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데이위크글로벌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알렉스 수정 킴 팡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삶에 있어 일이 갖는 의미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고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근무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많은 근무자가 주 5일 근무제로 돌아가는 것을 꺼린다.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주 4일 근무제가 유연 근무제 혹은 완전 원격 근무제보다 더 매력적인 옵션일 수 있다. 물론 이 2가지를 주 4일 근무제와 결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팡에 의하면, CEO와 근무자 모두 더욱 짧아진 주간 근무 옵션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70곳의 영국 기업 중 하나인 트리오 미디어(Trio Media)의 CEO 클레어 대니얼은 “주 4일 근무제 실험은 지금까지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생산성은 여전히 높았고 팀의 웰빙은 개선되었으며,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44%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주간 근무 방식의 변화는 곧 낡은 규범을 벗어나 새로운 규범을 포용하는 것을 의미했다.
현재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한 워터와이즈(Waterwise)의 전무 니치 루셀은 “처음부터 아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변화가 마찬가지다. 워터와이즈는 4데이위크글로벌의 도움으로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듣고 대비할 수 있었다. 주 4일 근무제 실행을 위해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어떤 주는 다른 주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연차휴가 같은 문제로 스케줄 조정이 다소 어려웠지만, 현재는 전반적으로 전보다 적응한 상태다. 사무실 밖에서 하루를 더 보낸 후 더욱 상쾌한 기분으로 일터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좋다. 웰빙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현재까지 생산성은 확실히 증가했다”라고 언급했다.
4데이위크글로벌 CEO 조 오코너는 대부분 기업이 주 4일 근무제로 “상당히 원활하게 전환”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정되고 융통성 없는 지난 세기의 관행, 시스템, 문화와 같은 “이해할 만한 장애물”에 직면한 기업도 있다. “많은 기업의 직원과 팀은 리더가 애초에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하고 민첩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부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거나 실험을 통해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팡은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 기업에 대한 파트너 및 고객의 지지는 놀라웠다. 심지어 ‘일을 끝내기만 한다면 걸린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기업 300여 곳과의 면담 결과,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한 후 고객 혹은 잠재고객이 비즈니스 관계를 끊은 사례는 2건뿐이었다. 주 4일 근무제의 열렬한 지지자인 나도 매우 놀랐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3,300명의 영국 근무자와 2,000명의 다른 6개국 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급여 체계는 주 5일 근무와 동일하다. 주 4일 이내에 업무를 끝내기만 하면 된다.
주 4일 근무, 인재 유치 및 생산성에 도움 돼
팡에 의하면, 주 4일 근무제로 인해 기업이 시도해야 했던 대표적인 변화는 회의 시간 단축, 멀티태스킹을 모노태스킹으로 전환, 커뮤니케이션 개선, 고객에 대한 책임을 주간으로 분담하는 것 등이다. “벗어나야 할 오래된 관념이 많다. 일례로 근무 시간이 전문성의 직접적 평가기준이고 기업에 대한 이익이며, 일에 대한 열정이라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체화됐으므로 벗어나는 데 시간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직원 웰빙과 생산성 개선뿐 아니라 기업의 63%는 더욱 수월하게 인재를 유인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 팡은 “일반적인 지식 근무자는 의미 없는 회의, 방해, 기술로 인한 주의산만으로 인해 매일 2~3시간을 빼앗긴다. 이런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성공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실행할 수 있다. 신중한 기술 사용, 회의 없는 업무 몰입 시간 제공을 위해 근무일을 설계해 효율성을 높이면,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의 생산성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보스턴 칼리지 교수이자 본 연구의 행정 담당자인 줄리엣 스코에 따르면, 참여 기업 대부분은 실험을 전사적으로 진행한다. 스코는 “직원 일부만 참여하는 실험을 진행한 기업은 몇 곳뿐이었다. 실험에 참여한 많은 기업은 소규모였고, 대기업의 경우 직원 일부가 참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가령 1,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한 기업에서는 400명이 실험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현재 다양한 지역에서 분기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다. 대략 6개월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6개월간의 실험은 1월부터 시작됐다. 처음 실시한 곳은 아일랜드이며, 4곳의 미국 기반 기업을 포함하고 있다. 4월에는 미국 및 캐나다로, 6월에는 영국, 그 이후에는 호주 및 뉴질랜드로 확대됐다. 미국 및 캐나다에서의 2번째 실험은 10월 시작된다.
팡은 “4데이위크글로벌은 유럽연합 및 남아프리카에서의 실험을 위해 기업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실험 규모를 가늠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라고 덧붙였다. 실험에 참여하는 영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 응답 기업의 88%는 현재 주 4일 근무제가 기업에서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 응답 기업의 46%는 기업 생산성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으며, 34%는 “약간 향상했다”, 15%는 “상당히 향상했다”라고 답변했다.
- 응답 기업의 86%는 실험 종료 후에도 주 4일 근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현재 “매우 높다” 혹은 “높다”고 답변했다.
- 주 4일 근무제 전환이 어느 정도 원활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29%는 “매우 원활했다”, 49%는 “원활했다”, 20%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서서히 시작되는 인식의 변화
사실 4데이위크글로벌이 주 4일 근무제를 최초로 실험한 곳은 아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쉐이크쉑(Shake Shack)이 2019년 라스베거스 매장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쉐이크쉑 CEO 랜디 가루티는 실적발표에서 주 4일 근무제 실험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으며, 레스토랑 매니저 대상으로 확대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쉐이크쉑은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 9월 실험을 중단했다. 팡에 의하면, 주 4일 근무제를 실험하는 기업은 지난 2년간 더 많아졌다. 팡은 자신의 저서 ‘쇼터(Shorter)’에서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한 전 세계 100곳의 기업에 관해 이야기했다. 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험에는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한다. 자체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기업도 많다”라고 말한다.
IDC의 ‘퓨처 오브 워크(Future of Work)’ 담당 리서치 이사 에이미 루미스도 미국 외 지역에서 주 4일 근무제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목격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더욱 광범위한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모멘텀이 시작된 곳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충분히 도출되어야 한다.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주 4일 근무제는 북미 및 아태지역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 본다”라고 진단했다.
루미스는 주간 근무 시간과 관련한 논의를 ‘레드 헤링(red herring)’ 혹은 ‘직원 생산성 측정에 사용했던 산업 시대의 9to5, 주 5일 근무제로의 후퇴’라고 표현했다. “IDC 연구에 의하면, 결과에 기반한 생산성 측정 방식 도입이 점차 확대함에 따라 시간당 생산성 측정 방식은 결과 관련 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역적 혹은 세계적 차원에서 기업 생태계 전체가 기준을 변화하도록 하는 작업은 절대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애널리틱스가 더욱 정교화됨에 따라, 지정 기간 동안 팀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의 생산성을 보였는지 측정하는 ‘티밍(teaming)’ 혹은 고객 만족 점수와 같은 애자일(agile) 측정지표 등 타 생산성 측정 지표를 살펴볼 수 있다.
물론 기업의 규모가 주 4일 근무제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4데이위크글로벌의 실험에 참여 중인 대부분 기업은 소기업이므로 창립자 및 CEO가 주로 참여를 주도한다. 하지만 이런 기업의 참여도는 팬데믹 이전보다 더욱 활발해졌다. 팡은 “초반에 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실험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꺼렸지만, 지금은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할 뿐 아니라, CEO가 링크드인에 직접 글까지 올린다. 이를 통해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다소 별나고 위험성 높은 시도’에서 ‘직원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보여주는 전략’으로 얼마나 빨리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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