터든 동의 없이 공짜로 학습에 사용할 수 있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다. 오픈AI가 운영하는 DALL-E 2 같은 AI 이미지 생성기는 이미 웹에서 찾은 이미지를 사용해 학습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사용, 그리고 ‘공정 사용’ 개념에 기대는 행태에서 큰 모순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랜 기간 오픈소스를 악 그 자체라도 되는 듯 여기며 적대시해왔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는 리눅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공산주의적 성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1년 후에는 아예 오픈소스를 “암”이라고까지 지칭했다.
소송의 향방과 영향력
이 소송은 AI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승소한다면 AI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코드와 이미지, 문서, 데이터를 거침없이 집어삼키며 학습할 수 있게 된다. AI가 언제 어디서나 모든 데이터를 공짜로 사용하게 된다는 버터릭의 경고는 거의 현실화될 것이 확실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패소한다면 AI를 만드는 쪽에서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AI 개발 속도를 늦추더라도 예술가와 작가,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지적 재산을 존중해야 한다.개인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대편, 즉 창작자의 편에 서고 싶다. 지적인 능력과 예술적 역량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힘들게 살고 있다. 미국 포크송 싱어송라이터인 우디 거스리는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Pretty Boy Floyd)’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썼다.
“그래, 나는 이 세상을 방랑하며
재미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
총으로 강도짓을 하는 자도 있고,
만년필로 강도짓을 하는 자도 있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송에서 이긴다면 창작자의 그렇지 않아도 가벼운 주머니를 터는 자는 총도, 펜도 아닌, 1조 달러의 부를 소유한 사기업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실체도 없는 AI,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손에 넣는 AI 업계가 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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