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매터 발표 행사에서 CSA는 여러 협력 업체가 매터 표준 확립을 성사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CSA CEO 토빈 리처드슨은 2016년부터 매터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데 "수십만 시간의 엔지니어링 작업"이 투여됐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스마트홈 및 건강 부문 책임자 마르자 쿠프만스는 매주 매터 프로토콜과 관련된 회의를 20시간씩 했다면서 "팀원이 300명을 넘어도 대규모 프로젝트에 속한다. 매터는 300개가 넘는 회사가 협업하는 초대규모 프로젝트였다"라고 언급했다.
매터 표준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마트홈 시장을 하나의 표준으로 통합해 일관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첫 걸음은 실리콘랩스의 매니시 코타리 소프트웨어 개발 수석 부사장이 말했듯 "전면 개혁이 아닌 점진적 전환"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발표 행사에서 공개된 제품에서 드러났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선보인 첫 번째 기기는 기존 와이저 스마트홈 기기를 매터 생태계로 가져오게끔 설계된 스마트홈 허브 와이저 게이트웨이(Wiser Gateway)였다.
즉 스마트홈 생태계를 완전히 뒤엎는 것은 매터 표준의 목표가 아니다. 그리고 완전한 전복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예컨대 한 달 전인 10월 4일 수정된 매터 1.0에서는 특정 카테고리의 스마트홈 기기만 인증할 수 있었다. 조명 및 조명 스위치, HVAC 제어기 및 브리지, 도어 잠금 장치, 센서, 블라인드 및 차양, TV 및 미디어 장치,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 및 애플리케이션 등이다. 천천히 스마트홈 생태계를 장악해나가려는 매터 표준의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그래도 속도가 느리지는 않다. 현재 190개의 제품이 매터 인증을 받았거나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매터 호환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IoT 개발 플랫폼 서비스 업체 투야(Tuya)의 공동 설립자이자 COO인 알렉스 양은 투야를 통해 추가되는 제품만 150~200개 정도 더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출시 행사에서는 나노 리프(Nanoleaf), TCL, 이브(Eve) 제품 등 최초로 매터 인증을 받은 스마트홈 제품이 일부 시연됐다.
신제품 카테고리 인증은 2년마다 갱신되며, 차기에는 카메라, 로봇 진공, 백색 제품 및 가전제품, 에너지 관리 장치, 움직임 및 존재 센서, 연기 및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포함될 예정이다.
새로운 제품 유형이 더해질수록 CSA는 새로운 데이터 보안 문제와 씨름해야 할 것이다. 인피니언(Infinion)의 명예 엔지니어 스티브 한나는 매터가 보안에 대한 기대치를 한 층 더 높인다고 언급했으며, 실리콘랩스(Silicon Labs)의 매니시 코타리는 "보안은 실리콘에서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초기 제조 과정부터 실리콘에 디지털 ID가 내장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사용자가 제품을 집으로 가져와 QR코드를 스캔해 설정하면 기기 검증이 동시에 이뤄진다. 보안 프로세스를 사용자 환경에 깔끔하게 통합하는 방법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 등과 관련돼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와 문제가 여럿 남아 있다. 예컨대 '누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많은 회사가 개인 가정에서 카메라 등의 장치의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터는 대규모의 사용자 개인 정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현재 매터의 인증 기준은 오직 상호운용성뿐이다. 인증 기준에 다른 요소를 포함할 필요는 없을까?
이렇듯 남은 질문에 얼마나 잘 답변하느냐에 매터 표준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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