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0

토픽 브리핑 | 다시 혁신을 외치는 애플의 가격 인하 전략이 의미하는 것

허은애 기자 | ITWorld
스마트폰에서의 혁신은 이미 끝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등의 모바일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후 이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로는 디스플레이를 통한 폼팩터 변형과 카메라 성능 개선, 5G 지원 여부 정도가 남았지만, 그마저도 그다지 신선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최근 1, 2년 동안 LG, 삼성, 화웨이 등의 업체는 각기 듀얼 디스플레이와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시장을 선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글은 ‘메이드 바이 구글’ 브랜드 하에서 카메라 성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문제는 카메라 성능만 높였거나 기이한 실험작에 불과한 제품의 가격이 점점 치솟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의 ‘원조’격인 애플이 내놓은 전략은 무엇일까? 9월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의 테마는 ‘오직 혁신으로(By Innovation Only)’였다. 애플의 해답이 정말 또 다른 혁신의 시작인지, 아니면 지루한 기존 정책의 변주일 뿐인지 귀추가 주목됐다.
 
아이폰 제품군은 ‘프로(Pro)’라는 새로운 이름을 단 전문가 수준의 고급 제품 아이폰 11 프로, 아이폰 11 프로 맥스, 그리고 더 가격이 낮은 보급형 아이폰 11으로 재편됐다. 자체 개발한 A 시리즈 칩의 성능은 이미 증명된 지 오래고, 여기에 머신러닝과 전원 관리 등의 신기능이 더해졌다. 여기까지는 예상이 적중했다. 다만, 아이폰 11의 가격이 동급인 전작 아이폰 XR보다 50달러 저렴한 750달러로 책정됐다는 점이 놀라웠다.

2년 전 아이폰 X가 시작가 999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출시된 후 아이폰 XS, XR도 고가 정책을 고수했다. 전면 디스플레이나 칩 성능 개선보다 비싼 가격이 더 주목받았고 그 결과 아이폰이 전체 애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수직 하락했다.

5G 지원 시점이 경쟁사보다 늦어지고 아이폰 11 프로와 아이폰 11이 같은 칩을 쓴다는 점 등 가격을 더 높일 이유는 많지 않았다. 애플도 가격 책정을 중요한 결정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칸타(Kantar)의 글로벌 소비자 인사이트 책임자 도니믹 수네보는 “2019년형 아이폰의 기본가 인하는 지난 몇 년간 급격한 가격 인상에 소비자가 저항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애플이 이해하고 있으며, 5G 도입 전에 가격을 더 올릴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역시 보급형인 7세대 일반 아이패드도 10.2인치로 화면이 조금 더 커졌는데도 시작가 329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 6세대 아이패드와 똑같은 A10 퓨전 칩을 탑재했지만,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 1세대 등 전문가급 액세서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누릴 이점이 확대됐다.
 
애플 워치 시리즈 5도 공격적인 가격 인하 및 유지 전략에서 한 몫을 차지했다. 시리즈 4와 같은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디지털 나침반 내장, 전 세계 긴급 SOS 기능 등 섬세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게다가 과거 제품인 애플 워치 시리즈 3의 가격을 최저 199달러까지 인하해 핏비트 등 경쟁 제품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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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SE나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 맥북, 애플 AR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가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신 서비스 분야를 신제품으로 가득 채웠다. 이미 1년 이상 많은 관심을 받은 애플 TV+, 애플 아케이드는 월 4.99달러(한화 6,500원)라는, 애플 치고는 아주 낮은 구독 요금을 제안했다. 심지어 신형 하드웨어를 구입하면 1년간 애플 TV+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1개월 무료 사용을 제공하는 데 그치므로, 구글 포토 무제한 사용 권한을 제공한 구글 픽셀 오리지널과 비교할 만한 파격적인 혜택이다. 남은 것은 서비스 개시 후의 콘텐츠 품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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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매출이 하락한 2년 동안 애플 실적 발표에서의 메시지는 주로 대당 판매 이익이 높다거나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내용에 집중됐다.

그러나 고성능 스마트폰의 매력은 단순히 하드웨어 그 자체 이상에 있다. 애플 아케이드, 애플 TV+, 애플 뮤직, 애플 뉴스+ 등 아이폰, 아이패드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풍부하다면 경쟁사 제품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사용자층이 존재한다.

경쟁 제품과 같거나 조금 낮은 가격으로 신규 서비스 유입을 늘리고 애플만의 독점 서비스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면, 가격 유지 정책이 내년까지도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하드웨어 개선과 플랫폼 강화라는 전략은 조금 더 장기적인 혁신 비전을 의미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2019.09.20

토픽 브리핑 | 다시 혁신을 외치는 애플의 가격 인하 전략이 의미하는 것

허은애 기자 | ITWorld
스마트폰에서의 혁신은 이미 끝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등의 모바일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후 이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로는 디스플레이를 통한 폼팩터 변형과 카메라 성능 개선, 5G 지원 여부 정도가 남았지만, 그마저도 그다지 신선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최근 1, 2년 동안 LG, 삼성, 화웨이 등의 업체는 각기 듀얼 디스플레이와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시장을 선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글은 ‘메이드 바이 구글’ 브랜드 하에서 카메라 성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문제는 카메라 성능만 높였거나 기이한 실험작에 불과한 제품의 가격이 점점 치솟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의 ‘원조’격인 애플이 내놓은 전략은 무엇일까? 9월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의 테마는 ‘오직 혁신으로(By Innovation Only)’였다. 애플의 해답이 정말 또 다른 혁신의 시작인지, 아니면 지루한 기존 정책의 변주일 뿐인지 귀추가 주목됐다.
 
아이폰 제품군은 ‘프로(Pro)’라는 새로운 이름을 단 전문가 수준의 고급 제품 아이폰 11 프로, 아이폰 11 프로 맥스, 그리고 더 가격이 낮은 보급형 아이폰 11으로 재편됐다. 자체 개발한 A 시리즈 칩의 성능은 이미 증명된 지 오래고, 여기에 머신러닝과 전원 관리 등의 신기능이 더해졌다. 여기까지는 예상이 적중했다. 다만, 아이폰 11의 가격이 동급인 전작 아이폰 XR보다 50달러 저렴한 750달러로 책정됐다는 점이 놀라웠다.

2년 전 아이폰 X가 시작가 999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출시된 후 아이폰 XS, XR도 고가 정책을 고수했다. 전면 디스플레이나 칩 성능 개선보다 비싼 가격이 더 주목받았고 그 결과 아이폰이 전체 애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수직 하락했다.

5G 지원 시점이 경쟁사보다 늦어지고 아이폰 11 프로와 아이폰 11이 같은 칩을 쓴다는 점 등 가격을 더 높일 이유는 많지 않았다. 애플도 가격 책정을 중요한 결정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칸타(Kantar)의 글로벌 소비자 인사이트 책임자 도니믹 수네보는 “2019년형 아이폰의 기본가 인하는 지난 몇 년간 급격한 가격 인상에 소비자가 저항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애플이 이해하고 있으며, 5G 도입 전에 가격을 더 올릴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역시 보급형인 7세대 일반 아이패드도 10.2인치로 화면이 조금 더 커졌는데도 시작가 329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 6세대 아이패드와 똑같은 A10 퓨전 칩을 탑재했지만,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 1세대 등 전문가급 액세서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누릴 이점이 확대됐다.
 
애플 워치 시리즈 5도 공격적인 가격 인하 및 유지 전략에서 한 몫을 차지했다. 시리즈 4와 같은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디지털 나침반 내장, 전 세계 긴급 SOS 기능 등 섬세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게다가 과거 제품인 애플 워치 시리즈 3의 가격을 최저 199달러까지 인하해 핏비트 등 경쟁 제품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 
  애플 워치 시리즈 5와 시리즈 4 비교: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있을까?
“애플 워치 시리즈 5 리뷰 모아보니”···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만족도 높아

아이폰 SE나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 맥북, 애플 AR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가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대신 서비스 분야를 신제품으로 가득 채웠다. 이미 1년 이상 많은 관심을 받은 애플 TV+, 애플 아케이드는 월 4.99달러(한화 6,500원)라는, 애플 치고는 아주 낮은 구독 요금을 제안했다. 심지어 신형 하드웨어를 구입하면 1년간 애플 TV+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1개월 무료 사용을 제공하는 데 그치므로, 구글 포토 무제한 사용 권한을 제공한 구글 픽셀 오리지널과 비교할 만한 파격적인 혜택이다. 남은 것은 서비스 개시 후의 콘텐츠 품질이다.

‘전날까지 유력했지만···'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에 빠진 제품들
애플 TV 플러스 월 4.99달러… 신형 애플 제품 사면 1년 무료
월 4.99달러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IDG 블로그 | 애플 아케이드 53개 게임 해보니… “좋은 첫인상, 잠재력도 높아”

아이폰 매출이 하락한 2년 동안 애플 실적 발표에서의 메시지는 주로 대당 판매 이익이 높다거나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내용에 집중됐다.

그러나 고성능 스마트폰의 매력은 단순히 하드웨어 그 자체 이상에 있다. 애플 아케이드, 애플 TV+, 애플 뮤직, 애플 뉴스+ 등 아이폰, 아이패드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풍부하다면 경쟁사 제품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사용자층이 존재한다.

경쟁 제품과 같거나 조금 낮은 가격으로 신규 서비스 유입을 늘리고 애플만의 독점 서비스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면, 가격 유지 정책이 내년까지도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하드웨어 개선과 플랫폼 강화라는 전략은 조금 더 장기적인 혁신 비전을 의미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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