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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애플은 왜 아이패드에서 매직마우스2 지원을 중단했을까

Leif Johnson | Macworld 2020.03.05
한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아이패드OS 13을 설치하기만 하면 아이패드에서 매직마우스2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꽤 잘 작동했다. 그러나 최근 애플은 매직마우스2 지원을 돌연 중단했다. 1월에 나온 아이패드OS 13.3 버전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황당했을 사람은 그동안 아이패드에서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았던 사용자일 것이다. 된다고 들었던 기능을 써보려고 했는데 안 되니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원이 중단됐다. 애플은 자사 제품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필자 역시 아이패드 프로에서 같은 증상을 확인했다. 매직마우스2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아이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블루투스로 기기를 연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패한 후 필자만 아는(?) 편법을 시도해봤다. 즉, 유선 연결이다. 매직마우스2를 아이패드와 유선으로 연결하면, 최소한 아이패드가 마우스가 연결됐음을 인식하고 마우스 움직임을 제어하는 어시스티브 터치(AssistiveTouch) 기능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포인터를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물론 설사 이 방법이 통했다고 해도 유선 연결한 매직마우스2는 실제로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전 포트를 마우스 바닥 면에 배치한 '악명높은' 디자인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매직마우스2의 충전 포트 디자인

결국 애플이 팔고 있는 제품을 애플 제품에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필자는 애플에 이 현상에 대해 직접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가장 기이한 사실은 매직마우스2를 제외한 다른 모든 블루투스 마우스는 아무런 문제 없이 아이패드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1세대 매직마우스도 문제없이 작동했다.

이는 아마도 단순한 버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이패드에서 매직마우스2를 사용하는 방식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아이패드에서 마우스를 사용하는 방식은 다른 기기처럼 간단하게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다. 손쉬운 사용 안에 있는 스위치 제어 패널을 거쳐 스위치를 통해 연결하는 직관적이지 않은 과정이다. 필자는 이런 방식이 항상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어색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애플이 처음부터 매직마우스2를 아이패드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한 가지 신호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현재 아이패드에서 마우스를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기업의 마우스를 쓰거나 11년 된 구형 애플 마우스를 연결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사실 아이패드에서 매직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은 1세대든, 2세대든 상관없이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예를 들면 매직마우스의 터치 방식 스크롤 제스처는 아이패드에서 사용할 수 없다. 실제 휠이 있는 마우스는 잘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래서 매직마우스로 스크롤 하려면 화면을 클릭으로 잡아 끌어내려야 한다. (더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만) 손가락을 사용하는 게 훨씬 나을 정도다. 애플 마우스는 외관이 꽤 우아하지만 태블릿을 조작하는 용도로는 가장 우아하지 않은 기기인 셈이다.

이러한 기능 제한은 많은 사용자가 아이패드에서 마우스를 너무나 잘 사용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실제로 필자는 주변에서 아이패드를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처럼 사용한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매직마우스2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그 어떤 마우스보다 휴대성이 좋다), 아이패드의 장점인 이동성을 극대화한다. 언뜻 생각하면 매직마우스야말로 애플 태블릿을 위한 완벽한 마우스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절름발이다. 이런 가운데 매직마우스2 지원을 아예 중단해 버린 것은 또 다른 추론으로 나아가는 실마리가 된다. 애플은 처음부터 아이패드에서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는 생각 말이다.



돌아보면 아이패드의 마우스 지원은 사용자를 가장 열광시켰던 기능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잠시 당시 기억을 떠올려보면, 애플이 언제나 이를 아이패드의 핵심 기능이 아니라 부가기능으로 대우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WWDC의 거창한 아이패드OS 발표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소리소문없이 매직마우스2 지원 기능을 삭제했고, 일부 사용자가 이를 발견한 후에야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되는 과정에서, 아이패드의 마우스 지원에 대한 애플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의 마우스 지원 행보는 기존 애플의 사용자 경험과 다르다. 전반적인 아이패드 경험을 해치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마우스 포인터다. 애플은 이 거대한 원형 아이콘을 사용자가 원하는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매직마우스의 기본적인 터치 제스처조차 지원하지 않는 것까지 떠올려보면 마치 애플은 아이패드의 마우스 기능이 얼마나 매력 없는지 알아달라고 강조하는 것 같다.

만약 매직마우스2가 79달러나 하지 않았다면 (필자가 쓰는 스페이스 그레이 버전은 99달러다!) 이런 행보는 매우 흥미로운 분석 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가격의 마우스라면, 맥과 아이패드를 넘나들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필자는 마우스 지원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미 아이패드에서 잘 작동하는 저렴한 서드파티 기기와 비교해 이 비싼 마우스를 너무나 평범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필자는 스크롤링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아이패드에서 1세대 매직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마우스와 달리 백팩에 달린 주머니에 손쉽게 넣어서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오래된 마우스가 여전히 작동하는 필자는 운이 좋은 것이다(맥북에 사용하는 스페이스 그레이 제품을 아이패드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편리해질 것이다). 혹시 지금 아이패드에 사용하기 위해 매직마우스2를 구매하려는 사용자가 있다면 '잠시' 잘 작동했던 기능이 어느 날 갑자기 막혔다는 것을 꼭 확인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현재 아이패드에서 매직마우스2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단순한 버그일 것이라는 희망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 물론 설사 이것이 버그였다고 해도 애플을 변호할 생각은 없다. 이를 바로잡는 데 몇 달씩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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