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는 대화면 스마트폰에 '질렸다'. 지난 몇 달 동안 대화면 스마트폰이 쏟아졌다. 6.67인치 원플러스 7T 프로부터 6.8인치 갤럭시 노트 10+, 6.8인치 LG V60, 6.9인치 갤럭시 S20 울트라까지 나왔다. 6.5인치 아이폰 11 프로 맥스가 오히려 작다고 느껴질 정도다(애플 역시 주력 제품의 크기를 6.7인치 키운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최소한 애플은 6인치가 안 되는 아이폰을 내놓고 있다. 안드로이드 폰은 굳이 (한 손에 들어오는) 구형 제품을 찾지 않는 한, 선택할 수 있는 (그나마 작은) 제품이 5.6인치 픽셀 3a, 갤럭시 S10e 정도다. 갤럭시 S20은 6.2인치부터 시작해 2년 전에 나온 갤럭시 S9보다 거의 0.5인치 더 커졌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휴대폰 크기가 얼마나 커졌는지 한번 확인해 보자.
- 갤럭시 S9: 5.8, 6.2
- 갤럭시 S10: 5.8, 6.1, 6.4, 6.7
- 갤럭시 S20: 6.2, 6.7, 6.9
- LG G7: 6.1
- LG V50: 6.4
- LG V60: 6.8
- 갤럭시 노트 8: 6.3
- 갤럭시 노트 9: 6.4
- 갤럭시 노트 10: 6.3, 6.8
- 원플러스 5T: 6.0
- 원플러스 6T: 6.4
- 원플러스 7T: 6.6
결국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지난 2년간 크기를 급속히 키웠고 이제는 너무 커져 버린 상황이다. 화면 해상도도 더는 키울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실제로 갤럭시 S20 울트라는 거의 필자의 주머니만 하다. 너무 커서 두 손으로도 사용하기 힘들다. 예를 들면, 필자는 오토포커스를 사용할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진을 찍을 때 일정하게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필자는 그나마 손이 큰 편이어서 이 정도다. 필자의 아내는 갤럭시 S20 울트라가 너무 커서 이 멋진 카메라 기능을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큰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필자는 삼성이 갤럭시 S20을 내놓으면서 왜 5.8인치 제품을 단종시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많은 사람에게 이 크기가 최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업무용으로 충분하고 한 손으로 쓰기에도 너무 크지 않다. 그러나 S20을 사용하고 싶다면 최소 6.2인치 제품을 사야 한다. 갤럭시 S10e보다도 눈에 띄게 크기가 크다.0.5인치 정도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잡아보면 엄청난 차이다. 갤럭시 노트 10+와 S20 울트라를 비교하면 후자가 4.6mm 더 크다. 필자의 경우 좌우는 물론 상하로도 한 손에 닿는 한계치다. 갤럭시 S20은 S10e보다 9.5mm 더 크다. 5.8인치에서 6.2인치 휴대폰으로 바꾸는 순간 상당히 커졌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사용할만한' 수준에서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선을 넘는 느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휴대폰 업체가 이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나올 갤럭시 S30은 6.4인치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최상위 제품은 7인치에 육박할 것이다. 이처럼 '더 큰' 제품을 만드는 경쟁에 매몰되면 결국 사용성을 희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추세의 해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유일한 가능성이 '폴딩' 기술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오히려 이 기술 때문에 휴대폰이 점점 더 미니 태블릿 영역으로 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물론 폴더블 폰은 여전히 놀랍고 흥미롭다. 그러나 대중적인 사용성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갤럭시 Z 플립은 확실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저 그런 카메라와 아직 성숙하지 않은 UI, 낯선 폼팩터 등을 고려하면, 폴더블 폰은 아직 실험적 단계이고 당분간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설사 폴더블 폰이 마법처럼 내구성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휴대성이라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예를 들어 폴더블 폰을 쓰고 싶다면 갤럭시 폴드의 큰 화면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폴더블 폰은 기존 폰을 줄이는 대신 (오늘날 비 폴더블 폰이 그런 것처럼) 더 빠르게 화면 크기를 키울 것이다. 이런 식이면 폴더블 기기든 아니든 우리는 불과 2~3년 만에 갤럭시 탭 A 크기 화면의 휴대폰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화면 크기 경쟁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스마트폰의 혁신을 정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폴딩 디스플레이와 스페이스 줌 카메라를 제외하면 스마트폰 혁신은 이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화면이 커지는 것이 과연 혁신일까? 삼성의 갤럭시 S20 120Hz 화면이 매우 놀랍다는 것은 분명하다. 필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밝기와 속도 측면에서 보면 기존에 필자가 사용하던 갤럭시 S9 화면도 매우 훌륭했다. 대신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제대로 된 폴딩 스크린이나 영원히 쓸 수 있는 배터리 혹은 차세대 AI 같은 혁신이지만, 휴대폰 업체는 사용자가 정말 원하는 것은 더 큰 화면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가 현재 우리가 직면한 현실, 즉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에 대한 외면이다. 휴대폰 업체는 화면과 배터리 제한을 이유로 화면이 큰 휴대폰에만 신기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때 대화면이었던) 6.2인치 휴대폰에서조차 신기능을 빼고 있다. 이 정도니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에 더 개선된 화면과 빠른 연결성, 더 강력한 카메라가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휴대폰 업체가 수많은 신기능을 선보였다. 사람들은 이런 기능에 홀려 매년 휴대폰을 바꿨다. 그러나 휴대폰의 시장이 화면 크기 경쟁으로 바뀐 후 사람들은 기존 휴대폰을 더 오래 쓰는 쪽을 택했다. 물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론일 뿐 원인은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휴대폰 업체가 최신 기능을 가장 큰 화면의 기기에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큰 폰을 사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현재 휴대폰 업체는 조금 더 큰 화면의 휴대폰을 만드는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멈춰 버리고 말이다. 휴대폰 업체의 고민이 '더 큰' 휴대폰으로만 귀결되는 한 사람들은 계속 새 휴대폰을 구매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7인치 화면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분명하게' 아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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