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제품 품질’이라는 장점을 잃었는가
구글이 초기의 영향력을 이끌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사용자의 이탈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도입됐을 당시 그룹 화상채팅 플랫폼 줌(Zoom)이 화상회의 플랫폼의 지배적인 위치로 부상했다. 구글은 왜 줌에 화상회의 플랫폼 강자 자리를 내주었을까.
구글 행아웃은 지금은 없어진 구글 플러스(Google+)의 기능으로 2011년 출시됐다. 같은 해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Zoom Video Communications)가 설립됐다. 행아웃은 2013년 앱으로 독립됐고, 같은 해 줌도 출시됐다. 구글은 제품 품질과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줌보다 매우 유리했다. 그러나 행아웃은 서비스의 초점과 목적, 대상 사용자를 바꾸더니 결국 2019년 없어졌다. 그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고, 줌은 오늘날 필수 불가결한 비즈니스 툴로 자리 잡았다.
구글의 입장에서 행아웃의 종말과 줌의 성장은 대참사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구글이 개인 간 통신이라는 더욱 큰 생태계를 지배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것에 비하면 극히 작은 부분이다.
후자의 경우는 최근 구글이 애플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내용으로 부각됐다. 지난 9일 구글 안드로이드 공식 트위터에는 “아이메시지는 따돌림으로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 문자 메시지 기능으로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해결책은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한 업계 차원에서 해결하자”라는 글이 게재됐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트윗으로 WSJ(Wall Street Journal)의 기사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WSJ의 기사는 애플의 아이메시지 인터페이스가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파란색이 아닌 초록색 말풍선으로 표시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0대 청소년을 낙인찍는다는 내용이었다. WSJ는 말풍선 색상을 달리 하는 것이 따돌림에 해당하며, 또래의 압력을 이용해 10대 청소년이 아이폰을 사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구글은 “이 문제를 한 업계 차원에서 해결하자”라는 말로 애플이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를 수용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SMS보다는 RCS가 낫지만, 아이메시지와 같은 최신 메시징 서비스에 비하면 10년 정도 뒤쳐져 있는 통신 프로토콜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비호환 메시지 플랫폼 참사를 해결할 위치에 있던 업체가 구글 외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아르스 테크티카(Ars Technica)에서 최근 지적한 바와 같이, 애플이 2011년 아이메시지를 출시한 이후 구글은 13개의 메시징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그 가운데 5개를 없애버렸다.
특히 행아웃은 아이메시지의 대항마로 제격이었다. 구글은 모든 플랫폼에서 행아웃을 사용하도록 추진할 수도 있었다. 구글이 그랬다면 세상은 아이메시지가 필요 없었을 것이고 스마트폰 종류를 낙인찍는 초록색 말풍선을 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왓츠앱도 필요 없었을 지 모른다. 애플의 비호환성을 비난한 구글은 정작 자사 메시징 앱과 호환되는 메시징 앱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업도 HTC, 넥서스(Nexus), 모토 X(Moto X) 라인에서 픽셀 상표가 붙은 현재의 라인업으로 키웠다. 픽셀 스마트폰은 2016년 처음 출시되었고 6번째 버전이 2021년 10월 28일 출시됐다. 구글은 다른 여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기업 시장과 소비자 시장에서 모두 애플과 경쟁한다. 애플은 고품질 스마트폰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개발하는 업체다.
그러나 구글은 6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쳤음에도 문제 없는 제품을 만드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스마트폰 인플루언서 마크스 브라운리는 트위터에 “내가 사용하는 픽셀 6 프로는 2021년 10월 출시 이후로 서서히 늘어난 버그가 너무 많아졌다. 이제 900달러라는 가격에 추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 됐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픽셀 6 사용자는 느리고 불안정한 지문 스캐닝,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 오토와의 연결이 끊어지는 문제, 불안정한 와이파이, 배터리 성능 부실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대부분은 하드웨어 문제라기보다 준비가 덜 된 소프트웨어 문제로 생각된다. 심지어 ‘구글, 픽셀 6 문제로 신뢰 위기 자초’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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