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컴퓨팅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리뷰 | '여유 있는' 일반인을 위한 애플 모니터

Roman Loyola | Macworld 2022.03.23
지난 2016년 6월 애플이 썬더볼트 디스플레이(Thunderbolt Display)를 5년 만에 단종시켰을 때 이 제품이 즉시 매대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몇 달 동안 판매됐다. 애플은 이를 대체할 새 디스플레이를 내놓지 않았고, 대신 LG 전자와 협력해 2016년 말 울트라파인(UltraFine) 4K, 5K 디스플레이를 발표했다.
 
ⓒ Willis Lai/Foundry

이후 거의 3년 동안 애플의 ‘공식’ 디스플레이는 LG 울트라파인이었다. 이 제품은 초기 와이파이 인터페이스 문제를 제외하면 무난했지만, 디자인은 여느 범용 PC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애플과 LG의 협력은 디자인보다 디스플레이 기술에 중점을 두는 듯했다. 이 제품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애플의 사용자가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이유의 하나가 매력적이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LG 울트라파인 디스플레이는 애플 스토어에서 판매됐고, 맥 미니를 구매할 때 추천 제품으로 제시되지만 필자는 왠지 구매하기 망설여지는 제품이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 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곤 했다.

그런데 2019년 애플이 ‘프로 디스플레이 XDR(Pro Display XDR)’을 출시했다. 부활한 맥 프로의 주변기기로 판매됐는데, 매우 비싼 독립형 모니터였다. 스탠드를 제외하고 시작 가격이 4,999달러였기 때문에 아무리 애플 마니아라도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별매인 스탠드의 가격은 999달러였다. 그러나 디자인은 모든 면에서 애플만의 감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많은 사람이 '범용 버전'을 기대했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 Willis Lai/Foundry

이런 기대의 결과가 바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Studio Display)’다. 현재는 맥 스튜디오용 주변기기로 마케팅되고 있지만, 애플 판매하는 모든 맥에 연결해 쓸 수 있다. 시작 가격이 1,599달러여서 프로 디스플레이 XDR보다는 감당할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비싼 것은 분명하다. 이미 시장에는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비슷한 디스플레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의문은 하나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애플의 디자인, 화면 품질, 빌트-인 카메라의 핵심 기능인 센터 스테이지(Center Stage)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에 달려 있다.
 

맥이 없는 아이맥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디자인은 애플 본연의 감성을 물씬 풍긴다. 은색 케이스와 스탠드는 알루미늄 재질이다. 27인치 5K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두께가 3.1cm이고 검은색 베젤은 1.3cm다. 높이 조절 스탠드에 부착했을 때 높이가 47.9cm이고, 폭이 62.3cm, 깊이가 20.7cm다. 검은색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PC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확연히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검은색 베젤 ⓒ Willis Lai/Foundry

실제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하부 턱이 없는 큰 아이맥처럼 보인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공개되기 전 애플이 새로운 27인치 아이맥 또는 아이맥 프로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피크 퍼포먼스(Peek Performance)’ 행사에서 아이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애플은 행사 직후 27인치 인텔 기반 아이맥을 단종시켰다. 아마도 아이맥과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혼동해 이런 소문이 돌았던 듯하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5도 내리고 25도 올릴 수 있는 스탠드와 함께 사용한다. 프로 디스플레이 XDR과 마찬가지로 회전되지는 않는다. 약 10.2cm까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탠드도 있지만 가격이 무려 400달러다. 이렇게 하면 전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가격이 1,999달러로 껑충 뛴다. 참고로 기울기 및 높이 조절 스탠드의 받침대는 20.6cm로 기울기만 조정 가능한 스탠드에 비해 약간 더 크다. 스크린을 높이거나 낮출 때의 균형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VESA 어댑터가 있는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추가 비용 없이 판매된다. 따라서 이를 벽체에 설치하거나, 모니터 암 또는 서드파티 스탠드에 달아 쓸 수 있다. 단, 무엇을 선택하든지 결정을 되돌릴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구매한 이후에는 기울기 및 높이 조절 스탠드로 바꿀 수 없다.
 
기울기 조절 스탠드 ⓒ Willis Lai/Foundry
 

선명하지만 빠르지 않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인치당 218픽셀, 5120×2880 네이티브 해상도를 지원한다. 밝기는 600니트이고, P3 색 영역과 트루 톤(True Tone)도 지원한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 없는 기능도 살필 필요가 있다. HDR(High-Dynamic Range), 높은 화면 재생 빈도, 프로모션(ProMotion, 디스플레이 되는 영상에 따라 화면 재생 빈도를 조절하는 기능)이다. 밝기와 대조도 프로 디스플레이 XDR보다 더 낮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 리뷰한 디스플레이는 표준 반-유광 유리로 되어 있고, 일반적인 사무실 조명에서 눈부심에 무난히 잡아준다. 애플은 눈부심이 심한 조명이 있거나 눈부심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작업을 하는 사용자를 위해 27인치 아이맥에서 제공한 것과 표면이 비슷한 나노-텍스처 글래스를 제공한다. 2020년 필자가 27인치 아이맥을 리뷰했을 때 테스트했던 기기가 나노-텍스처 글래스였는데, 필자의 사무실 조명에서는 눈부심이 전혀 없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눈부심이 문제라면 300달러를 낼 가치가 있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 시스템 설정 ⓒ Willis Lai/Foundry

애플의 디스플레이는 화면 품질이 언제나 매우 우수했고,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역시 이런 전통을 이어간다. 색상은 풍부하고 대조는 뚜렷하며 밝기는 대부분 작업에서 적당하다. 불량 또는 막힌 픽셀을 본 적이 없고, 조명은 디스플레이 전체에 걸쳐 균등하다. 온종일 쳐다봐도 무리가 없는 훌륭한 디스플레이다.
 

아이폰 칩이 주도한다   

흥미롭게도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는 아이폰 11, 2세대 아이폰 SE, 9세대 아이패드에 쓰인 A13 바이오닉 시스템 온 칩이 들어갔다. 디스플레이에 프로세서가 왜 필요한 것일까? 3가지 합당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센터 스테이지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에 있는 것과 유사한 12MP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가 탑재됐다. 아이맥과 맥 프로의 카메라보다 더 좋다.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센터 스테이지는 카메라를 조정해 이용자가 언제나 중심에 있도록 한다. 이는 아이맥과 맥북도 지원했어야 할 매우 유용한 기능인데,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서 문제없이 잘 작용한다. 필자가 테스트했을 때는 카메라의 화질이 괜찮아 보였지만, 몇몇 리뷰어는 품질 저하를 경험했다. 애플은 카메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데이트를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A13 칩이 들어간 또 다른 이유는 시리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는 방향성 빔포밍 기능을 지원하는 마이크가 3개 있다. 빔포밍은 영상 통화와 음성 녹음 시에도 작용하며 배경 소음이 아닌 이용자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필자가 테스트해 보니 디스플레이 마이크는 문제없이 작동했다.

A13과 관련된 마지막 사항은 입체 음향(Spatial Audio)이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는 6개의 스피커, 즉 4개의 강제 잡음 제거 우퍼, 2개의 고성능 트위터가 있다. 테스트 결과 음향은 필자가 사용한 어느 디스플레이보다 우수했다. 스피커 앞에 앉아 있으면 깨끗하고 강력한 사운드에 매료된다. 영상 통화, 음악, 영화 감상으로는 전혀 모자라지 않은데, 강력한 베이스를 원한다면 서드파티 외부 서브우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들 3가지 기능을 위해 A13 바이오닉을 사용한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더 많은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 이유다. 독립형 애플 TV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네트워크 연결 기능이 내장돼 있지 않다는 점만 빼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애플이 향후 이 제품을 어떻게 개선할지 확실치 않지만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썬더볼트 1개, USB-C 4개를 지원한다. ⓒ Willis Lai/Foundry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뒷면에 포트 4개가 있다. 썬더볼트 3 포트는 컴퓨터에 연결되고, 최대 96W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서 14인치 맥북 프로를 무난히 고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 나머지 3개 포트는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USB-C 포트이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충전할만한 전력을 공급한다.
 

'상대적으로' 적정 가격대에 탁월한 디자인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품질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일반적인 용도이든 업무용이든 상관없이 탁월한 제품이다. 그러나 가격은 여전히 문제다. 과연 이만한 가격을 낼 가치가 있을까? 표준 글래스, 기울기 조절 스탠드 또는 VESA 마운트가 있는 디스플레이는 가격이 1,599달러다. 이미 비싸지만, 기울기 및 높이 조절 스탠드 400달러, 나노 텍스처 글래스 300달러를 추가하면 2,299달러까지 올라간다.

시작 가격인 1,599달러도 일반적인 맥 이용자에게 지나치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나오면서 단종된 LG 울트라파인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아마존에서 1,34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센터 스테이지 기능이 없고, 웹캠과 스피커 성능이 떨어지지만, ‘화면’ 부분은 두 제품이 거의 비슷하다. 기울기 및 높이 조절 스탠드를 지원하는 것도 같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부가 기능을 포기하면 수백 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다른 업체로 눈을 돌리면 더 저렴한 디스플레이가 더 다양하다. 물론 품질이나 기능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 미치지 못한다.
 
맥 스튜디오와 LG울트라파인 4K 디스플레이 ⓒ Willis Lai/Foundry

이 디스플레이가 가격표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사용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콘텐츠 제작용 디스플레이를 원하지만 프로 디스플레이 XDR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따금 아이무비에서 영상을 만들고, 가벼운 사진 편집이나 기타 콘텐츠를 만드는 정도라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가 만족스러울 것이다. 

비-애플 디스플레이로 눈을 돌리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애플의 최신 디자인을 꼭 손에 넣고 싶다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제품은 없다. 필자라면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센터 스테이지 기능을 못 쓰는 것은 꽤 아쉬울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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