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랩스 서비스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정의 메인프레임(Software Defined Mainframe, SDM)이다. 이클립스 기반의 오픈소스 시스템으로, 이를 이용하면 코볼처럼 너무 오래돼 소스 코드가 없는 레거시 앱을 재컴파일 없이도 클라우드에서 실행할 수 있다. 업체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AWS 같은 클라우드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제공되며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레드햇이나 액센추어 같은 다른 기술 업체와 협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동안 여러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이 메인프레임 인프라 전용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기술이 노후화하면서 이 플랫폼과 개발 과정을 이해하는 숙련된 전문가가 부족해졌고, 결국 기업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이들 애플리케이션을 오픈 플랫폼과 클라우드로 이전해야 하는 시급한 요구가 커지게 됐다.
엘지랩스의 CEO 마크 크레스웰은 "SDM을 이용하면, 기업이 메인프레임 워크로드를 재컴파일이나 데이터 형식 수정 없이도 x86이나 클라우드에서 운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메인프레임 마이그레이션 관련 위험을 크게 줄이고 인프라 현대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존 애플리케이션에 데브옵스와 오픈소스, 클라우드를 접목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업체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런 수요가 더 늘어났다. 많은 메인프레임과 코볼 기반 주 정부 시스템 등에 실직 관련 지원 신청이 대거 몰리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예를 들어 CNN의 4월 보도를 보면, 뉴저지 주지사 필 머피는 코볼 코딩을 할 수 있는 자원자를 찾는 긴급 공지를 내놨다. 이 주 정부의 시스템 상당수가 여전히 오래된 메인프레임에서 운영 중이었기 때문이다. 코네티컷 역시 수십 년 된 메인프레임을 이용해 대규모 실직 관련 신청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메인 주와 로드 아일랜드,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등은 새로운 복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빨라야 내년에야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크레스웰은 "전 세계 기업 트랜잭션의 70% 정도에 메인프레임 애플리케이션으로 처리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이는 지금 미국 주 정부가 겪는 어려움이 매우 작은 부분임을 의미한다. 은행과 보험, 통신, 제조업체 등이 전환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엘지랩스 외에도 메인프레임 현대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다양하다. 애스태디아(Astadia), 어시스코(Asysco), GT소프트웨어(GTSoftware), 마이크로 포커스(Micro Focus) 등이 있다.
대형 클라우드 업체도 메인프레임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구글 클라우드는 지난 2월 메인프레임-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서비스 업체 코너스톤 테크놀로지(Cornerstone Technology)를 인수했다. 대규모로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기업이 기존 워크로드를 프라이빗/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당시 구글은 코너스톤 기술이 미래 메인프레임-구글 클라우드 전환 서비스를 강화하고 메인프레임 사용 기업이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글의 트랜스포메이션 프랙티스 담당 이사 하워드 웨일은 "코너스톤의 툴을 이용하면 코볼과 PL/1, 어셈블리 프로그램을 서비스 단위로 해체해 관리 가능하고 컨테이너화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할 수 있다. 서비스 세트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이 확산하면서 많은 기업이 메인프레임 모놀리스 프로그램을 자바 모놀리스나 자바 마이크로서비스로 해체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너스톤 인수는 AWS와 IBM/레드햇,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메인프레임 마이그레이션 서비스에 대항해 구글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메인프레임 현대화를 지원하는 서비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이들 서비스로의 마이그레이션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메인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기업이 부닥치는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워크로드에 대한 '모 아니면 도' 식의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이들 워크로드는 매우 상호의존적이고 복잡해 모든 것을 한 번에 이동하지 않으면 기업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설사 전환한다고 해도 마주치는 어려움도 있다. 대표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능, 단편적인 기능 이전에 따른 복잡성의 증가, 전환하는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개발 혹은 운영 인력 수요 등이 꼽힌다.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비용을 절감한다고 해도, 이것이 하이브리드 컴퓨팅 솔루션으로 인한 추가 비용보다 적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가트너도 레거시 애플리케이션 전환을 매우 심사숙고해 진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트너의 2019년 보고서(Considering Leaving Legacy IBM Platforms? Beware, as Cost Savings May Disappoint, While Risking Quality)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을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에서 차세대 플랫폼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개선이나 기업 수익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없다. 구체적인 비용 등 세심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보고서는 "레거시 플랫폼은 낡고 뒤떨어져 교체 시기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IBM과 다른 업체는 더 많은 개발업체에 어필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지속해서 오픈소스 툴을 통합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책임자는 이들 플랫폼을 떠나기 전에 그 기능과 품질을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