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 WWDC에서는 차세대 맥북 프로는 물론, 그 어떤 하드웨어도 공개되지 않았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을 위한 차세대 운영체제가 주인공이었다. 덕분에 WWDC 키노트에 대한 느낌을 묻는 Macworld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7.1%가 ‘괜찮았지만, 훌륭하진 않음’이라고 답하고, 27.1%가 ‘하드웨어는 어디에?’라고 답하는 등 전반적으로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 있는 변화가 포진해 있다. 우선 iOS 15에서는 마침내 페이스타임이 윈도우나 안드로이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통화의 시작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이어야 하지만, 링크를 공유해 애플 디바이스가 없는 사람과도 화상통화가 가능하다. 이 외에 월렛에 주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저장하거나 자동차 및 집 열쇠를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아이패드OS 15에는 iOS 14에 등장했던 위젯과 앱 라이브러리가 적용됐고, 멀티태스킹이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스위프트 UI를 활용한 코딩 교육 앱이었던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Swift Playground)가 앱에서 직접 개발하고 앱 스토어에 제출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한 것이다. 물론, 맥과 같은 M1 프로세서 탑재된 아이패드 프로를 십분 활용할 정도로 획기적인 부분은 없었으나, 아이패드가 본격적인 개발도구로 발전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맥OS 몬터레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유니버설 컨트롤(Universal Control)’이다. 아이패드OS 15와도 연결되어 있는 기능으로, 아이패드와 맥으로 동시에 작업할 때 하나의 마우스와 키보드로 두 디바이스를 모두 제어할 수 있다. 그동안 아이패드를 보조 모니터로 활용할 때 불편했던 부분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유료 요금제에 ‘아이클라우드+’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몇 가지 기능을 추가했다. 특히, 사파리로 웹 서핑을 할 때 사용자의 신원을 숨길 수 있게 해주는 아이클라우드 프라이빗 릴레이(Private Relay)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외에 쇼핑 사이트 가입 등에 진짜 이메일 주소를 숨기고 가상의 이메일 주소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도 아이클라우드+에서 무상으로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애플은 현실 속의 사물을 쉽게 가상의 3D 모델로 만들게 도와주는 오브젝트 캡처(Object Capture) 도구를 공개하고 새로운 스마트 홈 표준인 매터(Matter)를 홈킷(HomeKit)에 내장한다고 밝혔다. 멀지 않은 시기에 AR 글래스나 새로운 스마트 홈 디바이스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전반적으로 놀라울 것이 거의 없는 이벤트였지만, 페이스타임의 개방, 앱 개발과 제출이 가능해진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한 유니버설 컨트롤, AR 앱 개발을 촉진하는 오브젝트 캡처 등은 애플 생태계 내의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