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6

글로벌 칼럼 | 윈도우 11 공개는 MS 역사상 가장 어설픈 신제품 발표

Preston Gralla | Computerworld
마이크로소프트는 새 윈도우를 내놓을 때 종종 떠들썩한 이벤트를 벌이곤 했다. 예를 들어 윈도우 95를 다시 떠올려 보자.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에 300만 달러를 주고 이 운영체제의 테마 송 '스타트 미 업!(Start Me Up!)'을 만들었다. 토론토의 CN 타워에 90m짜리 윈도우 배너를 걸었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업체를 상징하는 빨강, 노랑, 그린 색상으로 장식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총 마케팅 비용은 3억 달러였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환산한 현재 가치로는 5억 달러가 넘는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윈도우 발표 행사는 다소 차분해졌다. 하지만 소리를 낮췄다고 해도 새 운영체제를 널리 알리고 새 윈도우를 설치했을 때의 장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핵심 메시지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적어도 윈도우 11 이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6월 24일 윈도우 11 발표 행사는 큰 규모가 아니었다. 발표된 내용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날 공개된 중에는 매우 잘못되고 오해할만한 것이 많았다.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긴 신제품 발표 역사에서 가장 어설픈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일단 기본 중의 기본부터 시작하자.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잘 준비했다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발표 내용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11을 설치할 수 있는 하드웨어에 다양한 조건을 걸었다. 업체의 시스템 사양 웹페이지를 보면 공식적으로 필요한 요건을 확인할 수 있다. 파트너사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링팀이 작성한 윈도우 11 호환성 문서에도 이 새 운영체제의 하드웨어 사양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문제는 이 중요한 하드웨어 사양에 대해 두 문서가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다. 바로 보안 관련 국제 표준인 TPM(Trusted Platform Module. TPM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엔터프라이즈와 OS 보안 담당 이사 데이빗 웨스턴의 발언에서 등장한다. 그는 "암호화 키와 사용자 계정,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민감한 정보를 하드웨어 영역 안에서 보호하는 기술로, 덕분에 악성코드나 공격자가 이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변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윈도우 시스템 요건 페이지를 보면 윈도우 11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TPM 버전 2.0이 필요하다. 반면 윈도우 11 호환성 문서에는 TPM 버전 1.2면 된다고 서술돼 있다. 이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구형 PC 수백만 대에 TPM 버전 2.0이 아니라 버전 1.2가 들어가 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호환성 체커 앱이다. 이 앱은 누구나 다운로드해 현재 사용하는 PC에 윈도우 11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TPM 1.2 버전이 설치된 시스템에서 이를 실행하면 윈도우 11을 설치할 수 없다고 나오는데, 그 이유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드웨어 사양이 윈도우 11 호환성 문서를 충족하거나 초과하는 하드웨어를 가진 사용자 사이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앱은 안된다고 하고 그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TPM 2.0을 내장됐는데, 펌웨어에서 이를 비활성화한 PC가 있다. 이런 PC 사용자는 펌웨어에서 TPM 2.0을 활성화하는 간단한 몇 가지 설정만 하면 되지만, 호환성 체커 앱은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이 밖에도 칩셋을 둘러싼 혼란도 있다. 즉 어떤 칩셋에서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칩셋은 안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와 같은 초기의 혼란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호환성 문서를 TPM 2.0이 필요하다고 수정했다. 하지만 어떤 칩셋에서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더 자세한 안내가 여전히 필요하다. 호환성 체커는 배포를 중단하고 윈도우 11 하드웨어 사양 설명 페이지로 대체했다.

TPM을 둘러싼 혼란 외에 이번 윈도우 11 발표에는 또 다른 중대한 문제가 있다. 즉, 윈도우 10에서 윈도우 11로 (설사 무료라고 해도) 업그레이드해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제품 책임자 파노스 패니는 블로그를 통해 윈도우 11의 신기능 몇 가지를 강조했다. 예를 들면 시작 메뉴를 화면 왼쪽 구석에 고정하는 대신 중앙으로 옮겼고, 화면에 윈도우를 정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뉴스, 날씨, 주식 같은 기능을 하는 위젯이 추가됐고 게이밍 경험도 개선됐다. 하지만 그는 이들 기능이 왜 윈도우 11을 설치할 만큼 중요한지 설득할 정도는 아니다.
 
윈도우 11 시작 메뉴는 중앙에 있다. © Microsoft

이는 완곡하게 표현해서 '감동이 없었다'. 대신 그의 글은 온통 마케팅 수사로 가득 차 있다. 현대적이고 참신하고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우며, 새로운 시작 버튼과 작업 표시줄부터 모든 사운드와 폰트, 아이콘까지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고, 차분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는 식이다. 윈도우 11로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제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물론 어설픈 제품 발표가 곧 최종 완성된 제품까지 형편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까지 해 온 것과 필자가 들었던 것을 종합하면,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겉과 속이 따로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필자가 윈도우 11과 관련해 본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수와 오류뿐이었다. editor@itworld.co.kr


2021.07.06

글로벌 칼럼 | 윈도우 11 공개는 MS 역사상 가장 어설픈 신제품 발표

Preston Gralla | Computerworld
마이크로소프트는 새 윈도우를 내놓을 때 종종 떠들썩한 이벤트를 벌이곤 했다. 예를 들어 윈도우 95를 다시 떠올려 보자.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에 300만 달러를 주고 이 운영체제의 테마 송 '스타트 미 업!(Start Me Up!)'을 만들었다. 토론토의 CN 타워에 90m짜리 윈도우 배너를 걸었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업체를 상징하는 빨강, 노랑, 그린 색상으로 장식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총 마케팅 비용은 3억 달러였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환산한 현재 가치로는 5억 달러가 넘는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윈도우 발표 행사는 다소 차분해졌다. 하지만 소리를 낮췄다고 해도 새 운영체제를 널리 알리고 새 윈도우를 설치했을 때의 장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핵심 메시지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적어도 윈도우 11 이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6월 24일 윈도우 11 발표 행사는 큰 규모가 아니었다. 발표된 내용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날 공개된 중에는 매우 잘못되고 오해할만한 것이 많았다.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긴 신제품 발표 역사에서 가장 어설픈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일단 기본 중의 기본부터 시작하자.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잘 준비했다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발표 내용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11을 설치할 수 있는 하드웨어에 다양한 조건을 걸었다. 업체의 시스템 사양 웹페이지를 보면 공식적으로 필요한 요건을 확인할 수 있다. 파트너사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링팀이 작성한 윈도우 11 호환성 문서에도 이 새 운영체제의 하드웨어 사양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문제는 이 중요한 하드웨어 사양에 대해 두 문서가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다. 바로 보안 관련 국제 표준인 TPM(Trusted Platform Module. TPM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엔터프라이즈와 OS 보안 담당 이사 데이빗 웨스턴의 발언에서 등장한다. 그는 "암호화 키와 사용자 계정,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민감한 정보를 하드웨어 영역 안에서 보호하는 기술로, 덕분에 악성코드나 공격자가 이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변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윈도우 시스템 요건 페이지를 보면 윈도우 11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TPM 버전 2.0이 필요하다. 반면 윈도우 11 호환성 문서에는 TPM 버전 1.2면 된다고 서술돼 있다. 이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구형 PC 수백만 대에 TPM 버전 2.0이 아니라 버전 1.2가 들어가 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호환성 체커 앱이다. 이 앱은 누구나 다운로드해 현재 사용하는 PC에 윈도우 11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TPM 1.2 버전이 설치된 시스템에서 이를 실행하면 윈도우 11을 설치할 수 없다고 나오는데, 그 이유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드웨어 사양이 윈도우 11 호환성 문서를 충족하거나 초과하는 하드웨어를 가진 사용자 사이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앱은 안된다고 하고 그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TPM 2.0을 내장됐는데, 펌웨어에서 이를 비활성화한 PC가 있다. 이런 PC 사용자는 펌웨어에서 TPM 2.0을 활성화하는 간단한 몇 가지 설정만 하면 되지만, 호환성 체커 앱은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이 밖에도 칩셋을 둘러싼 혼란도 있다. 즉 어떤 칩셋에서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칩셋은 안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와 같은 초기의 혼란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호환성 문서를 TPM 2.0이 필요하다고 수정했다. 하지만 어떤 칩셋에서 윈도우 11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더 자세한 안내가 여전히 필요하다. 호환성 체커는 배포를 중단하고 윈도우 11 하드웨어 사양 설명 페이지로 대체했다.

TPM을 둘러싼 혼란 외에 이번 윈도우 11 발표에는 또 다른 중대한 문제가 있다. 즉, 윈도우 10에서 윈도우 11로 (설사 무료라고 해도) 업그레이드해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제품 책임자 파노스 패니는 블로그를 통해 윈도우 11의 신기능 몇 가지를 강조했다. 예를 들면 시작 메뉴를 화면 왼쪽 구석에 고정하는 대신 중앙으로 옮겼고, 화면에 윈도우를 정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뉴스, 날씨, 주식 같은 기능을 하는 위젯이 추가됐고 게이밍 경험도 개선됐다. 하지만 그는 이들 기능이 왜 윈도우 11을 설치할 만큼 중요한지 설득할 정도는 아니다.
 
윈도우 11 시작 메뉴는 중앙에 있다. © Microsoft

이는 완곡하게 표현해서 '감동이 없었다'. 대신 그의 글은 온통 마케팅 수사로 가득 차 있다. 현대적이고 참신하고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우며, 새로운 시작 버튼과 작업 표시줄부터 모든 사운드와 폰트, 아이콘까지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고, 차분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는 식이다. 윈도우 11로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제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물론 어설픈 제품 발표가 곧 최종 완성된 제품까지 형편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까지 해 온 것과 필자가 들었던 것을 종합하면,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겉과 속이 따로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필자가 윈도우 11과 관련해 본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수와 오류뿐이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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