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결제 플랫폼 공급업체인 튠즈(Thunes)가 13개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16~24세를 조사한 최신 설문 결과를 보면 19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Z 세대, 이른바 ‘주머(Zoomers)’의 쇼핑, 소셜 미디어, 금전 관리 습관을 알 수 있다. Z세대는 새로운 금전 관리 수단을 수용하고 있고, 은행 계좌 같은 전통적인 선택지에는 별로 흥미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자 62%가 은행 계좌가 없다고 답했다. 반대로 모바일 지갑 이용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몇몇 시장에서는 거의 절반의 Z세대가 모바일 지갑을 가지고 있다.
튠즈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지갑 또는 가상 지갑은 확실히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설문 조사를 한 13개 중 5개 국가에서 모바일 지갑이 가장 인기 있는 결제 방법이었다(모바일 지갑은 신용카드, 현금카드, 쿠폰, 로열티 카드로부터 나온 정보를 모바일 기기에 저장한다. 이는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의 핵심 스토리지 컴포넌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31일 발표된 451리서치의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 20%가 암호 화폐를 구매했거나 거래했거나 수취했다고 답했다. 이는 Z세대와 밀레니엄 세대에서 (각각 33%, 35%) 가장 두드러졌고, 베이비 부머 세대와 그레이티스트 세대는 응답률이 1자리에 그쳤다.
451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이 아닌 투자 수단으로 구매한 사람이 더 많았다. 보고서는 “암호화폐 참여자의 특정한 활동을 보면 메시지가 명확하다. 대다수 참여자가 암호화폐를 구매했고(64%), 훨씬 적은 비율의 참여자가 이를 매도하고 있으며(33%), 다시 이보다 더 적은 참여자가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에 관여하는 소비자는 대다수가 암호화폐를 마치 주식처럼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 장관인 쟈넷 옐런은 '디지털 달러'라는 아이디어를 흥미롭게 평가했다. 물리적 화폐에 버금가는 신뢰성 있는 화폐 형식이 될 수 있고 몇 가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화폐는 비교적 새롭지만 이는 큰 추세, 다시 말해 금융 디지털화의 일부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됐다. 1990년 인터넷 이용자는 3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지금은 약 45억 명이고, 손바닥에 들어가는 작은 인터넷 연결 기기로 대부분 금융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해졌다”라고 말했다.
옐런에 따르면, 법정 화폐에 연계되는 전자 화폐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의 성장이 불법 금융에 연루된 사람들, 이용자 보호, 시스템적 위험 등 정책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디지털 화폐에 대한 감독이 일관성이 없고 파편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재무부가 대통령 금융 시장 워킹 그룹(President’s Working Group on Financial Markets), 미국 연방 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 미국 통화감독청(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 OCC)과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달러와 연동하기 위해 대다수 코인 발행업체가 안전하고 유동적인 전통 자산으로 코인의 가치를 보장한다.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로 교환하고 싶을 때 발행자는 교환 자금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옐런은 “지금 당장은 아무도 이를 보장할 수 없다. 어려운 시기가 되면 이 불확실이 엄청난 교환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례가 있다. 2021년 7월 아이언 파이낸스(Iron Finance)의 타이탄(Titan) 토큰에 환전 수요가 한 번에 폭발했다. 이에 따라 2시간 만에 토큰 가치가 65달러에서 30달러로 폭락했다. 이후 아이언 파이낸스는 환전을 위해 몇몇 대형 주주의 주식 매도를 유도했고, 다시 투매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은행에 국가 디지털 통화 개발 연구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은 자체적인 법안을 준비했고, 미국 달러의 가상 버전인 전자 달러를 만들도록 재무부에 요청했다. 튠즈의 설문조사에서 Z세대가 구매 및 결제 방법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은 것이 바로 브랜드 신뢰였다. 서구 및 신흥 시장을 포함한 13개 국가 중 7개 국가에서 1차 결제 방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 최상위 요소로 꼽혔다. 사용자 경험은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요소였다.
튠즈의 CEO 피터 드 칼루위는 “Z세대는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간과하는 세대다. 이들에게 ‘다이얼-업’, ‘데스크톱’ 같은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 ‘모바일 퍼스트’는 단순히 구호가 아니다. 이들은 실제로 앱, 소셜 미디어,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메타버스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갈 것이다. 많은 기업의 매출 및 전략 계획이 이 세대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심각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고속 성장에 의존하는 기업이라면 특히 그렇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Z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25억 명에 이르고, 2019년 기준 인구 수에서 밀레니엄 세대를 추월했다.
451리서치의 보고서는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암호 화폐에 직접 참여하는 데 대체로 소극적이었지만 위험성이 낮은 몇몇 진입 지점을 찾아냈다.
- 보상 및 로열티 포인트를 암호화폐와 교환. 이는 밀레니엄 세대에게 발행자에 대한 호감을 높일 수 있다. 이 세대의 절반 이상(52%)이 암호 화폐 사용에 관심이 있다. 바크트(Bakkt) 같은 신생기업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 신용 또는 현금카드 보상 포인트 대신 암호화폐를 수령. 스퀘어(Square)는 이미 자사 현금 카드를 통해 특정한 구매를 할 때 카드 소유자가 암호 화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레스토랑에서 사용 시 5% 캐시 백을 비트코인으로 제공). 이런 방식은 고소득 카드 소유자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연간 가구 소득이 12만 5,000달러 이상인 응답자의 45%가 이를 좋아했다.
- 현금 카드를 암호화폐 잔고와 연계. 대다수 암호화폐 거래소는 매장 및 온라인 구매 시 암호 화폐를 인출할 수 있는 카드를 발행한다. 이는 현금 카드가 현금 계좌에 연결되는 것과 거의 같다. 카드 발행자는 거래소와 협력해 카드 소유자의 암호화폐 잔고와 카드를 연계할 수 있다. 42%의 Z세대와 47%의 밀레니엄 세대가 이런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모바일 지갑은 역사적으로 은행 계좌에 접근하기 쉽지 않고 금융 격차가 큰 신흥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 튠즈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공급자는 아시아에서 디지털 결제 혁명을 이끌었고, 아프리카의 경우 대표적인 이동통신 업체가 비슷한 디지털 결제 솔루션을 제공했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Z세대의 삶의 일상적인 일부이고, 갈수록 이들의 경제 활동을 견인하고 있다. Z세대 10명 중 9명이 온종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고, 이들이 로그인하는 플랫폼은 사용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 설문조사에 응한 10명 중 7명이 페이스북,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발견한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틱톡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인기를 급속히 따라잡고 있다.
튠즈와 451 리서치의 설문조사는 세계의 가장 젊고 가장 디지털에 능숙한 소비자가 어떻게 수십 년 된 비즈니스 관행에 변화를 강요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칼루위는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의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아무리 완벽한 쇼핑 브랜드라고 해도 매출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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