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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브리핑 | “시리야, 내 말을 누가 듣고 있니?” 애플의 시리 대화 녹음 논란

김현아 기자 | ITWorld 2019.08.16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아이폰으로 보던 사용자들은 가끔 고충을 겪어야만 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세리”를 부를 때마다 “시리”가 실행됐기 때문. 사실, 일상 대화 중에도 시리가 의도하지 않게 실행되는 일은 아이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문제다.

이렇게 사용자 의도에 상관없이 시리가 실행된 상태에서 이를 모르고 그냥 대화를 지속했는데, 그 대화 내용을 누군가 듣고 있다면? 
 

얼마 전 가디언이 지적해 화제가 된 것이 바로 이런 문제다. 가디언은 애플과 계약한 업체들이 시리의 녹음 데이터를 청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정보를 제공한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녹음 데이터를 통해 음성 비서의 활성화가 사용자가 의도한 것인지, 우발적인 것인지, 사용자의 질의가 실질적으로 시리가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인지, 시리의 응답이 적절했는지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평가한다. 

즉,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시리를 실행하지 않은 대화도 ‘평가’의 대상이 되어 누군가가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애플은 이것이 시리의 품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데이터는 무작위로 처리된다고 강조했다. 
 
바로 직전에는 구글 역시 같은 이슈로 구설에 올랐다. 네덜란드 매체인 VRT NWS는 구글 직원에 의해 유출된 네덜란드어로 녹음된 오디오 파일 상당수를 입수했다. VRT는 이 파일에서 여러 민감한 개인 정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구글은 이 사고에 대해 녹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파일이 ‘유출’된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어시스턴트와의 대화를 분석하는 일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애플과 구글 모두 가상 비서와의 대화 중 일부를 녹음해 분석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평가 프로세스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구글과 달리, 애플은 즉각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사용자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줄 수 있는 장치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히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애플에 더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본질은 같지만, 구글 보다 애플이 더 많은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양사가 취해왔던 프라이버시에 대한 상반된 입장 때문이다.
 
애플은 무엇보다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한다고 강조해왔다. 애플 역시 사용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지만, 이런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언제나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또한, 시리의 대부분이 디바이스 내에서만 처리되기 때문에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 등 경쟁 서비스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보도에서 애플은 시리는 대화 중 일부를 녹음하며, 이 녹음본을 애플 내부가 아닌 외부의 업체가 들을 수 있음이 드러났다. 여전히 애플은 이 녹음본이 익명화 및 암호화되고, “공과주나 기타 조직에게 판매하기 위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진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의 말을 듣고 있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시리의 대응이 잘 되었는지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관련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는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화를 통해 사용자에 관련된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가상 비서가 더 똑똑해지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또 현재 가상 비서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사용자들은 투명성을 원한다. 애플이 만일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한다는 점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리의 발전을 위해 사용자 대화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혔었더라면, 이번 보도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그나마 향후 대화 내용 녹음을 전면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힌 것이 다행이다. 아쉬운 것은 사용자가 대화 녹음을 비활성화한다고 해서 정말로 녹음이 안되는 것인지, 또, 이것이 제대로 됐는지 안됐는지 평가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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